남자의 氣 살려주는 고창, 선운山 탐방기
“까-짓것, 우리도 요강 한번 깨 봅시다!”
오늘은 추분과 상강(霜降)사이에 드는 절기인 한로(寒露)이다,
찬이슬이 맺힌다는 뜻으로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서 서리로 변하기 직전이다.
이 시기는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시기이며, 단풍이 짙어지고, 새들의 이동이 빈번해
지는 데 제비와 같은 여름새와 기러기 같은 겨울새가 교체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세시(歲時)에서는 기러기가 초대를 받은 듯 모여들고, 참새가 줄고, 조개가 나돌며,
국화가 노랗게 핀다고 하였으니 우리 조상들은 국화전을 지지고, 국화 술을 담그며,
갖가지 모임이나 놀이를 즐기는 풍습이 있었다.
오늘은 남자의 기를 살려준다는 복 분자와 스태미나 보양식품인 풍천장어로 유명한
전북 고창군 선운산을 산행하는 날이다.
“까-짓것, 우리도 오늘, 요강 한번 깨 봅시다!”
이것을 먹으면 요강이 소변줄기에 뒤집어진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옛날에 신혼부부가 살았는데 남편이 이웃마을에 볼 일을 보고 돌아오다가 길을 잃게
되어 배가고파 우연히 덜 익은 산딸기를 따 먹게 되었다.
맛은 시지만 너무 배가고파 허겁지겁 먹고는 겨우 집으로 돌아 온 다음날
일어나서 소변을 보는데 소변줄기가 너무 힘이 세어 오줌항아리가 뒤집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뒤집어 진다”는 뜻의 복(覆)과 항아리인 분(盆)을 합해 복 분자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따서 먹으면 자는 듯이 죽는다는
붉은 꽃밭사이 길이 있어
“핫슈” 먹은 듯 취해 나자빠진 *핫슈=아편의 종류
능구렁이 같은 등어릿길로,
임은 달아나며 나를 부르고
강한 향기로 흐르는 코피
두 손에 받으며 나는 쫓느니
밤처럼 고요한 끓는 대낮에
우리 둘이는 온몸이 달아---
서 정주詩集 (푸르른 날)에서 “대낮”
선운산(禪雲山)은
전북 고창군 아산면과 심원면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가 336m이고 주봉우리는
천왕봉(수리봉)이다.
본래는 도솔산(兜率山)이었으나 백제 때 창건한 선운寺가 유명해지면서 선운山으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주위에는 구황峰(298m), 경수山(444m), 개 이빨山(345m),
청룡산(314m) 등의 낮은 산들이 솟아 있다.
산은 그다지 높지는 않으나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릴 만큼 계곡의 아름다움이
빼어나고 또한 숲이 울창하다.
주요 경관으로는 일몰광경을 볼 수 있는 낙조대(落照臺), 신선이 학을 타고 내려와
노닐었다는 선학岩 외에 봉두岩, 사자암, 만월대, 천왕봉, 여래峰, 인경峰, 노적봉 등
이름난 경승지가 많다고 했다.
선운(禪雲)은 구름 속에서 참선한다는 뜻이고,
도솔(兜率)은 미륵불이 있는 도솔천궁이라는 뜻인데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오늘 산행은 삼인里 관리사무소에서출발:-
경수山 -벌峰 -선운산(도솔봉) -창당庵 -소리재 -낙조대 -도솔庵 -선운사 -주차장
으로 내려오는 선운사를 한 바퀴 돌아오는 코스였다.
고창은 광주에서 가깝기 때문에 고인돌휴게소에서 한번 쉰 뒤 곧 바로 선운산도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했으며 10시가 조금 지난시간에 산행이 시작되었다.
숲길을 얼마를 걸어가는데도 나무들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전혀 말이 없었다.
가을은 나뭇잎에도, 계곡의 바위 돌에도, 산행路 풀잎에도 촉촉이 내려와 앉아있다.
햇살은 구름에 갇혀 얼굴도 못 내밀고 오늘은 한로(寒露), 산행하기에는 최적의 날이다.
그래도 경수山을 오르는 데는 약간의 땀이 났지만 山능선은 완만하고 부드러웠다.
이런 산행이라면 차라리 산책이라 할 만큼 오솔길이 고향 길처럼 정겹기만 하다.
