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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체의 아침은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라졌습니다. 우선 머리가 묵직한 무게감이 달라졌고, 몹시 춥습니다.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렸던 돌담님은 새벽이 되어서야 숙면에 들어갔습니다. 옆에서 잠을 자는 나 역시도 내심 걱정스러웠습니다만, 숙면을 취하는 것을 보니 조금 회복된 것 같았습니다. 물론 숙면이라도 고산병이 온 상태에서의 숙면은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돌담님의 숙면은 그것과는 다른 것이었고, 어제 보다는 희망적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잠이 깰세라 조용히 밖을 나가 보았습니다. 새벽 푸르름 속에서 오늘도 요리팀은 아침을 짓고 있습니다. 어제보다도 더 차가운 기온 속에서 어제 보다도 더 차가워진 찬물에 손을 넣어 쌀을 씻고, 식재료를 씻습니다. 그리고 마당 아래의 야크 우리에선 등이 하얀 야크들이 자리에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야크 등의 하얀 것은 서리 때문입니다. 야크는 야외에서 잠을 자기 때문에 새벽이면 하얀색의 화이트야크(?)가 되었다가, 해가 뜨면 제 색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커다란 <도이치 브래드 레스토랑>이 있고, 맞은편에 태양열집전판이 빼곡하게 세워진 집은 ‘페로체 고산병 전문병원’입니다. 그리고 롯지를 겸한 여러 채의 집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병원 옆 공터에 높이 세워놓은 풍향계입니다. 새벽바람이 자는 지 높다란 풍향계는 아주 천천히 움직입니다. 마치 이곳의 생존의 법칙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듯이 ‘비스따리 비스따리’. 그것은 마치 ‘이 병원에 달린 풍향계처럼 천천히 걷지 않으면 이 병원으로 와야 한다’라고 경고하듯… 아침식사는 분위기가 까칠한 분위기입니다. 처음으로 오늘 하루 서로 다른 길을 가야하는 것도 그렇거니와 어제의 트레킹이 모두에게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특히 어제 저녁부터 닭백숙을 안먹겠다고 빈정거리던 강여사는 오늘 아침에도 닭도리탕을 거절하고 감자와 닭죽만 조금 먹습니다. 아무래도 자신의 존재감이 상실 된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다소 무리한 탓에 몸시 피곤해 보였습니다. 어제 산행이 오버페이스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 사실을 애써 감추는 듯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길을 떠날 채비를 차립니다. 오늘은 고산적응을 위한 날로 몸이 좋지 않은 돌담님은 롯지에서 휴식을 취하고, 다른 사람들은 각자 희망하는 곳 까지 왕복하는 일정입니다.
우선 <추쿵>을 왕복하는 조는 안다이 유, 강여사, 유족교 선생입니다. 추쿵은 아마다브람의 뒷모습과, 빙하를 볼 수 있는 곳이고, 최근 설산트레킹으로 인기가 상승 중인 임자체(아일랜트 피크)를 등반 하기 위한 마을이 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나머지 소호, 허브, 야간산행, 이 선생, 대웅스님은 뒷산의 <뷰 포인트>로 올라 갑니다. 출발 전의 모두들 얼굴이 조금씩 부어 있었습니다. 4000m를 넘어서자 기압이 낮아져 얼굴이 점점 빵빵해지는 것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유독 얼굴은 그대로 인데 입술만 앞으로 빵빵하게 튀어 나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강 여사였습니다. 어제 아침부터 돌담님의 황금분할 선언 이후 조금씩 앞으로 밀려 나오기 시작한 입술이 이제는 확연하게 튀어 나와 있습니다. 입술의 돌출 정도와 말수는 반비례하는 가 봅니다. 아침부터 강여사가 말수가 새벽 기온만큼이나 뚝! 떨어졌습니다. <뷰포인트 조>가 먼저 출발을 하였습니다. 롯지 뒤로 돌아 뒤쪽 언덕을 오릅니다. 