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절필하다시피 했는데요,
카페를 위해서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 동안 제 마음 속에 고였던 여러가지 잡스런 생각들이 있어서,
글 거리를 찾기는 어렵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만,
그래도 제 글이 읽을만한 글이 되도록 마음을 가다듬어 보겠습니다.
최근들어 하리모토 선수의 위세가 드셉니다.
하리모토 선수는 전진에서 강하게 압박하며 타이밍으로 승부하죠.
그리고 하리모토 선수의 스타일은 전 세계 탁구선수들의 모델이 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어린 선수인데 정말 대단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탁구 역사 속에서 ITTF의 지속적인 고민은
탁구인구를 늘리기 위해 중계방송에 적합한 종목으로 만들어야 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과거 8-90년대 한국 가정에서 사용하던 보편적인 TV는 14인치였습니다.
지금은 14인치라고 하면 코앞에 두고 쓰는 노트북용 모니터 사이즈입니다만,
그때만 해도 온 가족이 저녁 먹고 둘러 앉아 14인치 화면을 응시했죠.
그런데 탁구 종목은 공이 작아서 14인치 화면에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다가 워낙 빠르게 랠리가 이어지니 화면을 보면서 경기를 즐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ITTF는 두 가지 변화를 추구합니다.
그 하나는 공이 더 잘 보이게 하는 것이고,
그 다른 하나는 랠리가 더 길어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공이 잘 보이게 하려고 탁구대의 색과 공의 색에 변화를 줘보기도 했습니다.
한 동안 흰색보다 주황색 공이 잘 보이리라고 생각하고 세계 대회를 주황색 공으로 치르기도 했지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보이지 않아서 다시 흰색공이 주류 공으로 바뀌었습니다.
랠리를 길게 가져가기 위해서, 또 공이 더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 시도한 두 번째 변화는
바로 공의 크기를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38mm 시대에서 40mm 시대로 변화하면서,
분명히 더 랠리가 늘어나고 공은 더 잘 보이게 되었습니다.
물론 러버 성능이 더 좋아지고 선수들의 전형이 변화하면서 이런 효과는 오래 가지 못 했습니다.
오히려 이 공의 변화로 인해 수많은 숏핌플 선수들이 성적을 못 내면서 선수 생활을 그만 두는
그래서 하나의 전형이 단종되어 버리는 역효과를 낳았지요.
이처럼 공의 크기가 커지면서 생각하지 못 한 여러가지 단점들이 등장했습니다.
오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이 이야기입니다.
38mm 공 시대에는 여러가지 형태의 전형들이 있었습니다.
혹시 K-1 보신 분들이 계신가요?
최홍만 선수가 K-1에 데뷔하던 시절, 비록 공중파에서는 방영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생소했던 격투기 종목이 많은 남자들의 가슴을 끓게 했지요.
싸움질 하는 경기이니 안 좋아 하시는 분들도 많이 있겠지만,
자기 전 늦은 시간에 잠시 경기들을 보는 것이 저에게는 꽤 흥미로운 시간 때우기였습니다.
그런데 K-1이 왜 재미가 있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보기에는 선수별로 다양한 전형들이 있었고,
또 그 전형에 각자의 캐릭터가 담겨 흥미진진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 선수와 이 선수가 붙으면 누가 이길까?
체격이 좋고 팔이 긴 선수가 이길까?
발차기에 능한 선수가 이길까?
로우킥을 견뎌낼 수 있을까? 등등
우리는 많은 것들을 상상할 수 있었고, 그 상상의 결과들을 실제 경기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한동안 야구 광풍이 불었었지요.
그런데 제게 있어 야구가 재미있었던 것은 수많은 통계치들을 통해서 선수들의 기록을 챙기면서,
그 선수들의 스타일과 그 스타일별 대결상을 지켜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좌완 투수, 커브에 능한 저 선수가 오른손잡이 밀어치기에 강한 저 선수를 어떤 전략으로 상대할까?
이 타이밍에서 감독은 도루를 시도하도록 할까? 아니면 치고 달리기?
그런데 이런 재미가 탁구에도 있었습니다.
수비 전형 뿐만 아니라 탁구대에 바짝 붙어서 압박하는 덩야핑 선수 같은 스타일도 있고,
신기하게도 펜홀더이면서 뒷면에 러버를 붙여서 플레이하는 마린 선수도 재미있었고,
감각 탁구의 예측 불허 스타일 발트너,
바닥에 떨어질듯 한 볼을 큰 팔로 휘감아 올리는 페르손,
하늘 높이 올라가는 스카이 서브를 구사하는 중국 선수들,
전사같은 포스의 왕리친 선수,
그리고 숏핌플 러버로 하회전 볼들을 안정적으로 스매시 해내는 한국 선수들도 많이 있었고,
크게 보면 중국 선수, 유럽 선수, 한국 선수들만 해도 다 달랐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이 서로 경기를 하게 되면
비록 해설자가 디테일하게 해설하지 않아도 그런 전형의 대결이 주는 재미가 있었지요.