도솔봉에서 일행들이 잠깐 쉬는 동안 먼저 출발 한 것이 나 홀로산행이 되어버렸다.
경치 좋은 곳을 구경할 수 있도록 관망대도 만들어져있었고, 곳곳에 이정표가 있었다.
앞서 간 산행이사님의 산악회리본도 걸려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산 아래로 유서 깊은 사찰 선운사가, 조금 멀리로는 선운사도립공원 관리소와
관광편의시설들이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내려다보였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미당의 詩처럼 생긴 노란 국화꽃이 암자 옆 돌담 밑으로 오롯이 피어있었다.
소리재를 올라가는데 혼자 쉬고 있던 산행이사님을 만나 동행을 하면서 오늘
산행에 대한 볼거리와 역사에 대한 설명을 자세하게 들었다.
거대한 바위로 이뤄진 낙조대에서 내려다보는 깊은 계곡과 울창한 숲은
장엄한 역사를 한눈으로 보는 느낌이었다.
바위아래에는 드라마 “대 장금”에서 상궁이 떨어져 죽은 곳이라는 표시판이 있었다.
낙조대에서 점심을 먹고 도솔암으로 내려왔다.
신라 진흥왕이 이곳에서 수도하였다는 좌변 굴(진흥 굴)이 있었고,
그 위쪽으로 내원궁이 있었는데 선운사 지장보살좌상이 안치되어 있었으며,
상 도솔庵이라고도 불렀다.
내원궁 남쪽에는 만월대가 있었는데 그 절벽에 미륵장륙마애불이 조각되어있었다.
불상의 머리위에 거대한 공중누각을 만들어 마애불을 보호했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마애불은 1994년에 보물 제1200호로 지정되었으며
일자(一字)로 도드라진 입과 함께 얼굴에는 파격적인 미소를 띠고 있었는데,
월출산 마애여래좌상과 비슷한 고려초기의 양식을 지니고 있어 불교조각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고 한다.
선운사에 들려 사찰관람을 했다.
선운사(禪雲寺)는,
전북 고창군 아산면 삼인里 도솔산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사찰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본사로 (선운사사적기(禪雲寺寺蹟記))에 따르면
577년(백제 위덕왕:24년)에 검단선사가 창건하였으며, 그 후 폐사되어 1기의 석탑만
남아 있던 것을 1354년(공민왕:3년)에 효정선사가 중수하였다.
1472년(조선 성종:3년)부터 10여 년 간 극유가 성종의 숙부인 덕원君의 후원으로
대대적인 중창을 하였는데 정유재란으로 본당을 제외하고 모두 불타버렸다.
창건당시는 89개의 암자와 189채의 건물, 그리고 수도를 위한 24개소의 굴이 있던
대가람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1613년(광해군:5년)에는 무장현감 宋석조가 일관, 원준 등 승려와 함께 재건을 도모
3년에 걸쳐 대웅전, 만세루 ,영산전 ,명부전 등을 건립하였다.
주요문화재로는 금동보살좌상(보물: 제279호), 지장보살좌상(보물: 제280호)이 있으며,
대웅전도 보물 제290호로 지정되어 있다.
선운寺 절은 젊은 날 직장생활을 할 때 자주 놀러 다닌 곳이었지만 오늘처럼 산행을
하는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청소년수련장이 철거되고 없었고 그 자리에 상사화 꽃 단지가 조성되어있었으며
관광객들이 포토라인을 따라 사진촬영을 하느라고 분주하다.
공원입장료를 받는 것도, 길가 도로양옆으로 노점상들이 줄지어있어 복분자술과
간단한 음식물을 팔고 있는 것도 처음 보았다.
그러고 보니 세월도 상당히 흘렀나보다.
선운寺 뒤쪽 산비탈에서 자라는 3천여 그루의 동백나무가 4월초에 일시에 꽃이 피기
시작해 하순에 절정을 이루었는데 선운사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184호)은 꽃이 피는
모습이 특히 장관이었다.
그 밖에도 봄철의 매화, 벚꽃, 진달래꽃도 볼 만 했고 가을에는 단풍도 아름다웠다.
고찰 선운寺가 있는 고창 삼인里의 장사松(천연기념물:354호)과 선운山 입구의 송악
(천연기념물:367호)도 유명하다.
