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환상자전거길 종주기...2
세벽부터 부지런을 떨다...
오전 4시반...
샤워를 하고 배낭에 짐을 꾸리고, 거실로 나가 발끝으로 돌아다니며 식빵을 찾아 토스터에 구어서 잼을 발라먹고 냉장고를 보니 우유가 있길래 그것도 마시고....
헌데 이것은 주인이 준비해 놓은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이미 늦었다...어제 저녁에 게스트 하우스 “그린데이” 냉장고에 우유를 넣어 두신 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오전 5시 반쯤 돼서야 게스트하우스를 출발하여 용두암에 도착하니 벌써 장화신고 바닷물에 들어가 촬영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서둘러 촬영 준비를 하였지만 해가 벌써 중천(?)이라 어쩔 수 없이 용머리 중간에 해를 두고 빛을 죽여 본다.
날씨도 좋았는데 식빵 몇 쪽 먹느라 일출 타이밍을 놓쳐서 좀 아쉽다.
1970년 초에 용두암 머리에 올라가서 놀았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 자연보호라는 개념도 없었던 때라 가능했던 일이었다.
용두암 옆에서는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1969년 12월초에 제주항 방파제에서 처음 해녀를 보고 신기해서 구경하고 있는데 민망해 하면서 가라고 하기에 방파제에서 나왔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물질하다 올라와서 모닥불에 젖은 옷을 벗어 말리려고 하는데 그걸 모르고 옆에서 구경하고 있었으니 혼나지 안았던게 다행이었다.
용두암에서 올라와 주변을 보니 아침 식사를 할 만한 곳도 없고 해서 계속 가기로 했다
약 30분쯤 가니 이호태우 해변이 나오고 현사(이호1동) 선박출입항 신고소 부근 길옆에 아침 식사를 하는 식당이 있기에 들어가니 아침 식사는 7시30분이 넘어야 된다고 하기에 자전거를 식당 앞에 두고 이호태우 해변을 산책했다.
옛날에는 이호 해수욕장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이호태우 해변이라 부른다.
태우란 제주 전통 떼배(떼목)라고 하고 매년 이호태우축제(7월 말) 열린단다.
아침 식사는 성게 미역국(만원)으로 했다.
신선한 성게와 미역이 바다의 풍미를 더하고 배가 고파서인지 아주 맛있게 먹었다.
다음 목적지는 다락쉼터(애월읍 고내리)...용두암에서 21km 지점에 있다.
다락쉼터는 자전거길 옆에 있으니 찾는데 별 어려움은 없다.
가면서 맞바람 또는 북서풍이 불었지만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고 날씨 또한 맑고 깨끗하다.
애월항을 지나 “일주서로“와 합쳐지는 애월입구 삼거리에서부터 자동차도로와 같이 가는데 드디어 해거름 마을공원 인증쎈타 1km전방 표지판을 보이고 조금 더가니 월령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자전거 도로 표시인 파란색 선이 보인다.
그런대 삼거리를 건너자 누군가가 스프레이로 직진표시를 해 놨다.
잠시 망설이다 직진해보니 파란색 표시가 없다
다시 되돌아와서 파란색 선을 따라 일성콘도 앞까지 가다가 자전거타고 마주오는 젊은 친구에게 인증쎈타를 물으니 모른단다.
날씨는 덥고 오가는 사람은 없고...
다시 되돌아와서 직진 방향으로 한참을 가도 파란선이 보이지를 안는다.
또 다시 돌아와서 파란선을 따라 얼마를 가니 공사장 앞에서 막 트럭을 타고 가려고 하는 분에게 정중하게 “해거름 마을 공원”을 물었더니 모르겠다고 하기에 폰 메모지를 보고 한경면 판포리라고 하자 다시 돌아가서 삼거리에서 우회전 하면 나온단다.
좀전에 삼거리에서 직진하여 조금만 더 갔으면 인증쎈타였는데...
인증쎈타 부스 뒤에 해거름전망대 카페가 있는데 자전거길을 개설하면서 “해거름마을공원”으로 이름을 급조했나보다.
월령삼거리에서 표선방향으로 자전거길 표시가 있지만 나 역시 삼거리 직전까지 파란색 자전거길 표시를 따라 왔으니 참 헷갈리게도 표시를 해놨다.
