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하며 고추밭에서 빛나는 5월을 다 보냈다
고추 서른네판을 심었는데 지시미가 줄기를 톡톡 끊어먹어 대여섯 판을 새로 심어가며
이 달 내내 애벌레를 잡아낸 시굴사랑의 끈기가 대단하다
작년부터 땅 속 벌레들이 점점 많아져서
살충제 농약을 안쓰면 농사 못 짓는다는 어른들 말에 의기소침했는데
이제 고추줄기가 단단해지고
지시미벌레가 나방으로 될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된다
생명역동농법 월력대로 5월 6일에 심었으니
거의 보름 간의 전쟁이었는데 잘라먹은 고추나무밑에서
우리 손에 죽은 애벌레만 수백마리
자급해보겠다고 살생을 너무 많이 했나보다
금년엔 물 가의 아름다운 나방의 군무를 못 볼지도 모른다
남편이 고추밭에서 뜨거운 한나절을 다 보낼 때에도
어린 고추가 폴싹폴싹 꺾여 쓰러진 꼴이 보기 싫어
네잎 클로버나 미나리 머위는 가까운 집 주변에
노란붓꽃은 물살이 할퀴고 지나갈만한 곳에 옮겨심으면서도
고추밭엔 근처도 안가고 딴청을 부렸다
정작 작물 심은 밭은 돌보지않고 쓰잘데없는 데만 신경쓴다고 불평할만도 한데
마음좋은 시굴사랑은 그런 나를 내버려둔다
뱀이나 벌이 움직이기 전 이른 새벽녘에 일어나
억척스레 낫질하고 풀을 뽑아 주리라 믿기 때문이겠지
노란붓꽃 올라오기를 기다린다
봉숭아 새싹이 여기저기 돌틈사이로 보이고
작년에 옮겨 심은 맥문동 새 순이 기세좋게 올라왔다
작약꽃이 흐드러지고
멀리 산 속에서부터 바람 결에 실려오는 달콤한 아카시아꽃 향..
이제 칡꽃도 멀지않겠다
매년 되풀이 되는 꽃잔치가 계속 이어진다
우리 아들들도 꽃피고 열매를 맺어 저렇게 자리잡으면
이 못난이 옹기도
옹기장이가 기뻐하실 일을 계속할 수 있을텐데
첫댓글 토요일 아침 일찍 아카시아 향기 물씬 풍기는 산길을 달려 오두막에 도착하니 이른 아침이라 새소리가 어찌나 명랑한지 도착하자마자 마당에 풀 뽑고, 채송화 모종 가져 간것 옮겨 심고, 상추 솎아 아침겸 점심을 먹고, 산에 올라 취나물 조금 뜯고, 시원한 황토방에서 낮잠한번 늘어지게 자고 저녁나절 돌아왔습
정말 신나게 살아가시네요 건강도 더 좋아지신 것같고..꽃밭이나 텃밭이 얼마나 예뻐졌는지 계실 때 다시 가보고싶습니다
앞에 커다란 텃밭은 남의 소유가 되었구요.(저는 감당하기 힘도 들었지만) 집 들어 앉은 자리만 샀으니까. 정말 손바닥 만한 곳에 여러가지를 심었는데 먼저 주인이 집뒤에 기다랗게 일구어 놓은 밭을 사용하라 해서 그곳에 옥수수를 심을까 해요. 꽃밭은 그야말고 여러가지가 뒤영켜서 제멋대로예요.
엊그제 케모마일과 이름을 모르는 허브를 조금 심었어요. 언제 한번 오세요.^^
잘하셨네요 시골땅은 감당할만큼만 구입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전에 살던 청안 멱수골 갈 때 들르고 싶은데 서로 미리 연락해요
네, 그렇게 해요.
고추에는 거세미나방 피해가 치명적이지요.
약 안치고 잡는 방법은 없을까요 거세미나방이 흰색인가요 계곡쪽에서 나방군무가 시작된지 며칠?는데요 고추쓰러지는 것은 없어지고요 그 징그러운 지시미가 저렇게 이뻐진 걸까
지원님 오랜만입니다 요즘 저희농장엔 거세민지 지시민지와의 전쟁입니다 한뼘씩자란 잎들깨을 무참이도 잘라넘긴답니다 돈으로 바꾸어야 되는 상품을 만들어야 되는데말입니다 얼마전엔 여치와 며뚜기가 말썽을 부리더니 언제라도 한가지 말썽은 그렇게 늘따라 다니며 농장지기을 애태운답니다 근데 유기농 소비자들은 구멍뚤린 야채도 좀이해을 해주시면 좋겠는데~~ 사실 수확은 반도안되거든요~ㅠ..ㅠ힘드네요
그래요 정말 야속한 지시미..우리부부는 9년 농사기간동안 금년처럼 지친 적이 없어요 벌레득실대는 장마 오기전 5월중순부터요 힘드시지요? 1사 1촌이 아니라 유기농가와 서울의 10가구정도씩 형제맺는 운동을 벌여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