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교구 관할 내 수도원만 세 곳
은둔과 절대 침묵 속에서 관상생활을 하는 고성 가르멜 여자수도회(원장 이명숙 수녀)도 불과 100여m 떨어진 야산에 선박용 철강재를 절단, 가공하는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수도생활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했다. 공장 입주예정지는 수도원보다 높은 곳에 있는데다 민가 8가구와 바로 붙어 있어 공장 설립 시 수도원과 주민들이 소음과 분진 피해에 직접 노출될 수밖에 없다.
지난 1984년 이곳에 터를 잡은 가르멜 수도회는 트라피스트 수녀회와 마찬가지로 세상과 완전히 단절한 채 평생을 수도원 안에서만 생활한다. 완전한 관상에 몰입하기 위해 외부인과 접촉이 거의 없고, 수도자도 아프거나 하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외부로 나오지 않는 11명 수도자들만의 힘으로 공장 설립을 막기는 결코 쉽지 않다. 취재 차 방문한 기자도 교도소처럼 쇠창살로 막혀 있는 면회실에서 원장 수녀와 면담할 정도였다.
공해 유발시설 공장으로 인해 심한 몸살을 앓는 것은 수도자 22명(종신서원자 14명 포함)이 기도와 노동을 통해 수행을 하고 있는 인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원장 이영근 수사)도 마찬가지다. 수도회와 불과 150여m 떨어진 곳에 들어선 조선기자재 공장에서 철판의 녹을 제거하는 염산의 악취가 나고 밤에도 24시간 훤하게 불을 밝혀 고통을 겪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회사는 최근 고성군에다 철판가공공장 증설 승인 요청까지 해놓은 상태여서 수도생활은 더욱 악화될 처지다.
이영근 원장 수사는 "수도원뿐 아니라 공장 옆 농가에서는 버섯재배가 안 되고 하천에서 기형 물고기가 관찰되는 등 이미 환경오염 피해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수사는 "산업시설도 필요하지만 적어도 공장이 들어설 만한 곳에 공장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가르멜 수녀회가 위치한 고성군 상리면 망림리와 올리베따노 수도회가 자리 잡은 고성군 대가면 송계리는 조용하고 공기가 맑아서 좋았다. 예부터 맑은 물과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 마을에 공장이라니….
이처럼 중소기업들이 공장입지로는 적절하지 않은 시골에까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공장을 잇따라 설립하는 이유는 주민이 많지 않고 대부분 고령자라 민원의 소지가 적기 때문이다. 시골마을에 하나 둘 들어서는 소규모 영세 공장들이 배출하는 오염 물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도 어렵고, 공해방지 시설을 갖추도록 강제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최근 조선업 활황으로 조선 기자재나 선박부품 관련 업종 공장들이 주민동의도 얻지 않고 무계획적으로 설립되고 있지만 해당 관청이 별다른 규제나 제한을 하지 않아 주민 생존과 수도생활마저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서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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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 가르멜 여자수도회가 자리잡고 있는 상리면 마을 전경. 수녀원 오른쪽으로 불과 100m 떨어진 야산에 선박용 철강재 가공 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