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길성
Hanoi 하노이
천년의 도시를 만나다
호엠끼엠 호수 ...
도시가 기지개를 펴기 시작하는 아침, 곳곳에 청아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창문 밖 거리에는 이미 오토바이 행렬이 시작되었고 노천카페의 작은 의자에 앉아 모닝커피를 마시거나 쌀국수로 아침을 시작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분주한 도시의 아침은 그렇게 색다른 종소리와 함께 시작되고 있었다.
하노이 거리를 샤부작샤부작 걸어본다.
오래된 건물이 머금은 세월이 눈에 들고 마음에 새겨지자 이유를 알 수 없는 편안함이 밀려온다. 고색 찬란한 옛정취와 현대가 공존하는 천년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베트남의 심장 하노이다.
움츠렸던 겨울이 드디어 가고 봄,봄이 왔다. 색다른 일상을 떠올리고 있다면 일탈을 꿈꾸며, 한층 세련된 봄 여행 테마로 떠나 보는 건 어떨까.
기대하지 않고 갔다가도 여행을 마치고 나면 유난히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도시 하노이를 만나다.

매력적인 아오자이와
농라의 여인 -
베트남을 생각하면 단아한 아오자이를 입은 여인들이 얼른 떠오른다. 그것은 늘 중국의 치파오나 일본의 기모노보다 훨씬 선명하게 떠오르는 장면일 것이다. 따가운 햇볕을 가리기위한 수단인 베트남 전통모자 “농라”는 그 특유의 아우라를 풍기며 여전히 여행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커다란 삿갓모자 안에 보일 듯 말 듯 스쳐가는 순수한 이곳 여인들의 눈빛은 우리가 연상하는 베트남 여인만의 매력을 그대로 담고 있다.
아오자이는 베트남 최후의 왕조인 응우엔 왕조 창건이후 온 국민들이 즐겨 입는 의상으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물론 오늘날 베트남 여인들이 입는 아오자이는 본래의 모습과는 다소 차이점이 있다. 편의를 위해 프랑스 식민지 시절 유행했던 프랑스 스타일을 접목시킨 형태다.
하지만 아오자이를 곱게 차려입은 여인에게 시선이 머무는 것은 베트남 여인들의 아름다움을 발산하기에 가장 매력적인 옷이기 때문일 것이다. 숙소 주변의 항가이 거리에는 유독 아오자이가 많았다. 원래 베옷을 팔았던 이 거리는 현재 하노이의 대표적인 실크로드로 통한다. 2백 미터가 넘는 도로를 장악하고 있는 900여개의 실크 숍이 있다. 미국 힐러리 장관도 이곳 방문시 이 거리에 머물렀다고 한다.
봄빛에 물든 고운 아오자이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은 동서양 모두 마찬가지인가 보다.
하지만 화려한 색감의 아오자이는 어쩐지 더 눈길이 가지 않는다. 옅은 오렌지 색상의 심플한 아오자이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수줍은 빛깔이 더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기원전 3천년 경부터 사람이 살던 흔적이 발견 되었던 이곳은 2010년도 도시건설 천년을 맞이한 유서 깊은 삶의 터전이었다.


하노이 구시가지 , 36통
안내 지도를 따라 항가이 거리를 벗어나니 구시가지가 펄처 들었다.
하노이 구시가지는 호안끼엠 호수 주변으로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집중되어있다.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좁은 도로 사이사이 다양한 상접들이 눈과 입을 즐겁게 만들기 때문에 걸어서 들려 본다 해도 지루할 틈이 없다. 하노이 관광 안내 지도의 유독 자주 눈에 띄는 글자가 있다. 바로 항자로 시작되는 거리 이름이다. 항마,항박,항꽛,항쩨에우,항디에우,항저우 ... 항이라는 뜻은 물건을 뜻한다. 항마는 종이,항박은 금과 은, 항꽛은 부채, 항쩨에우는 돗자리를 파는 거리를 지칭한다.
호안끼엠 호수 북쪽에 넓게 퍼져있는 구시가지는 11세기부터 왕실에 납품하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조성된 거리다. 왕실에서 사용되는 물건이기 때문에 전국각지에서 모여든 장인들이 저마다 솜씨를 뽐냈다. 그때부터 거리마다 특화된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그 오랜 전통을 뒷받침 해 주듯 지금도 온갖 특산품이 몰려있다.