그런데 요즘 들어서 랠리를 늘리기에 좋도록 공 크기도 늘리고, 스피드 글루잉도 사라졌지만,
많은 다양한 전형들이 사라지고 전진에서 빠르게 압박하며
회전보다는 타이밍과 스피드로 점수를 내는 전형이
그 모든 전형들을 흡수해 가는 것 같이 보입니다.
뒤에서 길게 걷어 올리는 랠리도 이제는 단조롭습니다.
예측되는 상황들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물론 요즘에도 예측 불가한 전형들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빠른 전진 탁구이다 보니
탁구를 보다 더 전문적으로 아는 사람들만 알아 볼 수 있는 것들로 바뀌어 가고 있지요.
분명 빠른 박자의 압박 탁구는 보는 느슨한 경기보다 더 긴장감이 있고
과거보다 커진 화면의 TV, 고화질 동영상의 유투브 환경은
보는 재미를 더해 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사라져 가고 있는 다양한 전형들이 참 아쉽습니다.
하지만 희망은 있습니다.
최근에 윤홍균 선수가 KGC와 마사회의 경기를 중개하는 것을 보니
그냥 경기를 볼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더군요.
탁구닷컴에서 미리 선수들 간의 대결 구도를 만든 티저 영상이 있어서 그렇게 이어진 면이 있겠지만,
각 선수들의 과거사를 들으면서 서로간 개인적인 관계를 들으니
훨씬 더 재미 있었습니다.
탁구경기에 개인들의 캐릭터가 담기고,
개인사라는 스토리가 담기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이처럼 앞으로 탁구 선수들도 단순한 선수로서만 다루기 보다는
보다 더 캐릭터화 해서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우리가 김연아 선수에 대해 감탄하고 또 존경을 보내는 것은,
단순히 경기 장면이 멋있어서가 아닙니다.
그 선수가 어린 시절부터 겪어 온 훈련 과정을 보았고,
심판들의 편파 판정 속에서 억울함을 겪으면서도 이겨내는 모습에 감동했으며,
은퇴 후 국가를 위해서 다시 복귀하는 감동 스토리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전형에서 오는 재미를 잃는다고 해도,
이렇게 선수들이 개개인의 캐릭터가 담긴 스토리로 와 닿을 때,
탁구는 더욱 더 흥미진진해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들어 아마추어 선수들의 경기 영상이 아주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경기력이 과거보다 훨씬 더 높아지는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삶을 알고 있고,
또 아마추어 경기 영상들에는 보다 더 다양한 전형들이 담겨있기 때문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윤홍균 선수가 자신의 경험담을 담아 자신의 경기를 중개하는 것은
상당히 유의미한 시도라고 생각됩니다.
아마도 이런 형태의 유투브 동영상들이 앞으로 많이 등장하지 않을까 생각도 되구요...
이 글의 결론을 맺어야 겠네요.
다양한 전형들이 사라지고 전진에서 압박하는 형태의 하리모토, 이토 미마 스타일이 득세하는 이 시대에
탁구 인기를 더 늘리기 위해서는
탁구 경기에 선수들의 캐릭터가 담기면 좋겠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우리 탁구카페가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엘리트 탁구인들에게 제안을 한다면,
비록 같이 탁구치는 일은 자주 없다고 하더라도,
엘리트 탁구계 안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머무르지 않고,
선수들 간의 경쟁, 어려운 훈련 과정 등이
탁구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공유 된다면,
앞으로 더 많은 생체인들이 티켓을 사 들고 경기장을 찾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투브 채널을 운영하고 계신 많은 분들께서는,
선수들의 숨은 뒷 이야기들을 경기 영상에 결합한다면,
조금이라도 더 조회수를 늘리고 탁구 부흥을 이루는 데도 일조하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저도 얼마전 윤홍균 선수가 직접 자신의 경기를 리뷰하는걸 보고 경기 몰입도가 더욱 높아지더라고요.
저럴때 저런 생각을 했고 아쉬운 점등을 솔직하게 이야기하시는 부분 참 좋았습니다 ^^
더 많은 탁구선수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공유되길 기대해봅니다 ^^
선수로부터 직접 어떤생각을 갖고 플레이하는지 들으면서 경기를 보니 감정이입이 더 잘되더라구요!!
