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대신 권창훈? 권창훈이 그라운드에서 답했다
13일 아르헨티나와 평가전에서 패스를 하는 권창훈. [뉴스1]
짧은 시간이지만 충분했다. 권창훈(27·수원 삼성)이 손흥민(29·토트넘) 대신 김학범호 막차를 탄 이유를 그라운드에서 입증했다.
지난달 30일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도쿄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팀 명단(18명)에선 손흥민이 제외됐다. 24세 이하 연령 제한 외 와일드카드(3명) 유력 후보였지만 김학범 감독의 선택은 황의조(29·보르도), 김민재(25·베이징), 권창훈이었다.
소속팀 토트넘이 손흥민의 차출을 허락했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팬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손흥민이 합류한다면 팀에 보탬이 되는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비교적 다른 포지션에 비해 미드필더 자원이 풍부한데, 권창훈을 뽑은 것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김학범 감독은 "손흥민을 뽑는 게 제일 쉬운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뽑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보호하고 아끼고 사랑해줘야 하는 선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손흥민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당장 9월에 열린 카타르 월드컵 예선까지 고려하면 손흥민의 체력 부담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었다.
13일 아르헨티나와 평가전에서 돌파하는 권창훈. 용인=김민규 기자
본의 아니게 권창훈은 큰 부담을 떠안은 '손흥민의 대체자'가 됐다. 하지만 김학범 감독은 권창훈의 역할을 분명히 했다. 김 감독은 "세트피스에서 득점이 30%가 나온다"며 왼발잡이 세 명(이강인, 이동경, 권창훈)을 거론했다.
기쁘면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권창훈은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는 "감독님이 말씀하셨듯이, 사고 한번 치고 싶은 마음이다.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고 집중하고 있다. 책임감을 가지고 준비 중"이라고 했다.
와일드카드로 발탁된 선수들은 올림픽을 앞두고서야 처음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고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황의조와 달리 권창훈은 김학범 감독과 처음 만났다. 전술과 시스템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 창의적인 플레이가 강점인 권창훈이기에 더욱 시간이 모자라다.
첫 실전은 나쁘지 않았다. 권창훈은 13일 열린 아르헨티나와 평가전 후반 13분 황의조, 이강인(발렌시아)과 함께 교체 투입됐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나선 권창훈은 경기 분위기를 조금씩 바꿨다. 수비진영에서 넘어오는 공을 받아 드리블하거나 연결했다. 상대 파울을 유도하고, 전방으로 찔러주는 패스도 돋보였다. 동료들과 호흡은 아쉬웠지만, 권창훈이 들어가면서 공격 템포가 빨라졌다.
사실 권창훈은 지난 시즌 소속팀 프라이부르크(독일)에서 많이 뛰지 못했다. 국가대표팀 오스트리아 원정에서 코로나 19에 감염된 게 큰 타격으로 이어졌다. 복귀 후에도 종아리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 5월 수원 삼성으로 복귀했고, 벤투호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올림픽 대표팀 첫 경기인 아르헨티나전에서도 강렬하진 않았지만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김학범 감독은 경기 뒤 "아직 함께 훈련한 기간이 짧기 때문에 몸상태 평가는 하지 않겠다. 본선에서 (어린 선수들과) 시너지를 잘 낼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권창훈은 대표팀 내 유일한 올림픽 경험자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출전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멕시코전에선 강력한 왼발슛으로 결승골을 터트려 사상 첫 조 1위를 이끌었다. 권창훈은 "지난 대회에선 어린 나이였지만 이번엔 보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