36개의 거리로 얽혀있다고 해서 흔히 36통이라 불리지만 실제거리의 수는 500여개의 달한다. 마치 미로처럼 보이는 구시가지 지도를 가지고 한참을 고민하고 목적지를 정해야한다. 호안끼엠 호수앞 분수대를 정하는 게 제일 걷기에 좋다. 사람과 씨쿨로, 거기에 넘치는 오토바이와 뒤섞인 좁다란 골목거리에는 각종 기념품 판매대, 커피, 과일, 의류가 넘쳐난다.
안내 팜프렛을 들고 그저 눈이 이끄는 대로 걷기로 했다. 그러다 길을 잃으면 다시 호안끼엠 호수앞 분수대를 찾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뚜벅이로 나섰다.
하노이가 베트남에 심장이라면 호안끼엠 호수는 그 하노이의 영혼이라 불리는 곳이다. 생각보다 아담한 이 호수는 길이가 700m 정도인데 호수의 불빛이 녹색이라 해서 룩투이(녹색)호수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호안끼엠 북쪽 분수대는 젊은이들의 약속장소로 즐겨 찾는 곳인 듯 해가 지면 연인들로 북적인다. 저마다 북적대는 구시가지 골목사이사이로 돌아보면 베트남의 전원적인 풍경을 담은 유화 그림이 즐비하게 놓여 잇다. 또 그 옆으로 돌아가면 은세공 장인들이 행인들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작업에만 몰두중이다. 그러다 그 골목 끝 또 다른 골목의 시작점에는 달콤한 건조 과일을 가득 싣고 손님을 기다리는 가게들이 늘어져 있었다.
골목마다 사람 사는 이야기는 가득했고 다음 골목과 또 그렇게 이야기가 이어졌다.
하노이 베트남인들의
봄을 이룬 호찌민 -
하노이를 대표하는 건축물은 안타깝게도 프랑스가 베트남을 침공, 사이공 조약을 맺어 지배하던 시기(1862년)에 지어진 콜로니얼 건축물 들이다.
“도시가 강안 쪽에 있다는 뜻”의 하노이에는 곳곳에 호수와 공원이 많은 편이다. 비록 프랑스 식민지 시절 지어진 것이지만 유럽에 온 듯한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는 콜로니얼 건축물들이 아름다운 자연과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그 중 최고로 꼽히는 건물은 1911년에 건설된 오페라하우스다.
파리에 오페라하우스를 그대로 모방해 만든 이 건축물은 높은 천정과 아름다운 벽이 인상적이다. 이 건물을 배경을 삼아 기념사진 찍기에 탐방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이 오페라하우스에는 현재도 다양한 공연들이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유명한 건축물은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주석궁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총독의 사저로 쓰였던 이 건물은 현재 주인이 없는 건물로 가끔 외국 국빈들의 접견실로만 이용되고 있다.
이 아름다운 건물이 이렇게 비워있는 것은 1954년 프랑스 군대를 추방하고 주석궁으로 사용하려고 했지만 검소한 생활을 중요시했던 호찌민 주석이 입주를 거부했던 것. 주석궁 옆에 있는 호찌민 묘를 보면 베트남 사람들이 그를 얼마나 추앙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화장한 자신의 유해를 베트남 북부와 중부에 나누어 매장해 달라는 그의 유언이 있었지만 국민들은 그를 그렇게 보낼 수 없어서 호찌민 생전에 맞이한 79번의 봄을 뜻하는 79그루의 소철나무가 심어진 그의 거대한 묘역 안에는 그가 사망한지 40여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양호한 상태로 유지되고 있고 그의 시신이 유리관에 보관되어 있다. 정기적으로 러시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시신을 관리하면서까지 그를 추모한다.
그들에게 호찌민은 영원한“호 아저씨”이자 가장 존경 받는 지도자임이 틀림없다.


베트남 역사의 꿈 하노이
여행을 하다보면 같은 길을 다시 지나치기 일쑤다. 여행의 마지막 날 결국 호안끼엠 호수를 다시 지나치게 되었다. 나무 그늘에 않아 호수를 바라보면서 야외 카페가 많아 하루 종일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노천카페마다 놓인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의자가 이색적이다. 자구만한 체구의 베트남 사람들에게 무척 잘 어우리는 낮은 플라스틱 의자는 그야말로 우리의 목욕탕의 의자 바로 그것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그 작은 의자에 않자 끝도 없이 해바라기 씨를 까먹으며 짙은 농도의 베트남 커피를 마시는 이들의 표정에는 불편함이란 찾아 볼 수 없다. 옹기종기 않아 붙어 않을 수 없는 풍경에 정감이 묻어난다. 서로의 무릎이 닿을 만큼 비좁은 노천카페에서 나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않아 커피를 주문했다.
