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귀천 / 천상병
위 詩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박정권 때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무고하게 연루되어 중앙정보부에서
혹독한 고문으로 인해 험하게 찌그러진 주름살로 덧입힌 얼굴을 가진 천상병 詩人의 작품입니다.
그러한 암울하고 혹독한 시대상황을 거쳤음에도 자신의 생애를 아름다웠노라고,
아름다웠던 소풍이라고 노래하고 있는 것입니다.
부와 명예, 권력과 같은 세속적 가치를 실현했던, 못했던 간에 '인생은 잠시 놀다 가는 것으로 생각하면 어떨까?'라는
詩人의 멋들어진 청유형입니다.
그는 인생을 '잠시 소풍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라고 우리에게 말하면서,
자기 삶의 근원은 다른 곳에 존재하고, 자신은 단지 이 세상에 잠시 놀러 나왔을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이승에서의 삶은 소풍이기에 아름답고, 소풍에서 돌아가는 천상은 천상이기에 아름다울 터이니,
우리의 생을 이승과 저승의 연속성으로 이해할 경우, 인생 전체가 진정 아름답지 아니하겠느냐고 말합니다.
인생이 소풍과도 같다면, 죽음 또한 받아들일 만한 그 무엇이 됩니다.
하여,
스러지는 이슬과 노을 빛, 소멸하는 모든 것도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망중한)
한 편의 詩를 그림으로 승화코자 한
문회실 화가의 작품으로 고요하고 정적인 수채화 작품입니다.
마을이나 건물이 주인공이 아닌 천상병 시인의 '귀천'처럼 하늘이 주인공인 듯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