눈에 빤히 보이는 100m가 채 안될 것 같은 정도의 높이인데도 오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경사가 심해 길은 지그재그로 나있는데 여러 개의 길이 서로 교차한 탓에 마치 물고기 비늘 문양처럼 보입니다. 그중 비교적 넓은 길은 사람과 야크가 함께 이용하는 길이고, 좁게 나있는 길은 야크가 풀을 뜯으러 다니는 길입니다. 고산이라 말이 풀이지 이끼같이 짧막한 풀들이 전부입니다. 길을 따라 몇 미터씩 가다 쉬다를 반복합니다. 길은 훤히 뚫려있는데 연식이 오래되어 엔진이 시원찮은 자동차처럼 벌벌거리며 가다 서다를 반복합니다. 어제 하고는 또 다른 고산이 느껴집니다. 고도를 30미터쯤 높였을 까요 아래를 내려다 보니 추쿵 조가 막 롯지를 출발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우리가 그랬던 것 처럼 바싹 메마른 흙길에서 뽀얀 먼지가 일어납니다. 30분이 걸려 겨우 언덕 위에 올라섰습니다. 언덕 위 돌무더기에는 먼저 온 셀파와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있는 셀파족 처자들이 무언가 떠들며 까르르 웃곤 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처자들은 우리를 보자 짐을 이마로 지고는 휑하니 사라집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마치 축지법이라도 쓴 것 같습니다. ‘우리 셀파는 유부남인데, 왠 처자들 하고 노닥거리지…’ 또 괜한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뒤따라 올라오는 일행을 기다리며 돌에 걸터 앉아 잠깐 숨을 돌립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아마다블람입니다. 그리고 탐세쿠, 더 멀리는 꽁데가 보이고, 구름이 남체바잘 아래에 머물러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그리고 뒤쪽은 눕체와 로체가 바싹 다가와 있습니다. 그리고 문득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서 ‘티끌’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그 티끌은 반달이었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것 중에 유일한 것. 이렇게 쾌청한 하늘에서 달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선생님 저곳에서 기도하면 기도빨이 잘 받는 곳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부리가 언덕 뒤에 야트막한 능선에 있는 탑을 가리키며 안내해 줍니다. 다시 길을 걷습니다. 바람이 일기 시작합니다. 능선에 있는 돌탑에 다가가자 언덕 아래에 딩보체가 보입니다. 그리고 추쿵으로 가는 자갈 계곡이 보이고, 멀리에 추쿵 마을이 보입니다. “자 잘들 다녀오세요. 나중에 봅시다” “그럽시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추쿵팀과 뷰포인트 팀은 헤어졌습니다. 잠깐 돌탑을 둘러보고 있는데, 서양 트레커들이 줄줄이 올라옵니다. 그 중에는 어제 본 영국 고딩들도 있었습니다. “나마스떼” “하이” 그중에는 어제 본 기억이 났는지 반갑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고딩들도 있고, 어떤 고딩은 무뚝뚝하게 그냥 지나치기도 합니다. 세상 모든 것이 다 귀찮다는 듯이…성격 탓도 있겠지만 트레킹을 하면서 많이 지쳐서일 겁니다. 그 때였습니다. 아래쪽 계곡에서 헬기 한 대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러더니 팡보체를 한 바퀴 선회 하더니 아래쪽 공터에 착륙을 합니다. 공터에는 흙먼지가 일기 시작하고, 사람들이 모여 들기 시작합니다. 아! 직감적으로 느낌이 왔습니다. 위급환자가 발생했을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등산복 차림의 누군가를 싣고는 다시 헬기는 산 아래로 급히 내려갑니다. 600만원의 사나이인지 아니면 600만원의 숙녀인지는 모르겠지만, 짐작컨대 페수종이 온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헬기가 황급히 이동하는 것은 하루에도 몇 번 씩 보기는 하지만, 실제로 환자를 태우고 떠나는 것은 오늘에야 처음 봤습니다. 롯지에 남아 있는 돌담님이 슬쩍 걱정이 됐지만, 이미 회복기에 접어든 상태여서 큰 걱정은 되지 않았습니다. 