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은 깎으면 더욱 향기가 난다
월천 정 군 수
풀의 노래를 들으려고
풀밭에 앉는다
칼을 맞으면서
드러눕는 풀을 본다
칼보다 강한 뿌리를 보듬고
칼위에 쓰러지는 풀을 본다
풀은 깎으면 왜 더욱 향기가 나는지
청사靑史 위에 쓰러진
민초들을 본다
함성을 듣는다
깎으면 더욱 진한 풀냄새를
햇살을 섞으며
살아나는 풀을 본다
풀뿌리를 본다
* 성격 : 역사적, 상징적, 회상적, 점진적
* 제재 : 풀, 칼, 햇살
* 주제 : 5월의 민주 항쟁
* 표현 : 한 시대의 아픔을 은유시로 형상화함
* 해설
이 시의 시적화자는 군부 세력에 희생된 억울한 민중의 희생을 "풀" "칼"을 활유법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여기서 시대는 독자에 따라 "동학난" 혹은 "4.19혁명" 이거나 그외 다른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4연으로 나뉘어진 이 시는, "풀"은 민중이고 "칼"은 권력의 군부 세력이다. "풀뿌리"는 민중의 불굴의 애국심이며 얼이 담겨있다. 2연의 "드러 눕는 풀, 쓰러지는 풀"은 희생자의 처절한 절규가 들리는 듯 하고
"칼보다 강한 뿌리"는 무력의 힘보다 더 큰 힘이 있음을 날카롭게 암시해 준다.
3연의 "청사"는 이 시의 묘미를 더 해준다. 피와 함성이 가득했던 광주 도청 청사를 환유법을 써서 "靑史"로 함은 작가의 높은 경지와 숨은 재치가 번득임을 알 수 있다.
뼈 아픈 시대를 통한하며, 마지막 연에서 "햇살, 살아나는 풀"을 통해 밝은 미래가 반드시 올거라는 희망의 메세지를 작가는 보여준다. 간결한 시어로 많은 사상이 내제된 이 작품은 모든 이에게 공감을 주는 아주 뛰어난 걸작이며 시집 표지의 제목으로 선정 되었다.
첫댓글 저도 이 시를 읽으며 머리 끝이 쭈삣섰답니다. 마치 칼을 맞고 쓰러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서 목청을 돋구는 현장에 자신이 서 있는 느낌... 짜릿합니다.
우리 사루비아 언니는 얼굴도 예쁘고 자상하게 챙겨주는 모습이 늘 아름다운데 교수님의 시를 이렇게 멋지고 자세하게 설명을 하고 있으니 풀은 깎으면 더욱 향기가 진하다는 교수님의 시보다 언니의 글 솜씨가 더욱 향기가 짙은 것 같아요, 언니한테 많이 저도 배워야겠어요, 늘 언니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행운을 빕니다,
빈배님, 추억님 관심 감사합니다. 송천동 개나리 꽃향기 두분께 보내드리지요.후욱~~ ^^
ㅎㅎㅎ 지금 보냈는지 개니리 향기가 진하네요,
정 교수님의 그 시에서 아픈 향기를 맡았습니다. 그런데 님이 이렇게 해설을 해 주시니 더욱 그 향기가 진동합니다. 문학평론은 그래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사루비이의 꽃 향기도 맡고 싶습니다. 예쁘게...
감사합니다. 이수님 ~ 행복한 날 되십시오.
절제된 짧은 문장으로 어찌 그리도 명쾌하고 분명히 시 속의 이야기들을 짚어내십니까? 대단하십니다. 오랜에 사루비아님 글 반가웠습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쓰리에스님^^ 즐거운 주말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