글 상당히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번에 저도 이와 관련된 주제로 영상을 만들 계획이 있는데요ㅎㅎ공감 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모든 스포츠나 케릭터에게는 ‘스토리’ ‘인물의 매력’이라는 요소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탁구도 이런 요소를 접목 해야 인기가 당연히 올라갈 것입니다. 우리나라 탁구계에도 앞으로 많은 발전이 있었으면 합니다. 저도 작은 탁구팬의 한 사람으로써 소소하게나마 탁구계 응원을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 빠이팅!
일본은 고교 야구의 인기가 대단하죠. 여름 코시엔 (우리는 갑자원이라고 하죠) 시즌에 열투 코시엔이라는 방송이 있는데요. 그날 잘한 선수도 소개해주고, 다음날 경기 있는 선수들의 스토리 등을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스토리텔링이 되니 경기에 더 몰입도 되는거죠. 이런 식으로 우리도 경기 뿐 아니라 탁구를 좀 더 종합적인 컨텐츠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봅니다.
더불어 우리 생체인들도 구도적인 탁구정진? 도 좋지만 정말로 재밌게 본인의 탁구를 포장하고 즐기는 글이나 영상을 많이 올려주면 좋겠네요. ^^ 탁구가 미숙해서 생기는 결과이긴 하지만 다양한 전형과의 대결, 특이한 탁구인과의 대결이 아직 우리들에게는 가능하지 않습니까. ^^
개인적으론 제롬 르 벤너도 좋지만 마크 헌트를 K1부터 좋아했어요^^
피터 아츠도 짱이죠!!!!
하나같이 상남자들이네요 ㅋㅋㅋ
@bigmountain 저는 기술보단 그냥 힘으로 때려뿌시는
스타일을 좋아해요 ㅋ
몸매도 근육질보단 살집이 있는 진짜 전투몸매선호 ㅋ
저도 이에 관한 글을 한번 남기고 싶었는데, 선수들의 스토리가 담긴 영상이 올라왔으면 하는 바람에 말이죠. 대한축구협회 유튭 채널이라던지 최근 tvn 손세이셔널 등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축구만큼의 인기는 아니지만 차근차근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인삼공사와 마사회의 경기에 윤홍균 대표와 이재명 관장의 중계! 윤홍균 선수의 경기 셀프리뷰 등은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탁구닷컴 소속의 엘리트출신 선수분들의 작은 솔선수범이 없다면, 다른 엘리트 탁구인들에게 어떤 제안을 하더라도 움직임은 없을 꺼라 생각됩니다.
부정적인 시각도 아닌데 왜 선수출신들은 커뮤니티에서 모습을 안나타낼까요?
엘리트 선수들은 승부의 결과들이 층층시하 쌓인 삶을 살아 옵니다.
자신이 특출나게 좋은 성적이 아니라고 하면 탁구계에서는 목소리를 내기가 어렵지요.
만약 성적이 좋은 사람이라면 주목을 많이 받으니 편하게 글을 쓰기 어렵겠지요.
저는 이해 됩니다.
@Oscar 저도 이해는 됩니다만...
좀 아쉬어서 쓴 글입니다. ^^
여기카페에서 기술자문 댓글이나 레슨동영상 조언등 생체인과의 작은 소통이 시작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되어서요.
K1은 입식 타격 경기입니다. 그라운드는 허용 하지 않습니다.
고쳤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수비수 게시판에 다양한 스타일의 수비수들의 영상을 한2년전까진 올리고 나름의 분석을 했었는데
다시 시작하고싶어지네요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공감하는 글입니다. 다만 공의 변화로 인해 탁구 자체의 재미가 반감된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 확실히 보는 재미가 너무 없어졌네요. 회가 맛없는데 스끼다시가 맛있다고 횟집에 가지는 않지요 ㅎㅎ 다시 다양한 전형들이 힘을 쓸 수 있는 탁구 시스템이 되었으면 합니다~
맞습니다
윤.홍.균 얼마전 2부치는 전아무개하고 리벤저 게임 많은 사람들이 봤을 겁니다 3:1로 지고 리벤저도 3:2로 지고 승패를 떠나서 게임 내내 알기 쉽게 설명과 상황에 따른 부연 설명까지 고무적인 시도이자 특화된 시도였는데...윤선수의 써브가 외 일반되게 전선수의 빽쪽으로만 갔는지 돌아서는걸 연습할려고 의도적으로 그리한건지 밀리지않는 전선수의 화쪽이 껄끄러웠던건지 암튼 윤선수의 실력이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