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은 서늘한 기후를 좋아하는 뿌리채소다. 기온이 10℃를 넘어가는 시기에 파종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한여름인 7월 초순 이전에 반드시 수확을 마쳐야 한다. (고랭지재배 제외) 수확적기에 미치지 못한 작은 당근도 수확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재배시기 표를 기준으로 형편에 따라 조절해 씨앗을 뿌린다.
당근의 연한 잎과 줄기는 셀러리와 미나리를 조합한 맛이 나므로 수시로 이용한다.
재배시기
파종 준비
파종하기 1~2주 전에 1㎡당 퇴비 3㎏과 깻묵을 2컵(400g) 정도 넣고 밭을 일구어 두둑 폭이 1m 높이가 15㎝ 정도 되게 준비한다. 이랑의 폭과 높이는 밭의 물 빠짐에 따라 조절한다. 물이 잘 빠지는 밭은 조금 낮게, 물이 잘 빠지지 않는 밭은 조금 높게 해준다.
씨앗 준비
당근 씨앗은 주변의 가까운 종묘상에 가면 언제나 구할 수 있다. 자신이 기르고자하는 종류와 특성을 알고 있으면 종자 선정에 많은 도움이 되므로 사전에 인터넷 등을 통해 충분히 조사한다.
당근은 소형종, 중형종, 대형종의 세종류가 있다. 뿌리 길이 15㎝를 기준으로 이보다 작으면 소형종이고, 크면 대형종으로 구분한다. 많이 재배하는 종류는 5촌 또는 5치(15㎝)계통이다.
보통의 텃밭이나 주말농장이라면 소규모 포장의 종자를 구입하는 편이 좋다. 주로 5~20㎖ 소포장으로 판매한다. 당근은 발아율이 조금 낮은 편이므로 다른 씨앗(상추, 무###, 배추 등)에 비해 많이 준비한다. 당근 종자는 유효기간이 짧으므로 포장지에 있는 유효기간을 반드시 확인한다. 유효기간이 지난 당근은 발아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재배시기별 종자 선정
재배시기별 종자 선정
재배시기 |
종자의 특징 |
주의사항 |
봄 재배 |
조생종, 내서성 |
7월 중순 무더위 전에 수확 가능 품종 선택 |
가을 재배 |
중생종, 내서성 |
초기 성장시 무더위에 견디는 품종 선택 |
파종 및 흙덮기
준비된 밭에 30~40㎝ 정도의 간격으로 뿌림골을 만들어 파종한다. 호미로 밭 흙을 살짝 긁어내고 1~2㎝ 간격에 씨앗이 하나씩 놓이게 줄뿌림한다.
파종 후 흙덮기는 5㎜ 정도로 하고, 파종이 끝나면 물을 흠뻑 뿌려주고 마무리한다. 당근은 싹틀 때 수분이 많이 필요하므로 파종 후 밭이 마르지 않게 관리한다. 아래의 표를 참조하면 기르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기온과 싹트는 기간 및 발아율 비교
(출처: 농업진흥청)
기온과 싹트는 기간 및 발아율 비교
구분 |
8℃ |
11℃ |
18℃ |
25℃ |
30℃ |
싹트기 시작 |
25일 |
16일 |
8일 |
6일 |
5일 |
싹트기 종료 |
41일 |
23일 |
17일 |
11일 |
8일 |
발아율 |
58% |
56% |
60% |
52% |
54% |
자라는 모습
씨앗을 뿌리는 시기의 기온에 따라 싹트는 기간이 달라진다. 기온이 높으면 8~10일이 소요되고, 이보다 기온이 낮으면 더 오래 걸린다.
[ 봄 재배 ]
봄 파종한 당근은 자람에 따라 솎아주기를 잘해야 한다. 6월 말부터 시작하는 무더운 장마 속에 조밀하게 자라는 부분의 아래 줄기가 상하는 것이 생기기도 한다. 7월에 접어들어 수확을 해보면 무더위에 상한 당근이 종종 보인다. 가을 재배 당근에 비해 관리하는 것이 어렵고, 재배할 때 노력이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당근이 조금 덜 자라도 장마철이 시작되기 전에 수확하는 것이 유리하다.
