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겨울, 따뜻한 ‘숲속둥지’에서 동장군과 트위스트를
글·사진 _ 박인호 (전원칼럼리스트, 작가)
기후 변화 여파로 인해 이번 겨울은 정말 혹독하다. 지난해 12월 이후 잦은 폭설과 한파는 겨울 추위 관련 각종 새로운 기록들을 양산했다. 이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절기상 2월에는 입춘(4일)과 우수(18일)가 끼어 있지만, 오매불망 진정한 봄은 아직 멀었다.
전원생활에서 겨울은 왕따의 계절이다. 대개 꽃 피는 봄과 푸른 여름, 결실의 가을 등 3색 계절만을 즐기고자 한다. 심지어 장래 전원생활을 위해 준비 중인 예비 귀농·귀촌인들조차도 그렇다.
그러나 강원도 등 산간지역의 겨울은 길게 보면 그해 11월부터 이듬해 3, 4월까지로 장장 5~6개월에 이른다. 그래서 귀농이든, 귀촌이든 성공적으로 전원 속에 뿌리를 내리려면 이 길고 긴 겨울과 친해져야 한다. 겨울을 제대로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자연에 순응하는 남향의 터를 찜하라
피할 수 없는 혹독한 겨울과 즐겁게 동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원생활의 터를 잘 잡고 따뜻한 집을 지어야 한다. 그러려면 첫 단추인 땅 구하기, 즉 입지 선정부터 추운 겨울을 염두에 둔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전원생활 터는 겨울에 봐야 한다. 그 이유는 푸른 수목이 옷을 벗은 겨울에야 땅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 안 한 땅의 맨 얼굴과 그 속살이 이때야 비로소 드러난다. 특히 밭과 논 등 농지가 아닌 수목이 우거진 임야는 낙엽이 모두 진 겨울이라야 경사도, 지세 등 소위 ‘S라인’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겨울에는 일반인들도 보기에만 좋은 땅과 살기에 좋은 땅을 쉽게 구별할 수 있다. 겨울에 살기 좋은 땅이란 기본적으로 따스한 햇살이 종일 들고 칼바람이 잠잠한 곳이다. 온통 흰 눈으로 덮인 한겨울인데도 햇볕을 풍부하게 받아 눈이 잘 녹아 있는 곳은 남향 땅이며, 그대로 쌓여 꽁꽁 얼어붙어 있는 곳은 북향 땅이다.
주의해야 할 점은 같은 남향의 땅이라고 해도 주변 지세에 따라 겨울 일조량은 큰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예컨대 가까이에 높은 산이 둘러싸고 있는 남향의 땅은 해가 뜨는 동쪽과 해가 지는 서쪽이 가로막힌 경우가 많다. 이런 땅의 겨울 일조량은 동쪽과 서쪽이 열려 있는 남향의 땅보다 훨씬 부족하다. 그만큼 더 춥다.
전원의 겨울은 춥고 눈이 많이 오기에 뒤로는 산이 포근하게 감싸고 있고 앞으로는 전망이 탁 트이고 햇볕이 잘 드는 남향의 터가 좋다. 겨울 땅 보기 요령은 ‘해’와 ‘눈’을 잘 관찰하는 게 포인트다. 항상 해가 밝게 들고 눈이 쉬 녹는 곳이 집 짓고 살기에 좋은 터다.
우리 나무·흙으로 건강하고 따뜻한 집짓기
추운 겨울을 따스하게 나기 위해서는 좋은 터를 잡는 것 못지않게 난방비가 적게 들고 건강에 좋은 전원주택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난방비가 적게 드는 주택은 단열과 기밀이 잘되는 집을 말한다. 건강에 좋은 주택이란 전원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지고 우리 나무와 황토, 돌 등의 자연재료를 사용해 ‘주거 신토불이’를 실현한 집이다. 국산 목재와 황토로 짓되 단열과 기밀이 잘되는 집이라면 금상첨화다.
우리 민족의 전통 한옥(기와 한옥뿐 아니라 초가집, 너와집, 귀틀집 등을 포함한다) 양식에 현대의 라이프스타일을 접목한 (서민)신한옥이 이에 가장 가깝다. 일반 목조주택 중에서도 국산 재료 사용이 점차 느는 추세다.