오늘 산행은 여기서 끝이 났고, 미당 시문학관과 인촌 김성수 생가를 방문하는
문화 역사탐방 길에 나섰다.
미당 詩문학관은
20세기 한국의 대표적 詩人인 미당 서정주의 문화적, 예술적 가치 향유를 통한 문화
창달과 한국문학의 역사성과 우수성을 알리는 詩문학순례지로 조성되었으며,
전북 고창군 부안면 선운里 진마에 위치하고 있다.
세미나동(세미나장, 유품전시)과 전시棟(제1전시, 제2전시棟)으로 되어있으며 시집원본,
번역사집, 육필원고, 관련저서 및 학위논문 등 미당유품 5천여 점이 소장되어있다.
서정주는
-1915년 전북 고창군 부안면 선운里에서 출생
-중앙 불교전문학교 (현 동국대학전신)수료
-1936년 동아일보신춘문예 詩 (벽) 으로 당선
-귀촉도, 동천, 서정주 문학전집, 질마재 신화, 학이 울고 간 날들의 詩 발표
-2000년12월24일 서거, 금관문화훈장추서
-2001년11월3일 미당 시문학관 개관
국화 옆에서
미당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중략)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인촌 김성수生家는
전북 고창군 부안면 봉암里에 있는 인촌 김성수의 생가로 1977년 12월 31일
전북도 기념물 제39호로 지정되었다.
남북으로 긴 직사각형 대지 안에 낮은 담을 경계로, 북쪽에 큰집이, 남쪽에 작은집이
있는데 祖父인 낙재 김요협이 건립하였다.
(큰집 안채는 1861년, 사랑채는 1879년, 작은집 안채는 1881년에)
이곳은 안채, 사랑채, 곳간 등 여러 채의 건물로 이루어져있어, 호남 토호의 집
규모를 보여주고 있다.
김성수(金性洙:1891~1955)는 1891년 작은집 안채에서 출생하였다.
대한민국 제2대 부통령이며 정치, 언론, 교육, 문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한국
근대사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겼다.
평생을 국가와 민족을 위해 헌신하였고 동아일보사, 고려대학교, 중앙중학교,
중앙고등학교, (주)삼양사, (주)경방 등을 설립하였다.
하산酒는 인촌생가 앞 빈터에서 양동매씨들이 끓여준 쇠고기떡국과 도곡 막걸리에
기분 좋게 취했는데 오늘 하산酒 준비를 동료6명과 함께 산행에 참여해 준
산악자전거마니아 김 정래여성회원이 제공해주었다 한다.
(2010년 10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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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분자(覆盆子)는
장미과의 복 분자딸기의 채 익지 않은 열매로 만든 약재이며 음력5월에 익은 열매가
검 붉은색을 띠므로 결분자, 오표자, 대맥매, 삽전표, 재앙표, 서국초 라고도 불렀다.
이 약은 냄새가 없고 맛은 시고 달며 성질은 따듯하여 신장(腎)기능을 북돋아주어
유정(遺精), 몽정(夢精), 유뇨(遺尿) 등에 사용하며 시력약화에 쓰고 몸을 가볍게 하며
머리를 검게 한다.
살결을 부드럽고 아름답게 하기도 한다는데 약리작용으로 항 염작용, 항 산화작용,
항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작용이 보고되었다.
풍천장어는
바닷물과 강물이 합쳐지는 “풍천”에서 잡은 장어로 영산강 하류인 전남 나주 구진포와
전북 이리의 목천포에서도 잡힌다.
풍천장어가 유명한 것은 이곳 가까이에 있는 염전으로 바닷물의 염도가 높아 장어 맛이
좋기 때문이다.
풍천장어는 6월-10월까지 많이 잡히는데 고단백식품으로 여름철보양식으로 많이 먹으며
비타민 A, B, C가 풍부하여 피부미용, 피로회복, 노화방지, 정력증강에 좋다.
EPA, DHA와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콜레스테롤수치를 낮추어주고 칼슘 함량도
매우 풍부하다.
풍천장어구이는
장어 맛이 좋기로 유명한 선운사의 장수강 하류에서 잡은 풍천장어로 만든 장어구이를
말하는데. 전북의 향토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