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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각이 대출받은 돈으로 미니트럭한대를 장만해 아파트단지와 길거리를 돌며 과일과 야채팔아 모은돈으로 5년만에 18평규모의 야채가게를 차렸다.
그는 그 가게에서 10여년간 매일 1천여명이 넘는 손님들에게 5톤이상의 과일과 야채를 팔다가 이제는 연간 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어엿한 기업형 야채가게로 성장했다.
파릇파릇한 야채처럼 싱싱하고 신선한 발상으로 성공한 '총각네 야채가게'는 같은 제목으로 종편채널의 드라마로 반영되고 있으며 실제 주인공인 이영석 사장의 성공담은 책으로 엮어져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동네에는 총각네 야채가게는 없지만 대신 30세 안팎의 친절한 훈남들이 운영하는 '푸줏간'은 의외로 많다.
특별히 단골을 정하지 않고 가끔 주말에 생각나는대로 가는 동네 정육점이 네곳이다.
공교롭게도 네곳 모두 인상좋은 젊은이들이 반갑게 맞이한다.
정육점 하면 떠오르는 털털한 인상의 중년사내도 안보이고 걸죽한 말투로 손님을 끄는 아줌마는 더더욱 볼 수 없다.
<드라마 총각네 야채가게 스틸컷>
유독 우리동네만 그럴까. 내가 보기엔 젊은이들이 푸줏간을 운영하는 것은 흔한 것 같다.
어찌보면 푸줏간도 창업을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도전할 만한 업종이 된것 같다.
나는 초등학교시절 시장통에서 자랐다. 인근에는 '피청거리'라고 불리는 정육점 골목이 있었다.
일종의 정육도매시장이라고나 할까. 그 거리엔 돼지나 개를 잡아 가죽을 불에 그을리거나 가게앞에 껍질을 벗긴 돼지를 걸어놓았으며 소머리가 그로데스크하게 진열되있고 골목길에는 늘 피가 낭자하게 흘러있었다.
그러니 부모님은 그 골목에 사는 학교친구와 어울리는것도 탐탁치않게 생각하셨고 심지어 내가 그 골목에 가는것도
싫어 하셨다. 어린시절을 반추해보면 지금의 총각네 푸줏간은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하지만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한 깔끔한 인상의 젊은이들이 깨끗한 가게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면 예전의
정육점에 대한 고정관념은 완전히 사라진다.
이처럼 총각네 야채가게나 푸줏간이 늘어난 것은 취업의 문이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에서 창업에 대한 열망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찌보면 젊은이들의 마인드도 달라졌다.
야채가게는 이른새벽에 일어나지 않으면 농산물시장에서 물좋은 과일과 채소를 고를수 없다.
부지런한 만큼 몸이 고되다. 또 푸줏간은 예전 기준으로는 결코 좋은 이미지를 가진 직업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야채가게나 푸줏간을 하는 젊은이들의 생각도 달라졌고 주변의 시선도 변했다.
더욱이 푸줏간은 총각네 야채가게처럼 젊은이들이 비교적 소자본으로 사업을 일으킬 수 있는 비즈니스라고 볼 수 있다.
경쟁도 만만치않지만 젊은감각과 차별화된 아이디어로 마케팅전략만 잘 짠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굳이 야채가게나 푸줏간이 아니더라도 식당이나 미용실등 창업전선에 뛰어들어 성공한 젊은이들이 우리주변엔 많다.
아들이 입대하기전 아르바이트하던 20평짜리 대패삼겹살 주인은 30살이다.
또 아들친구가 군대가기전 잠깐 종업원으로 일하는 조개구이집 사장은 31살이지만 가게를 네개나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을 포기하고 20대부터 게임기프랜차이즈사업, 감자탕식당을 차려 번돈으로 '카페베네'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
김선권 사장이나 총각네 야채가게의 이영석사장처럼 바닥부터 시작한 모든 젊은이들이 다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매일 새벽 1시에 농산물시장에서 물좋은 야채를 고르면서도 즐겁고, 고기를 자르고 썰면서도 자부심을 느낄수 있는 젊은이라면 취업보다 창업을 권하고 싶다.
거칠고 힘들지만 삶의 애환이 짙게 배인 땀방울을 흘리며 돈을 버는것은 더 큰 가능성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블로그<박상준 인사이트>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