국산 목재를 주재료로 ‘주거 신토불이’를 실현한 집은 건강·생태주택이자, 탄소를 대량 흡수하기에 ‘탄소 저감 하우스’라고 할 수 있다. 저탄소 녹색성장의 한 축이기도 하다.
‘주거 신토불이’의 주재료인 국산 목재는 산림조합중앙회 목재유통센터와 대리점 등을 통해 구할 수 있다. 산림조합중앙회 목재유통센터는 현재 2곳이 있다. 중부목재유통센터(여주, www.woodkorea.or.kr)는 부지 17만 5,978㎡(5만 3,320평) 가운데 5만 9,600㎡(1만 8,060평)를 조성 완료했다. 건물은 연면적 1만 1,515㎡ 규모로 관리동 외 11동이 들어서 있다. 주력사업은 낙엽송 위주로 건축 내외장재, 조경시설재 등을 가공 처리한다.
동부목재유통센터(동해, www.koreapine.co.kr)는 부지 14만 5,200㎡(4만 4,000평) 가운데 6만 7,982㎡(2만 600평)를 조성 완료했다. 건물은 연면적 1만 4,766㎡ 규모로 제재공장 외 15동이 들어서 있다. 소나무·낙엽송 위주 가공을 통해 사찰재, 한옥재, 건축재를 주로 공급한다.
전국 대리점은 충북도지회(청주, 043-276-4602), 충남도지회(대전, 042-622-1391), 전북도지회(전주, 063-244-5101~5), 전남도지회(광주, 062-954-0070), 김포시산림조합(031-985-2124), 원주시산림조합(033-731-3595), ㈜탑우드(인천, 032-588-2765), ㈜제이탑(예산, 042-488-7589) 등이 있다.
구들방, 벽난로로 훈훈한 겨울나기
겨울을 따뜻하게 지내려면 우선 집의 난방이 잘돼야 한다. 요즘 전원주택을 지을 때는 난방비 절감 및 실내 보온을 위해 아예 기름보일러에 더해 화목 또는 펠릿보일러를 겸용으로 설치하는 사례가 많다. 또한 건강을 지키고 운치도 살리기 위해 방 한 칸 정도는 장작을 때는 구들방을 만들거나, 화목 벽난로를 즐겨 설치한다.
구들은 부엌의 아궁이, 방의 구들장과 고래(둑), 그리고 굴뚝으로 이뤄진다. 아궁이에 불을 피우면 불길이 구들장을 따라 이동하면서 방바닥을 데우고 마지막에 굴뚝을 통해 연기가 빠져나간다. 방을 따뜻하게 하려면 구들장을 잘 까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아래로 불길과 연기가 통하도록 통로를 잘 만들어야 한다. 이 통로를 방고래라고 한다.
고래를 만들 때는 바닥을 비스듬히 높인 뒤에 돌(고래둑)을 쌓아서 열이 이동할 길을 만든다. 이렇게 해야 방바닥이 비교적 골고루 데워진다. 이동하는 길은 1로식, 2로식, 다주식, 다로식 등이 있는데, 열기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 다로식을 많이 한다.
함실아궁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군불아궁이’라고도 한다. 부뚜막이나 부넘기 없이 바로 구들 밑으로 불을 땔 수 있도록 방 한쪽을 깊이 파고 그 부분에 두꺼운 구들장을 놓는다. 구들장에 직접 불길이 닿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땔감으로 빨리 방을 데울 수 있다. 고래의 더운 기운을 오래 보존하기 위해 아궁이 입구를 막아두는데 철제문을 달기도 한다.
요즘처럼 핵가족 시대에는 많은 돈을 들여 커다란 집을 짓기보다는 장작을 때는 작은 구들방을 갖춘 강소주택이 여러모로 좋다. 구들방 하나만 있으면 한겨울이라도 기름값 걱정을 덜며 따뜻한 전원생활을 즐길 수 있다. 나이 든 사람들에겐 찜질방으로도 제격이다. 구들방과 벽난로의 장점만을 결합한 ‘벽난로 온돌방’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서양에서는 벽난로가 거실의 중심이라 할 만큼 건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산간지역 전원주택의 경우 겨울철 난방비 절감 및 보온 효과, 미관상의 이유로 벽난로 설치가 확산되고 있다.
