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서가 야곱을 미워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우승호]

유대 전통적으로 에서가 야곱을 미워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Sifre Bamidbar, 9:10)

에서와 야곱은 이삭과 리브가 부부의 두 쌍둥이 아들들이지만 그 성향은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큰 아들 에서는 들의 사람이었고 야곱은 장막의 사람이었습니다. 성문토라의 주석서인 미드라시에 따르면, 에서는 토라 공부보다는 들판에 나가 사냥하는 걸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야곱은 장막에서 토라를 공부하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이삭과 리브가는 그런 야곱을 특별히 토라 학교에 어렸을 때부터 보냈습니다. 당시의 토라 학교의 교장은 노아의 아들 셈과 셈의 손자 에벨이었습니다. 야곱은 이곳에서 토라를 배웠기 때문에 장자권과 축복의 의미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 야곱은 형과의 불화를 피해 하란에 거주하는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떠날 때 중간에 다시 셈과 에벨의 토라 학교에서 14년간이나 더 토라를 공부했다고 합니다.

야곱은 토라의 상징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할아버지 아브라함이 선행의 상징이고 그의 아버지 이삭은 예배의 상징인 것과 비교됩니다. 이는 피르케이 아보트 1:2에 등장하는, "세상을 지탱하는 3가지인 토라, 예배, 선행과도 각각 대응합니다.

어쨌든, 어머니 리브가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에서가 받아야 할 장자권과 그 장자가 받아야 할 축복까지도 중간에서 가로챈 야곱은 형 에서의 미움을 사게 됩니다. 그런데 에서를 피해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간 야곱은 그곳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들을 낳고 재물도 충분히 모았습니다. 야곱은 20년이 지난 뒤 외삼촌 라반의 집을 몰래 빠져나와 고향 땅에서 다시 형 에서와 조우하게 됩니다. 그는 수많은 재물을 선물로 보내며 형 에서의 미움을 누그러뜨리려고 애씁니다. 그게 효과가 있었던지 실제로 두 사람이 만났을 때 형 에서는 동생 야곱을 껴안고 상봉의 눈물을 흘리며 키스했습니다.

"에서가 달려와서 그를 맞이하여 안고 목을 어긋맞추어 그와 입맞추고 서로 우니라"(창세기 33:4).

유대인들에게는 일종의 피해의식이 있습니다. 그 피해의식은 모든 민족들이 자신들을 미워한다는 것입니다. 반유대주의가 대표적입니다. 유대인들은 이유 없는 증오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LA에서 랍비 아론 패리(R' Aaron Parry)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그는 이스라엘은 숙명적으로 시기질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출애굽 이후에 이스라엘이 하나님으로부터 시내산에서 토라를 받았는데, 그 산의 이름인 시내(Sinai)의 본래 뜻 속에 시기질투라는 뜻이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창세기 미드라시에 따르면, 하나님이 토라를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고 싶은데, 어느 산에서 줄까?라고 고민할 때 수많은 산들이 그에게 나아왔다고 합니다. 크고 웅장한 산, 아름다운 산 등등. 그러나 하나님은 최종 시내산을 선택하셨는데, 그 이유는 시내산이 가장 볼품 없고 초라했으나 겸손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는 고린도전서의 말씀과 일치합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고전 1:27).

바르샤바의 랍비 메나헴 젬바(R' Menachem Zemba of Warsaw)는 반유대주의의 근원을 에서의 야곱에 대한 증오에서 찾았습니다. "유대인을 미워할 이유를 끊임없이 찾는 사람들이 있다. 랍비 시몬 벤 요하이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야곱에 대한 에서의 증오는 그 자체로 변하지 않는 법칙이 되었다. 그 증오는 이유나 어떤 동기, 심지어 논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형성된 게 전혀 아니다.""

그러나 이런 막무가내의 증오를 극복하는 방법은 형제애밖에 없음을 피력하는 랍비도 있습니다. 랍비 아브라함 이삭 쿡(R' Abraham Issac Kook)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에서와 야곱, 이스마엘과 이삭의 형제애야말로 현재의 사악한 세대가 만들어낸 반유대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극복할 뿐만 아니라 빛과 완전한 은혜의 시대를 열 수도 있다고 본다."

한 유대 현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토라와 진리의 꿀에 절여진 이런 진보적인 사고를 우리의 삶의 걸음걸음마다 품고 이상적인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Igroth Rayah, 142). 성경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창세기 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