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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소망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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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스크랩 `사막에 샘이 넘쳐 흐르리라`
구봉환목사 추천 0 조회 138 17.12.17 00:0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38118

 

 

'사막에 샘이 넘쳐 흐르리라'



글 : 오소운 목사



1971년 봄, 한국찬송가위원회 총회가 종로 5가 기독교회관 강당에서 열렸다. 당시까지만 해도 동 위원회는 한국교회협의회(National Council of Churches / NCC) 산하 단체로서 상임직원은 없고, 비상임 간사가 대한기독교서회1) 한 모퉁이에 책상 하나 놓고, 일이 있을 때에만 나와서 사무를 보고 있었는데, 당시 간사는 조의수(趙義秀, 1931~1980)였다.


조의수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하고 한동안 KBS에서 반주를 하였고, 대한합창단(지휘 나운영)에서 반주를 하였다. 향린교회를 비롯해 여러 교회의 찬양대 지휘를 하였다. 그는 1965년 최초의 내 작곡 발표회 때 반주까지 할 정도로 나와 친한 사이인데, 오전 회의를 마치고 내가 근무하는 7층 월간《기독교교육》사무실로 올라왔다. 커다란 눈에 눈물이 글썽하였다.

 

 

기도하는 조의수

 

사연을 알고 보니 회계보고가 엉망이어서 간사를 경질하자는 말들이 지배적이라는 것이었다. 고정수입이라고는 쥐꼬리만한 위원회 월급 뿐, 피아노 레슨으로 근근히 살아가는 그에게 간사 경질이란 치명적이었다.


조의수가 나간 다음「평생의 심우(心友)」김성호(金聖浩, 1930~ ) 목사가 찾아와, 위원회 간사를 경질해야겠다, 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에게 조의수를 두둔해 말하였다.

                                           

 김성호 목사


“그 사람은 막역한 내 친구야. 음악이 전문이지 회계법은 모르는 사람이니 이번 한 번만 용서하고 넘어가도록 도와주시오. 그의 친척 중에 공인회계사가 있다니까, 내년 총회부터는 그에게 재정보고를 감수 받아 제출하도록 하고, 한 회기만 미루도록 힘을 써 주시오.”

그리하여 오후 속회 때 김 목사가 제의하여 경질 사태는 면하게 되었다.


그 날 우리 세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함께 저녁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두 가지를 제안했다.


첫째 찬송가 발전을 위해서 찬송가 위원회를 독립시키고, 성서공회와 마찬가지로「찬송가공회」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기독교서회의「주일학교 찬송가, 1962」가 나온지 10년이 되었으니, 찬송가위원회에서 NCC 산하 각 교단 연합으로「어린이 찬송가」를 만들자.


두 친구는 전적으로 내 의견에 동의하여 찬송가위원회를 독립시켜 찬송가공회로 만드는 작업은 김성호가, 어린이 찬송가 만드는 작업은 조의수가 추진하기로 하였다.


얼마 후 조의수가 나를 찾아왔다.

“우리 찬송가위원회에서 어린이 찬송가를 내기로 하였는데, 오형하고 같이 일을 해야 할 텐데, 각 교단에서 추천해온 위원 명단에 오형 이름이 없어. 어떡하지?”

“찬송가위원회 위촉 전문위원으로 하면 될 텐데….”

“그러려면 실행위원회를 열어야 하지 않아? 한번 회의를 열려면 회의비가 엄청나거든.”


“모두 바쁜 분들이니까, 취지를 설명하고 전문위원 명단을 작성하여 일일이 찾아다니며 서명을 받으면 돼.”

“그렇게 하는 법도 있나?”

“물론 편법이야. 이런 걸「서면결의」라고 하는데 긴급을 요할 때 더러 쓰거든.”

이렇게 하여 나운영 선생과 나는 전문위원 위촉을 받아 교단 연합 어린이 찬송가 편찬 작업에 참여하였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어린이 찬송가」란 제호를 사용하지 말라는 공문이 날아온 것이다.2) 하는 수 없이「찬송가(어린이용)」이란 이름으로 편집에 들어갔다.


당시 찬송가위원회 위원장은 나에게「소운(小雲)」이란 아호를 지어주신 은사 김정준 목사님이고, 편집 위원장은 내게 작곡을 가르쳐주신 나운영 장로였다. 전문위원은 나운영, 조의수, 오소운 세 사람이니, 일은 일사천리로 잘 진행되었다. 세계 각 나라 교회연합회에 협조 공문을 보내어 그들이 보내온 어린이 찬송들을 번역하여 넣었는데, 많은 나라들이 어린이 찬송가를 보내 왔다.

그 나라들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캐나다, 중국, 인도, 아프리카, 일본, 이스라엘, 스위스, 오스트레일리아 등 13개국이었다.


국내 것도 엄선하여 채택하고, 새로 작사, 작곡도 하여 총 250곡 중, 한국인 작품이 87곡(35%)이나 수록되었다.


나 운영 선생님은 성인 찬송가에서 채택한 찬송 중 어린이용을 제외한 50곡만을 4부로 하고, 200곡을 모두 반주부 2부 합창곡으로 편곡하였다. 조의수가 예산 걱정을 하면

“걱정 마시오. 예산 한도 내에서 주는 대로 받을 테니.”

하시는 것이었다.