다시 뷰 포인트를 향해 올라가는데 보폭을 아주 작게 만들어서 천천히 걷다가 쉬곤 하는데, 높이가 올라 갈수록 점점 쉬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멀리 마칼루가 보입니다. 그곳 역시 8부 능선부터는 눈이 별로 없습니다. 그리고 그 앞 쪽에 통통한 느낌을 주는 임자체가 보입니다. 다시 고개를 돌려 로체를 보면 로체 정상 부근에는 항상 눈보라가 몰아칩니다. 그 눈보라는 길다란 꼬리를 만들며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그렇게 시달려서 일까요. 에베레스트도, 로체도, 마칼루도 8000미터가 넘는 산들의 봉우리는 눈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독해 보입니다. 지독한 자연 앞에서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수행자의 기품을 닮았습니다. 몇 군데의 안부가 뷰포인트입니다. 말하자면 1차 뷰포인트, 2차, 3차, 4차 5차 정도면 바위산의 정상 부근이 될 것 같습니다. 1차 뷰 포인트에서 숨을 돌리고는 다시 2차 뷰 포인트로 올라갑니다. 2차 뷰 포인트에서는 추쿵팀이 가고 있을 자갈길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거리가 제법 될 것입니다. 이곳에서의 모든 척도의 개념은 적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빤히 보이는 고개도 올라 가보면 몇 시간 걸리기 일쑤고, 바로 앞에 있는 것 같은 마을도 가보면 한 두 시간 걸리는 것은 예사고, 한 30분 지났나 하고 시계를 보면 1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고, 한국을 떠나 온지 3~4일 됐나 했는데 오늘이 벌써 7일째입니다. 제 머리가 어떻게 되기라도 한 건지 슬쩍 걱정스럽니다. 3차 포인트로 올라 갈 것인가를 잠시 망설였지만, 오늘은 이만큼만 오르기로 결정했습니다. 우리옆을 지나 3차 뷰포인트로 올라가는 영국 고딩과 유럽의 트레커들을 보면 좀 더 올라갈까? 라고 생각도 했지만, 나머지 일정을 감안할 때 무리하면 안될 것이란 판단을 내렸습니다. 22일 동안 느긋하게 트레킹을 하는 유럽 트레커에 비해, 15일 만에 트레킹을 끝내야 하는 우리는 사정에 좀 다릅니다. 자칫 유럽 애들 따라가다 보면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격으로 오버페이스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럽 트레커라고 모두 3차 뷰포인트 까지 올라가는 것은 아닙니다. 대략 반 정도는 3차까지, 일부는 2차, 1차 숫제 언덕만 올라 섰다가 곧장 회귀하는 팀도 있습니다. 하늘을 봅니다. 아직 달은 그대로 하늘에 떠있고, 멀리 남체마을 아래에 머물러 있던 구름이 조금씩 계곡을 따라 올라 옵니다. 남체 계곡 아래에 머물러 있는 구름의 모습이 재미있습니다. 마치 그릇에 담긴 하얀 솜뭉치처럼 차분하게 담겨 있다가 해가 높게 떠오르면 서서히 계곡을 따라 올라 오는 것입니다. 남체 옆의 꽁데와 주변의 설산은 여전히 아름답습니다. 4600m 뷰 포인트에서 허브님이 가져온 <산도>과자를 나누어 먹었습니다. 과자 맛이 꿀맛입니다. 모두들 고산적응의 날이라는 취지에 맞게 높아진 고도에 호흡도 맞춰보고, 효과적인 몸동작의 크기도 가늠해봅니다. 가능하면 오래토록 머물면서 내일 올라야할 고도를 미리 적응해봅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햇빛이 너무 강하게 내리 쪼이고, 기온도 제법 내려갑니다. ‘오늘은 무리하지 말자’ 마음속으로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나 봅니다. 그동안의 산행으로 체력적인 비축도 필요하고, 고도를 조금 높여 몸을 미리 적응시켜 본다는 데 의미를 두고 다시 하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리막은 의외로 미끄럽습니다. 돌이 밟히고, 발이 닿는 곳 마다 흙먼지가 일어납니다. 왔던 길을 되돌아 다시 페로체 롯지로 돌아갑니다. 오늘은 글자 그대로 숨고르기 하는 날입니다. 하루를 페로체에 머물면서 고소적응을 하는 날, 지금까지의 고소와는 다른 느낌입니다. 오르막을 오르기가 힘겹게 느껴졌습니다. 오늘 높이로 내일 오르게 될 로부제까지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될 것으로 예상은 됩니다만 결코 만만치 않은 여정이 될 것 같습니다.
