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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카페, 즉 ‘커피를 마시는 곳’이 탄생한 나라는 어딜까? 조금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터키다. 중동을 지배하던 오스만 투르크 제국(현 터키)에 유입된 커피는 기호식품으로써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계 최초의 카페가 14세기경 콘스탄티노플, 지금의 이스탄불에 문을 열었다. 이후 17세기에 오스만 투르크 제국에 의해 커피가 유럽 땅으로 전파됐다. ‘커피’라는 말 역시 터키의 ‘카흐베’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처럼 터키는 커피 문화의 탄생지로 커피와 커피문화의 유래가 상당히 깊고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이곳에서는 ‘터키쉬 카흐베’라는 독특한 터키만의 커피를 볼 수 있다.
▲터키만의 독특한 커피, '터키쉬 카흐베'
터키쉬 카흐베는 우리가 흔히 아는 에스프레소와 상당히 비슷하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 진한 맛 또한 비슷하다. 터키쉬 카흐베는 커피 가루를 물, 설탕과 함께 진하게 끓여 만들기 때문에 커피 찌꺼기가 일반 커피에 비해 많이 남는 편이다. 때문에 터키 사람들은 이 커피 찌꺼기로 운세를 점치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터키 여대생들은 친구와 카페에서 만날 때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서로의 운을 점쳐주면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커피점이 점쟁이 못지않게 신통방통하다는 것!
▲터키쉬 카흐베를 다 마신 후 찌꺼기만 남기면 점을 칠 준비가 완료된다!
커피를 다 마신 후 남은 커피 찌꺼기 모양을 보고 점을 본다. 이때 중요한 점은 찌꺼기의 모양이 잘 형성될 수 있도록 준비과정을 철저히 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준비과정은 다음과 같다.
▲ 터키쉬 카흐베로 운세를 보려면 순서를 따라야 한다.
1. 찌꺼기만 남긴 채 커피를 다 마신 후 자신의 소원을 간단히 머릿속으로 생각한다.
2. 찌꺼기만 남은 커피잔을 커피잔 받침으로 덮어준 후 가슴 높이까지 들어 시계방향으로 세 번 돌린다.
3. 이후 커피잔과 커피잔 받침을 잘 잡고 자신의 몸 방향으로 뒤집는다.
4. 뒤집은 커피잔과 커피잔 받침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커피 찌꺼기가 잘 식을 수 있도록 차가운 금속을 올려둔다.
5. 커피잔 바닥의 열기가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며 친구들과 열심히 수다를 떤다.
▲ 커피잔의 열기가 식은 후 잘 굳어진 커피 찌꺼기
커피잔의 열기가 어느 정도 사라진 후 커피잔을 열어보면 위와 같이 커피 찌꺼기가 굳어있다. 그럼 이 찌꺼기의 모양을 보고 비슷한 모양의 사물(하트, 동물, 사람 등)에 해당하는 의미를 찾아 점을 보면 된다.
▲ 커피잔을 보며 운세를 보고 있는 감제 양
친구들이 하나같이 용하다(?)고 말하는 감제! 삼촌에게서 특별한 비법을 전수받았다는데 과연 그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터키에서는 카페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가족들과 심심풀이로 터키쉬 카흐베를 마신 후 서로의 운세를 봐주곤 한다.
▲ 커피 찌꺼기가 굳어 형성된 모양과 비슷한 사물을 유추해 그 의미로 점을 본다.
필자의 커피잔에는 위와 같이 하트 모양과 뱀이 혀를 내밀고 있는 모양을 볼 수 있었다. 감제 양은 하트는 ‘현재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라는 것을 뜻하고 뱀은 ‘누군가가 내 생각을 바꾸려고 한다’라는 걸 의미한다고 했다. 용한 점쟁이를 제대로 찾아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커피잔 찌꺼기에서 보이는 모양의 자세한 의미는 http://www.serenapowers.com/tealeaves.html#a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도 커피 가루를 설탕, 물과 함께 진하게 끓여 위와 같은 과정을 거치면 터키쉬 카흐베가 아니더라도 운세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또 다른 운세 보기 팁! 커피잔뿐만 아니라 커피잔 받침에 남아있는 찌꺼기로도 점괘를 볼 수 있다.
1. 첫째로 1에서 9까지 숫자 중 하나를 골라 머릿속으로 생간 한 뒤 커피잔 받침에 남아있는 찌꺼기 중앙을 손가락으로 찍어,
잔 받침 테두리에 그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2. 운세를 봐줄 친구가 커피잔 받침의 찌꺼기 모양을 보면서 내가 생각했던 숫자를 추측하는데,이때 친구가 그 숫자를 맞추면 내가 처음 생각했던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반 점쟁이인 터키 친구와 함께 해본 터키 커피로 운세보기! 그들만의 독특한 커피와 커피 문화를 가지고 있는 터키인들! 다양한 커피 프랜차이즈와 즉석커피와의 경쟁에도 불구하고 터키쉬 카흐베는 여전히 터키인들에게 가장 사랑 받는 음료 중 하나다. 터키쉬 카흐베의 매력은 맛뿐만 아니라 '운세 보기'라는 재미있는 놀이까지 겸할 수 있다는 점이지 않을까 싶다. 언제부터, 그리고 왜 터키인들이 터키쉬 카흐베로 운세를 보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터키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커피는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며, 사랑처럼 달콤하다.' 쓴맛과 단맛이 오묘하게 섞인 진한 터키쉬 카흐베 한 잔 속에서 그들은 지옥처럼 검고 죽음처럼 강하고 사랑처럼 달콤하기도 한 우리 내 인생을 엿보고 싶었던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