이「찬송가(어린이용)」의 특징은 우리나라 처음으로 면지에 애국가를 실었다는 것이다. 감리교 윤치호(尹致昊) 장로가 작사한 현 애국가는 본디「애국 찬송」(Patriotic Hymn)이었고, 그가 편집한「찬미가, 1908」14장이 실려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모든 곡조에 메트로놈(Metronome) 수치를 적어 넣어, 노래의 속도를 알려준 점이다. 그리고 옛날 유년주일학교에서 부르던 노래를 찾아서 리바이벌시킨 것이다. 교독문도 41편이나 실었다.


책은「어린이용」과「교사용」두 가지로 냈다. 어린이용은 문고판 크기에 비닐커버 반주는 없이 2부 합창곡이고 값은 250원이었고, 교사용은 반주곡을 다 붙여 국판 양장으로 내었는데 값은 1,000원이었다.


초판은 어린이용은 1973년 1월 15일, 교사용은 7월 30일에 내었다.


「찬송가(어린이용)」편집이 한창이던 1972년 5월 6일, 나는 이스라엘에서 보낸 낱장으로 된 노래 하나를 발견하였다. 나는 노래를 만나면 가사보다는 먼저 곡조를 보는 습관이 있다. 속으로 불러보던 나는「이거 멜로디가 괜찮은데?」하고서 작곡자 난을 보았다. 'Hebrew Melody' 라고만 기록되어 있을뿐 이상하게도 가사는 없었다.


나는 이 가락에 매료되어 즉석에서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성경말씀이 떠올랐다.


이사야가 예언한「그 때에」야훼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나라가 이르리라. 사막이 장미꽃 같이 피어나고, 이리가 어린양과 같이 뛰놀고, 어린이가 독사 굴에 손을 넣고 장난을 하는「사랑과 기쁨의 영원한 나라」메시야 왕국이 도래하리라. 나는 성경을 찾았다.


― 그 때에는,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새끼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새끼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풀을 뜯고, 어린 아이가 그것들을 이끌고 다닌다. 암소와 곰이 서로 벗이 되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누우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는다.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 곁에서 장난하고, 젖뗀 아이가 살무사의 굴에 손을 넣는다. "나의 거룩한 산 모든 곳에서, 서로 해치거나 파괴하는 일이 없다." 물이 바다를 채우듯, 주님을 아는 지식이 땅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사 11:6-9).


당시 우리나라는 박정희 대통령이 민주화를 갈망하는 국민의 갈망과는 반대로, 유신을 선포한(1972. 10. 17) 직후이기 때문에, 평화와 사랑의 나라가 갈망되던 시절이라 이런 성경말씀이 떠올랐는지 모른다. 나는 이 성경말씀을 가지고 히브리 가락에 맞추어 다음과 같은 가사를 작사하였다.


<1절>

사막에 샘이 넘쳐 흐르리라.

사막에 꽃이 피어 향내 내리라.

주님이 다스릴 그 나라가 되면은

사막이 꽃동산 되리. (사35:1-6).


사자들이 어린양과 뛰놀고

어린이도 같이 뒹구는

참 사랑과 기쁨의 그 나라가

이제 속히 오리라.


<2절>

사막에 숲이 우거지리라.

사막에 예쁜 새들 노래하리라.

주님이 다스릴 그 나라가 되면은

사막이 낙원 되리라.

 

독사 굴에 어린이가 손 넣고

장난 쳐도 물지 않는

참 사랑과 기쁨의 그 나라가

이제 속히 오리라.


멜로디만 있는 악보를 오선지에 다시 그리고 내 가사를 적어 넣은 다음 음악위원회에 제출하였다. 위원장 나운영 장로는 곡을 쓱 훑어보더니

“이 곡 어디서 났습니까? 참 좋은데 이것 채택합시다. 여러분 어떠세요. 같이 불러 볼까요?”

 

위원 모두가 함께 불렀다.

“그런데 맨 끝 마디「사막이 낙원 되-리라」는 리듬이 [라라(la-la)]로 끝나는데, 점4분음표 한 음으로 하여「사막이 낙원되리라」[la - - 0] 로 고칩니다.”


모두들 그게 좋겠다고 하자 나운영 장로는 그 자리에서 반주를 작곡하였다. 이렇게 하여 이 히브리 찬송은 다시 한국에서 태어나「찬송가(어린이용), 1973」238장에 작사자 이름은 빼고 채택되었다.


그런데 이 노래는 교회 어린이 찬송가로 애창되기 전에 「유신체제 반대운동 노래」로 채택되어 전국 대학교에서 데모할 때에 이 찬송이 불리었다.

 

 

                                                                                       

 한신대학교 교목실에서 펴낸 <채플 찬송가> 164장에 있는 <사막에 샘이 넘쳐 흐르리라> 악보

 


위 악보는 학생데모에 앞장섰던 한신대학교「채플 찬송가」164장에 실려 있는「사막에 샘이 넘쳐」이다. 이 곡조는「찬송가(어린이용)」238장을 그로 복사해 실린 것이다.

 

 

 

 후에 나온 <어린이 찬송가, 1988> 162장부터는 다음 그림에서 보는 대로 작사자 이름을 밝혀 놓았다.

                                                                                                                                                  

 

  

<참고> 미디로 들으시는 곡조는 이 원곡과 조금 달라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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