롯지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서 잠깐 쉬면서 주변을 둘러봅니다. 산을 오를수록 힘은 점점 더 들지만 예기치 않은 볼거리가 더욱더 늘어나는 것도 사실입니다. 페로체 마을 앞을 지나가는 개울이 한적해 보입니다. 순간 아! 하는 탄성이 흘러 나왔습니다. 그 풍경은 분명 오래전 고등학교 지리책에서 봤던 히말라야 빙하 사진의 바로 그곳이었습니다. 그 시절 그렇게 빙하가 흘러 내렸던 이곳이 지금이 겨울은 아니라지만 개울물이 흘러내리고 있다는 것이 씁쓸해졌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결과겠지요. 잠시 쉬는데도 햇살이 따갑게 내리 쬐입니다. 모두들 롯지로 내려가는데 멀리 롯지의 양지바른 한쪽 벽에 누군가 창 넓은 모자를 쓰고 낡은 소파에 앉아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두툼한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아 돌담님인 모양입니다. 그 모습에서 희비가 교차합니다. 밖에 나와 있을 정도로나마 몸이 회복 되었다는 기쁨과 아직도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못했다는 안타까움입니다. “돌담”! 소호님이 내리막을 내려가다 멀리서 돌담님을 불러 봅니다. 처음엔 낮잠을 자는 중인지 기척이 없더니 두 세 번을 거푸 부르자 고개를 들어 우리를 쳐다봅니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흔들어 줍니다. 가풀막을 먼지가 뽀앟게 일었습니가. 롯지 뒷문에 도착해 보니 바지가 뽀얗게 먼지를 덮어쓴 채였습니다. “좀 어떠세요”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아직은 좀 그렇네. 모두 다 가삐고 심심해서 나와 있었다 아이가” “안에 안있고, 우째 밖에 계심니꺼? 많이 심심했지예. 엔간하면 같이 가면 좋았을 낀데” “방에서 누워 있으면 위험하다고, 잠을 못 자게 해서…” 그렇습니다. 고산병이 오면 가능하면 눕거나, 자지 말아야합니다. 때로는 그것이 치명적인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이드나 셀파는 고산병 환자 옆에서 잠을 자면 깨우고, 앉아있거나, 움직이게 독려합니다. 그렇게 뷰포인트는 홀에 가서 점심을 먹고 자유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는 점심을 먹고 아까 언덕 위에서 보았던 마을 앞 개울로 가려고 롯지를 나섰습니다. 그런데 멈칫! 햇빛이 너무 강렬했습니다. 잠깐 2분 정도 앞뜰에 있는 요리팀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동계용 투툼한 겉옷을 뜷고 들어 온 햇빛으로 피부가 따갑습니다. 이런 강렬한 자외선은 아직 본적이 없습니다. 하늘은 쨍하니 구름 한 점 없어 직사광선을 거침없이 내리 쬐고, 그 빛은 저 아래에 있는 구름에 반사되어 다시 눈을 괴롭히고, 주변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설산 또한 햇빛을 반사시켜 오는 통에 자외선은 더욱더 강력한 힘을 발 휘하는 것 같습니다. 에베레스트의 자외선 삼위일체 직사광선, 눈, 구름 하늘에는 아직도 달이 떠있습니다. 원래 달은 하루 종일 볼 수 있는 것인데 아직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페로체 이곳에서 만 하루 종일 달을 볼 수 있는 것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아무튼 나는 페로체에서 하루 종일 지지 않는 달을 보고 있습니다. 결국 햇빛이 두려워 다시 롯지 안으로 들어 왔습니다. “딩보체하고 고도가 300미터나 차이 나는데 페로체로 와 가지고 말이야. 