주문한 커피는 바로 베트남을 대표하는 커피인‘카페쓰어’다. 캐러멜 마카이토도 울고 갈 달디 단 커피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연유 맛이 커피 향을 압도하는 이 달달한 커피가 최고다. 작은 의자이지만 않아보니 의외로 편했다.
복잡한 이국의 도심을 헤매다 오롯이 나만을 위해 마련된 공간에 초대 받은 느낌이다. 직접 걸어야 할 때는 마냥 복잡해보이기만 하던 거리에 멈춰서 바라보니 왜 현지인들조차 그토록 흥미롭게 구경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오토바이 무리들 사이로 사람들은 끝없이 무언가를 사고팔았다. 씨클로 페달을 밟는 이들이나 거리음식을 만들고 있는 이들도 그들의 하루가 다하기까지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누가 이도시를 역사의 도시로 추억할 수 있을까. 지난 천년을 하루같이 달려온 하노이는 오늘도 꿈틀대고 내일도 꿈틀될 것이다.


베트남 요리하면 쌀국수 ..
알고 고르면 더 맛있는 베트남 푸드
여행에서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은 단연 이색적인 현지 음식을 맛보는 일이다.
특히 베트남 음식은 한국에서도 이제 자리 잡은 터라 이미 한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쌀과 면을 즐겨 먹는 우리의 식단과 비슷한 베트남 음식을 가볍게 줄기는 다양한 단품 요리들 또한 곁들이기에 적당하다. 그렇게 즐거운 미식여행을 꿈꾸며 찾아간 여행지에서 만난 메뉴판에는 온통 알쏭달쏭한 음식들뿐이다. 사진만 들여다보다 결국 한국에서도 자주 먹었던 쌀국수와 파인애플 볶음밥을 쉽게 시켜 먹었다.
맛을 모르니 이곳에서 여행하는 중 내내 쌀국수만을 먹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지 않으려면 베트남 푸드 열전을 폭 넓게 천천히 선택해야 갰다. 알고 고르면 더 맛있는 베트남 음식 요리이다.
세계가 사랑하는 베트남 음식 쌀국수(Pho'&Bun 퍼&분 ).베트남 요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쌀국수. 쌀국수는 면의 굵기에 따라 그 종류기 나뉜다. 우리가 흔히 먹는 쌀국수면 은 “퍼”라 불리는 널찍한 국수이고, 그보다 가느다란 면발은 ”분“이라고 불린다. 또한 볶음 국수 요리에 사용되는 ”미“라고 불리는 면은 달걀을 넣어 반죽해 노란색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퍼가”라고 불리는 닭고기 쌀국수도 담백한 맛으로 꾸준히 인기 있는 메뉴, 특히 “분”이라 불리는 가는 면발의 쌀국수는 북부지반의 대중적인 음식이며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함께 줄기는“분찌”는 여행지에서 꼭 맛봐야 할 음식 요리다.
반미(Ba'nh Mi),베트남어로 베케트 빵 혹은 식빵을 뜻하는“반미”우리가 흔히 줄기는 분식처럼 길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간식거리이자 가벼운 한 끼로 훌륭한 메뉴다. 프랑스 식민지 지배를 받던 시기에 프랑스인들에게 의해 전해진 바게트는 처음에는 상류층에서 즐기는 고급 음식이었다. 허지만 현재는 양념된 쇠고기와 돼지고기구이, 닭고기와 피클, 야채 등을 넣어 샌드위치로 대중화 되여 즐긴다.
기호에 따라 달라지는 레시피 볶음밥, 한입에 즐기는 월남쌈“스프링 롤”. 스프링 롤은 식사 전에 가볍게 줄기거나 사이트 메뉴로 곁들이기에 손색없는 라이스페이퍼에 재료를 말아 튀기거나 스팀을 이용해 익히는 요리다.
색다른 월남 쌈에 도전해 보고 싶어 반봇록(롤쌈)을 주문했다. 바나나 잎에 전분과 새우를 넣어 쪄낸 이 음식은 바나나 잎의 향긋함이 감돌고 바삭한 식감이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궁금증에 눈치 보지 않고 기웃기웃 찾은 길,
역시 그 길 위에서 식탐까지 여행지에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잠시 내려놓았던 음식거리, 덕분에 길을 걷는 발걸음이 느려졌다.
여기까지만 이라도 괜찮다. 다음에 맘 내키면 또 다시 오면 그만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