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어장에 그물 내리고 만선을 꿈꾸며 충성교회 임동혁 목사
기대와 설레임 속에 이곳 17사단에 부임한지도 벌써 7개월이 지났다. 사단이 워낙 여건이 좋은 곳에 위치해 ‘환상의 부대’라는 별칭으로 전군에 소문이 나있었기에 많은 동료 군목들의 부러움과 질시 속에 부임했었다. 부임 직전 사전정찰 차 둘러보았을 때에도 전군의 사단급 교회 가운데 가장 크고 아름다운 예배당과 열 동이나 되는 군인아파트, 공원 같은 넓고 아름다운 부대, 사통팔달의 교통망과 각종 문화 및 편의시설, 좋은 교육여건 등은 나뿐 아니라 아내와 아이들에게도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참고로 나는 군생활 15년 동안 모두 열 번을 이동했으며 주로 전방근무를 많이 했고, 현재 중 1의 큰아이는 초등학교를 다섯 번 전학하고서야 졸업을 했다.) 그러나 이런 환상이 깨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우선, 전에 내가 근무하던 전라북도 전주의 향토사단인 35사단 충경교회와 비교할 때 예배에 참석하는 간부 및 가족의 수나 재정규모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전군에서 교육기관이나 훈련기관을 제외하고 가장 규모가 큰 부대치고는 신우들의 숫자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도대체 형제들은 다 어디에 있는 것일까. 주말에 우연히 들러 본 면회장에서 나의 궁금증은 풀렸다. 매주 300~400명씩 전철을 타고 몰려드는 면회객들 그리고 예배는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동기며 선후임까지 데리고 나가 면회에 열중하는 형제들(아, 17사단은 병사들에게는 환상의 부대요, 목사에게는 ‘환장할 부대’였다!)
나는 워낙 적응력과 생존성이 뛰어나고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람이라 모든 것을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재정이 어려운 것은 인천시내의 큰 교회들을 통하여 도움을 받으면 되고, 형제들도 좋은 프로그램들을 통하여 교회로 인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곳에 부임해서든 그러했듯이 이곳에서도 신병교육대를 중심으로 세례식에 집중하기로 계획했다.
그런데 이 모든 나의 생각들은 어느 것 하나 쉽게 이루어 지지 않았다. 인천 시내의 교회들은 우리 사단이 인천 시내에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재정적인 후원은 그만두고라도 일 년에 스물 한 차례로 계획되어 있는 신병교육대의 세례식조차도 후원 교회를 찾기가 힘든 형편이었다. 더욱이 내가 부임한 시기가 연말이었기에 08년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면 당장 세례식은 큰 어려움에 봉착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무척 난감했다. 대한예수교 장로회(통합) 인천노회 남선교회 연합회를 소개 받은 것은 바로 그 시기였다. 해마다 6번 씩의 신병교육대 세례식 지원, 부활절 감사 찬양 경연대회 후원, 예하 대대 교회 후원 등 지난 15년 동안 내가 만났던 어떤 교회나 단체보다도 더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군 선교를, 또한 우리 사단을 사랑하며 섬기는 분들이었다. 이분들의 도움으로 08년도 신병교육대의 세례식 계획을 수립, 시작할 수 있었고 나는 이분들의 성원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 영혼이라도 더 인도하여 세례를 주기로 작정했다. 그리고 내가 찾아낸 방법은 내 스스로를 17사단 군종참모가 아닌 102연대 3대대(우리 사단은 신병교육대가 사단 직할이 아닌 102연대의 3대대이다.)의 군종장교화 하는 것이었다. 더욱이,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지난 18개월 동안 충성교회 부목사로 102연대를 섬기던 김영광 목사님의 갑작스런 전출이었다. 나는 먼저 김영광 목사님의 빈자리를 대신해 신병교육대의 교육과 훈련을 챙기기로 했다. 모든 교육마다 빠지지 않고 교관 지원을 했고 그러면서 간부 및 조교들과 얼굴을 익혔다. 신병교육대에서 축구를 한다고 하면 음료수를 지원하고 못 차는 볼이지만 함께 운동장을 달렸다. 중대장들의 결혼식 등 신병교육대 간부들의 애경사도 챙기고 특히 구정 때는 작지만 명절 선물도 돌렸다. 그러는 동안 나의 호칭은 자연스럽게 ‘군종참모’에서 ‘우리 목사님’으로 바뀌었다. 특히, 힘든 훈련병 기간 중에서도 가장 고된 야간 행군에는 석천제일교회의 후원을 받아 한 번도 빠짐없이 겨울에는 따뜻한 캔커피와 여름에는 시원한 음료수를 제과점 빵과 함께 가지고 나가 훈련병들을 위문했고 ‘목사님! 주일날 뵙겠습니다! 할렐루야!’라고 외치는 훈련병들의 목소리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러한 노력과 인천노회 남선교회 연합회의 적극적인 후원, 하나님의 크신 은혜로 올해 현재까지 총 12회, 약 1500여명의 훈련병들에게 세례를 베풀기에 이르렀다. 이 추세라면 올해 목표하였던 2500명도 초과 달성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4월 13일에는 인천노회 남선교회 연합회의 후원으로 부활절 감사 찬양축제를 성황리에 치를 수 있었다. 같은 17사단 소속 이면서도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만나기 힘들었던 신우 형제들이 충성교회에 모여 뜨겁게 주님을 찬양하는 모습은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총 19개 팀, 250여명이 참석하였는데 특히 작년 11월 이후 새롭게 17사단으로 편입된 구 103여단의 507여단과 경비단이 함께 하여 더욱 더 의미 있는 행사가 되었다. 그리고 이 행사는 함께 참여한 신병교육대 훈련병들에게도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되었을 것이다.
지난 7개월 동안 큰 고비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인천노회 남선교회 연합회를 비롯 석천제일교회, 매분기마다 신우들이 가장 좋아하는 찬양위문예배로 방문해 주시는 단비교회 등 도움의 손길들을 통하여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새벽 이슬 같은 귀한 젊은 이들이 사랑하는 이들의 품을 떠나 고된 훈련으로 땀 흘리며 하나님의 은혜와 도우심을 체험하는 이 곳에서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며 세례를 주고 양육하는 복된 사명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필요로 할 때는 언제든지 기도와 물질과 시간과 정성으로 도와주신 인천노회 산하의 여러 교회들과 남선교회 연합회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17사단이 하나님의 은혜가 가득한 진정 ‘환상의 사단’이 되는 것을 꿈꾸며..
2008년 7월 31일 충성교회 목양실에서
제 17보병사단 군종참모 / 충성교회 담임 임 동 혁 목사
충성교회임동혁목사(2008.7.31).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