[ 가을 재배 ]
당근이 충실한 뿌리로 자란다. 그리고 재배하기도 수월하다. 수확 후 땅을 파고 무와 함께 저장해두면 이듬해 봄까지 싱싱한 당근을 이용할 수 있다. 씨앗을 뿌리고 2주가 지나면 본잎이 자라는 어린 당근 줄기가 된다. 성장 초기에는 아주 더디게 자란다. 4주가 지나면 본잎이 3~4매로 늘어나고 키가 7㎝ 정도로 큰다. 시기를 막론하고 파종 4~5주째가 당근이 빠르게 성장하는 적정 기온이 된
솎아주기
당근은 다른 채소에 비해 솎아내기가 아주 중요하다. 물론 다른 채소(무, 배추, 상추 등)도 잘 솎아내야 크기도 알맞고 시중에서 보는 것 같은 모양이 된다. 그러나 솎아내기를 못하고 방치하면 볼품없는 당근이 된다. 날씨가 무더울 때는 줄기가 상해버리기도 한다.
5촌(5치) 당근보다 작은 당근은 포기 사이가 좁아야 하고, 큰 당근은 포기 사이의 간격이 넓어야 한다.
• 1회 : 본잎 2∼3매 때 포기 사이 4∼5㎝ 이상
• 2회 : 본잎 4∼5매 때 포기 사이 7∼10㎝ 이상
• 3회 : 본잎 6∼7매 때 포기 사이 12㎝ 이상
아래는 솎아내기를 과감하게 하지 못하고 망설인 밭의 모습이다. 실제는 사이에 있는 당근을 1~2개 더 솎아내야 한다.
[ 참고사항 ]
언제나 '과감하게 솎아주어야지' 자신에게 주문하지만 실천이 어렵다. 파종할 때부터 조금 많은 양의 씨앗을 뿌리는 데다 중간에 '혹시 기후가 변하거나 벌레가 나타나 먹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이 들면 솎아내기에 실패한다. 솎아내는 작업을 해본 사람이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누구나 안다. 뙤약볕에 쪼그리고 앉아 이 잡듯이 하나씩 간격을 봐가면서 뽑아낸다는 것이 여간 중노동이 아니다. 그래서 좀 작은 채소면 어떻고 조금 부실해도 어떤가 내가 먹을 건데 하는 생각에 솎는 것을 등한시하게 된다.
수확
파종 11주(75일)가 지나면 당근 잎이 아래로 처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윗줄기가 잘 자란 포기를 뽑아 수확의 기쁨을 맛본다. 좀 작아도 아삭거리는 맛이 각별하므로 이후부터 수시로 수확해 이용한다. 파종 후 13~15주(90~110일)가 지나면 모두 수확한다.
당근의 수확적기를 판단하기 어려우면 뿌리와 줄기가 나누어지는 부분(당근의 뿌리가 시작되는 부분, 당근의 어깨로 표현)을 본다. 그 부분이 떡 벌어지면 수확적기다. 아직 둥근 부분이 많으면 좀더 기다린다.
수확하고 남은 당근 줄기는 작두로 썰어 밭에 그대로 덮어 두면 좋은 거름이 된다. 다른 곳에 가져가지 말고 당근을 수확한 밭에 다시 깔아준다. 한꺼번에 수확한 당근을 모두 이용하기 어려우면 가을 무를 저장할 때 함께 묻어두었다 무를 꺼낼 때 같이 몇 개씩 꺼내면 이듬해 3월까지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늦게 꺼내는 당근 중에 싹이 돋아나는 것을 골라 두었다 1~2개 심으면 씨앗을 받을 수 있다.
[ 참고사항 ]
당근이라면 보통 뿌리를 이용하는 채소로 알고 있다. 그런데 당근의 연한 줄기와 잎은 생식으로 먹어도 좋고 튀김을 해도 좋다. 줄기에서 나는 향기는 셀러리보다 연하고 미나리보다는 진하다. 줄기를 된장에 찍어 먹거나 상추 등의 쌈과 곁들여 먹는다.
웃거름주기 및 풀 대책
당근은 파종에서 수확까지 3~4개월이 걸리는 채소다. 파종 후 6~7주쯤에는 성장이 빨라진다. 이 시기에 밭의 풀을 정리하면서 뿌림골의 중간을 호미로 조금 긁어내고 퇴비와 깻묵을 넣고 흙을 덮는다.
이른 봄에 파종하는 당근 밭에는 당근의 새싹이 자라 우거지면서 풀이 덜 난다. 그러나 고랑과 뿌림골 사이에는 명아주, 바랭이 등의 풀이 많이 자란다. 가을 파종 때는 주변에서 돋아나는 각종 풀이 아주 힘들게 한다. 파종 후 3~4주에 꼼꼼하게 풀을 정리해야 한다.
