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물고기의 기적 (1550)
틴토레토
틴토레토(Tintoretto,1518-1594)는 16세기에 베네치아를 대표하는 화가이다.
특이한 시점의 역동적 구성, 독창적으로 배치된 극적인 자세의 인물들,
극단적인 명암대조를 특징으로 하는 에너지 넘치는 그의 작품은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마지막 단계를 보여주는 바로크라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무대를 만들었다.
그가 1550년경에 그린 <빵과 물고기의 기적>은
네 복음서가 모두 전하는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으로
마태오복음 14장 13-21절, 마르코복음 6장 30-44절,
루카복음 9장 10-17절, 요한복음 6장 1-14절이 그 배경이다.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은 갈릴래아 호수 곧 티베리아스 호수 건너편이다.
현재 ‘타브가’라 불리는,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을 기념하는 성당은 전승에 따라
갈릴래아 호수 북서쪽, 카파르나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양옆으로 작은 언덕이 있고 가운데 호수가 있다.
그런데 예수님 뒤로 호수 건너편으로 많은 군중이 따르고 있다.
예수님께서는 산 중턱에서 어린아이가 내미는 빵을 집어
안드레아에게 주시며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게 하셨다.
예수님께서는 많은 군중이 당신께 오는 것을 보시고
“저 사람들이 먹을 빵을 우리가 어디에서 살수 있겠느냐?” 하고 물으셨고,
제자들 가운데 하나인 시몬 베드로의 동생 안드레아가 예수님께
“여기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였으며,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자리 잡게 하여라.” 하고 이르셨고,
빵을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사도들에게 나누어 주게 하셨기 때문이다.
예수님 오른쪽에는 안드레아가 몸을 돌려 예수님께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다고 알리고 있으며,
예수님 왼쪽에는 한 아이가 빵을 바구니에 담아 예수님께 드리고 있고,
그 아이의 발아래에는 물고기 두 마리가 바구니에 담겨 있다.
예수님께서 그 아이가 가진 빵과 물고기로 오천 명을 배불리 먹이셨기 때문이다.
그림의 전체 분위기는 매우 산만하다.
화려한 머리 장식과 드레스를 입은 많은 여인은 성경의 내용과 어울리지도 않는다.
특별히 아이들을 안고 있는 여인들이 많아 예수님께서 자식에게 젖을 주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빵의 기적을 행하셨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는 것뿐이다.
사도들의 복장을 한 사람들은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사람들의 상태를 살피고 있다.
그런데 그림 왼쪽 전면에는 웃통을 벗고 있는 병자와
그 뒤에 있는 여인이 예수님을 바라보며 자비를 청하고 있다.
그분께서 병자들에게 일으키신 표징들을 보고 많은 군중이 그분을 따라갔기 때문이다.
오천 명을 먹이신 이야기는 성찬례를 생각하게 한다.
예수님께서 빵과 물고기를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군중들에게 나누어 주셨다는 것은 성찬례의 모습과 상당히 가깝고,
예수님을 따르는 이들에게 빵으로 배고픔을 채워주는 것 역시 성찬례의 의미와 비슷하다.
“하느님의 빵은 하늘에서 내려와 세상에 생명을 주는 빵이기 때문이다.”(요한 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