사실 이런 일은 혼자 여행하다 보면 가끔 있는 일이다.
여기서부터 송악산까지는 35km...
차귀도 포구(한경면 고산리)를 지날 때 점심식사를 하려고 포구 입구에 있는 만덕식당에 들러서 전복죽을 시켜 먹었다.
그런데 전복죽 맛이 ‘95년도에 성산포 해녀의 집에서 먹었던 지금도 있지 못하는 그 맛이다.
그래서 음식 맛이 참 맛있다고 인사를 하니 차귀도를 찾는 단골들을 위해서 가격도 3년 전 가격 그대로라 단다.
그래서 가격표를 보니 성게미역국이 여긴 8천원인데 아침에 먹었던 성게미역국은 만원 이었다. 물론 음식은 가격만 가지고 판단 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내가 ‘69년도에 8개월, ’95년도에 6개월을 제주에서 살았다고 옛 얘기를 하면서 를 제주가 너무 무분별하게 개발된다고 했더니 그분도 걱정이지만 어쩔 수가 없단다.
제주 전통 음식하면 자리 물회와 갈치국인데 아무리 봐도 갈치 국을 볼 수가 없었다.
아마 갈치가 귀하신 몸이 되신 탓이리라.
다시 송악산으로 달린다. 용두암 인증부스만 제외하곤 자전거길 옆에 있기 때문에 찾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송악산 아래 용머리 해안을 보고 싶어 매표소 입구까지 갔지만 자전거는 가지고 갈수가 없고 마땅히 보관할 곳도 없어 포기하고 나오려고 하니 못내 아쉽다. 뭐...옛날에 가 봤지만...
송악산 정상에는 분화구가 있고 건너편으로 서귀포 시내가 보인다.
오름처럼 보이지만 제주에 있는 몇 개 안되는 산중에 하나다.(한라산, 산방산, 송악산, 고근산, 사제비동산)
전에 야생화 촬영을 위해 송악산 분화구에 들어가 샅샅이 뒤져본 적도 있는데...
오늘 계획은 이곳 송악산 부근에서 자려고 했지만 너무 일찍 도착했다.
여기서 가파도나 마라도를 갈까 생각도 했는데 옛날에 가봤던 곳이라...접고...
그래서 법환바당에서 자기로 하고 숙박할 곳을 검색하다 생각하니 약 2주전에 아들이 제주 라이딩 첫날 법환바당까지 와서 자고 다음날부터 폭우로 3일내내 렌트카 여행만 하고 돌아왔던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하니 “가온누리” 게스트하우스를 알려 주며 예약까지 해주겠다고 한다.
보통 게스트하우스는 저녁식사는 안되며, 아침은 간단한 토스트를 제공하거나 늦은 아침에 식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혼자 다닐 때는 게스트하우스가 값도 저렴하고 세탁기를 사용하는데 모텔에 비해 편리하다.
그러나 여러 명이 다닐 때는 모텔이 괜찮을 것 같다.
여기서부터 법환바당 까지는 약 30km다. 바당이란 제주방언으로 바다를 의미한다.
법환바당 가는 길에 제주 강정마을을 지난다.
온기가 사라진 썰렁한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끝나도 끝나지 않은 아픔을 생각 한다.
법환바당 인증부스는 포구 주변에 있다.
좀 더 들어가 가온누리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하니 주인이 반겨주며 아들한테 연락받고 기다리고 있었단다.
아들하고 닮아서 금새 알아 봤단다.
짐을 풀어 놓고 숙소에서 알려 준 식당을 찾아 저녁 식사(한치물회)를 하고 돌아와서 땀에 젖은 옷을 세탁하고 방에 들어오니 다른 두 사람이 있다.
이렇게 몰랐던 사람들과 세상 얘기하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것이 게스트 하우스에 좋은 점이다.
한 사람은 제주가 좋아서 인근 호텔에 근무하며 틈틈이 여행하는 사람인데 이 친구도 아들을 기억하며 반겨 준다. 또 한사람은 제주도도 처음이고 게스트 하우스도 처음이란다.
나는 우선 가파도와 마라도, 우도, 추사 적거지 등 을 추천했다.
우리는 제주 여행 얘기부터 시작하여 시간가는 줄 모르게 얘기하다 나는 잠을 청하고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더치페이 하자며 밖으로 나간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