이게 무슨 고생이야” 추쿵을 갔던 팀들이 느즈막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돌아오자마자 안다이 유 선생이 그렇게 불만을 토해냈습니다. “많이 힘드셨죠” “페로체에서 딩보체 까지 가는게 너무 힘들어, 올 때도 딩보체에서 페로체 오는 게 제일 힘들고…” 결국 숙박지를 페로체로 했던 것에 대한 불만이었습니다. 강여사는 몸시 지쳐 보였는데, 아무래도 체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무 말도 없었다. 피곤해 보이는 표정에서 유독 입술만 더욱 더 돌출되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우리처럼 가볍게 뷰포인트로 갔어도 될텐데, 안다이 유와 강여사는 자존심 때문에 무리하게 추쿵행을 감행했던 것입니다. “그나 저나 집사람이 체력이 고갈 된 것 같은데 내일 산행이 큰일인데” 이제서야 후회를 해본들 이미 체력은 고갈 된 것을 어쩌겠습니까. 휴식을 취하는 수밖에는 도리가 없습니다. 그날 저녁에도 고산병이 왔는지 강여사는 식사를 거른채 누룽지만 조금 먹었습니다. “미스터 부리. 난 내일 아무래도 말을 타야할 것 같다. 마을에 말을 수배해봐줘” 돌담님이 회복이 더디자 민폐를 끼치지 않는 방법을 연구한 끝에 말을 타고 하루를 더 회복하려는 방안을 생각해냈습니다. 부리는 마주를 만나 협의한 끝에 로부체까지 200달러를 주기로 하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디스카운터의 달인> 돌담님이 그냥 200달러를 다 줄 리가 없습니다. 다시 150달러까지 낮추라고 부리를 다시 보냈습니다. 결국 부리가 세 번 교섭 끝에 160달러로 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래도 돌담님은 더 깎지 못한 것을 아쉬워 했습니다. 몸도 좋지 않은데도 D/C의지 만큼은 이미 에베레스트 정상급입니다. “말 한 마리에 1000달라 밖에 안하는데, 하루 타는데 200달러 달라면 이건 완전 사기아니가”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아닌말로 1000달러를 달라해도 말 안타고는 못갈 형편인데요. “형님 됐습니다. 너무 깎으면 나중에 돈에 맞춰서 말을 보낼지도 모릅니다. 말하자면 2000cc말을 보낼려다가 800cc말을 보낼지도 모릅니다. 그러다가 언덕에서 말이 못 올라가면 우짭니까. 말을 도로 업고 갈수도 없고 헛헛” 그래도 타고 갈 말도 구해졌고, 적어도 돌담님 때문에 산행지 지체될 문제는 없어졌습니다. 모두들 마음이 푸근해졌습니다. 다만 추쿵을 다녀온 안다이 유와 강 여사만이 수심이 가득한 얼굴이었습니다. 그 동안 자신들이 산행에 대해서는 날고 긴다고 몇 날 몇 일을 으스대며 자랑을 해왔고, 심지어 다른 맴버들을 무시하기 까지 했는데, 이제와서 약한 척 말을 타고 간다고 말을 할 수도 없고… 뷰포인트를 다녀온 맴버들의 여유로운 저녁에 비해 추쿵팀은 식사를 하자마자 슬그머니 침실로 직행했습니다. 자신만만해하던 그들에게도 이제 산이 무서워지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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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그 강여사 네팔에 두고오지 그러셨어요 ?ㅋㅋㅋ
정말 제가 안가기를 잘한것 같습니다..만약 함께 갔더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 합니다. 소호님 허브님 돌담님 야간산행님 다시한번 우러러 보입니다 .
정말 세세한 부분까지 표현을 잘 하셨네요 전 벌써 많이 잊었는데...야간산행님 덕분에 다시 행복해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