벽난로는 크게 독립적인 난로 형태와 벽면과 일치하는 ‘매립형’, 그리고 벽면 앞에 놓는 ‘돌출형’으로 나뉜다. 벽면 기능을 하면서 양쪽에서 모두 즐길 수 있는 ‘양면형’도 있다. 아울러 장식은 물론 열효율과 편의성을 높인 고성능·고품격 벽난로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벽난로는 난방 면적과 위치, 분위기에 맞춰 꼼꼼하게 선택하고 잘 시공해야 한다. 특히 벽난로 앞에는 최소 1m 이상의 바닥을 타일이나 벽돌 등으로 깔아 화재 위험을 차단해야 한다. 잘못된 벽난로 선택과 시공으로 벽난로 굴뚝이 되레 실내 열기를 빼앗거나, 집 안으로 연기와 빗물이 스며드는 등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겨울은 겨울답게 사는 마음가짐이 중요
추운 겨울을 피하지 않고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좋은 터를 구해 건강하고 따스한 실속주택을 짓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겨울은 겨울답게 생활하고자 하는 마음가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지난 2010년 가을에 도시를 내려놓고 강원도 홍천 산골에 전원둥지를 튼 필자 가족은 한겨울 실내온도를 영상 7~13℃로 유지한다. 동파 방지와 습도 제거를 위한 최소한의 난방만 한다. 실내온도를 낮추면 난방비가 절감되고 건강에도 좋기 때문이다.
대신 몸은 철저하게 보온한다. 내복은 기본이고 그 위에 인조양털 덧옷과 군인들의 동계용 ‘깔깔이’를 덧입는다. 또 잠을 잘 때는 보온매트가 깔린 침대나 매트리스 위에 침낭과 두꺼운 이불을 펼쳐놓고, 먼저 바닥을 따뜻하게 데운 다음 전기를 끄고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하면 몸은 전혀 춥지 않다. 실내 안팎의 큰 기온 차로 인해 차고 깨끗한 바깥 공기(산소)가 실내로 유입되어 자고 일어나면 머리와 몸이 아주 맑고 개운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건강법을 저온수면법이라고 한다. 사람의 몸은 잠을 자는 사이 휴식과 회복이 되는데, 산소 공급이 잘돼야 백혈구 활동이 왕성해지고 면역력이 강화된다. 산소를 받아들이는 기관인 폐의 폐포는 피부의 모공과는 반대로 찬 공기일 때 열리고 더운 공기일 때 닫힌다. 따라서 실내 온도가 낮으면 폐포가 활짝 열려 몸의 천연치료제인 신선한 공기(산소)를 한껏 받아들여 좋은 피가 만들어진다.
이번 겨울에는 잦은 폭설과 한파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급증해 반복적으로 전력대란(블랙아웃) 위기를 겪었다. 산간 전원생활에선 도시의 아파트처럼 반팔로 생활하던 습관은 버려야 한다. 겨울은 겨울답게 사는 게 맞다. 겨울답게 많이 입고 많이 덮고 자면 된다. 건강에 좋고 가계 난방비도 줄이고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면 일석삼조가 아닌가.
강원 인제군 미산계곡에 들어선 한 통나무황토집의 풍경. 국산 나무와 황토로 지어져 자연미와 건강미가 한껏 묻어난다.
홍천과 평창에 걸쳐 있는 계방산(1,577m) 정상에서 바라본 한겨울 강원 산간지역의 풍광. 겨울의 아름다움과 차가움이 동시에 뿜어나온다.
추운 겨울을 따스하게 보내려면 에너지가 적게 들며 건강에 좋은 집이 필수적이다. 국산 나무와 황토로 지은‘신토불이 한옥’의 모습.
겨울 난방비 절감 및 실내 보온을 위해서는 전원주택 안에 구들방이나 벽난로를 놓는 것도 한 방법이다.
국산 목재는 산림조합중앙회 목재유통센터와 대리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경기 여주군 여주IC 인근에 위치한 중부목재유통센터의 전경.
목재펠릿을 연료로 사용하는 난로.
첫댓글 너무 멋져요...
겨울은겨울답게......맞는말씀입니다... 또 코를베는 추위도 겨울의 매력이지요..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