재배 주의사항
당근은 봄·가을에 한 번씩 재배가 가능한 채소다. 파종 초기에 돋아나는 풀을 잘 정리해주면 된다. 봄 재배는 무더위를 대비해 반드시 포기 사이의 간격을 넓혀주어 바람이 잘 통하게 길러야 한다. 벌레, 병 등에 아주 강한 채소라 기르기가 수월하다. 내 경우에는 당근을 파종한 밭에 수시로 두더지가 돌아다녀 당근이 말라 죽기도 했다. 당근 스스로 생존을 위해 잔뿌리를 많이 발달시켜 손질에 어려움이 많다.
씨받기
당근을 보관하다 이듬해 봄에 캐낸 당근 중에 싹이 돋아나는 것을 심어두면 씨앗을 받을 수 있다. 비교적 다른 종류에 비해 씨앗이 잘되는 편이다. 다만 씨앗 꼬투리가 익어갈 무렵에 보이는 여러 종류의 노린재가 즙을 빨아 부실하게 영그는 씨앗이 생긴다.
7월로 접어들면 씨앗이 영글어 갈색으로 변해가는 꼬투리가 보인다. 그러면 차례로 꼬투리를 따서 말려 비비면 당근 씨앗이 얻어진다. 상추는 여름 장마와 노린재로 씨앗이 없는 꼬투리가 많이 보이는 데 비해 당근은 씨앗이 잘되는 편이다.
[ 주의사항 ]
당근 꽃대가 자라면 지지대를 세워 묶어야 쓰러지지 않는다. 씨앗을 받기 위해서 1~2개의 당근만 심어도 충분하게 씨앗을 얻을 수 있다.
♣ 재배일지
당근은 대표적인 녹황색 채소로 카로틴 함유량이 많아 피부를 아름답게 유지시키거나 노화방지, 그리고 암의 발생이나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다. 카로틴은 인체 내에서 생성되지 않으므로 외부의 녹황색 또는, 적황색(호박) 채소를 통해 섭취해야 한다.
붉은 색이 감도는 아삭한 당근은 오래전부터 심어보고자 하던 작물이었다. 가을 무, 배추를 파종하고 난 옆에 자리가 조금 남아 5촌 당근을 심어보았다. 당근의 발아율은 상황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비가 많이 오는 가을 파종은 발아율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봄 파종 당근은 발아율이 상당히 높다. 씨앗은 골을 따라 하는 골 파종을 하고, 복토는 아주 얕게 해준다(씨앗이 덮일듯 말듯 할 정도). 골의 간격은 나중에 당근이 자라는 것을 감안해 30~40㎝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웃거름주기, 풀 정리하기 등의 작업이 편리하다.
파종 직후에는 볏짚 등으로 덮어주고 물뿌리개를 이용해 물을 주는 것이 좋다. 대체로 일주일에서 10일 정도 지나면 싹이 튼다. 싹이 트는 시점에서 덮어둔 짚 등의 피복물을 벗겨내고 키가 3㎝ 정도 자라면 포기 사이의 간격을 3㎝ 정도로 유지한다. 당근 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에 성장이 더딜 때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는 것과 과감한 솎아내기에 있다.
철저하게 간격을 유지해야 튼튼한 당근을 얻을 수 있다. 조금 더 자라 키가 5~8㎝ 정도 되면 간격을 10㎝ 정도로 유지한다. 이때쯤 되면 웃거름을 상당히 필요로 하는 시기가 된다. 파종 골 사이를 호미로 조금 파내고 퇴비를 넣고 흙을 덮어주고 물을 준다. 그리고 이후는 주변의 풀을 약간씩 제거하거나, 상한 당근이 있으면 솎아주는 정도의 작업만 하면 맛있는 당근을 수확할 수 있다.
당근은 옮겨심기가 가능하지만 옮겨 심은 당근을 수확하면 잔뿌리가 유난히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당근을 솎아내는 것이 아까워서 몇 포기를 옮겨 심어 관찰한 결과 잔뿌리가 많아 상품성도 없고 먹기도 까다로워 그런다는 것을 알았다. 당근 밭 아래로 두더지가 많이 다닌 경우는 당근의 잔뿌리가 당근 위부터 아래까지 덮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는 두더지가 지나다닌 곳은 땅과 접촉을 못하므로 뿌리를 많이 발생시키려는 당근의 생존 전략인 것이다.
당근 잎이 15㎝ 정도 자라면 솎아낸 당근 잎을 먹는 것도 좋다. 당근 잎을 씻어 상추와 함께 쌈으로 먹어도 좋고, 그냥 된장에 찍어 먹으면 향기가 아주 좋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솎아낸 당근의 잎이 하도 탐스러워 먹어 보았는데 향기가 좋고 맛도 상추보다 좋아 자주 먹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