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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전원주택의아름다움 원문보기 글쓴이: 빛과소금
한옥의 처마는 서양의 건물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구조다. 처마 끝에 덧대는 조붓한 지붕인 동시에 볕이나 비를 막는 역할도 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해가 높기 때문에 방이나 마루로 길게 들어오는 햇볕을 차단하여 실내온도의 상승을 막고, 해가 낮은 겨울철에는 그 반대로 실내를 따뜻하게 해준다. 특히 비를 효과적으로 막아주기 때문에 습기가 많은 무더운 장마철에도 창이나 문을 열어 환기를 할 수 있다.<편집자 주> 집의 구조를 형성하는 요소는 크게 지붕과 벽, 바닥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각각의 요소는 눈과 비, 햇볕을 막고 추위와 냉기, 습기 등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중에도 지붕은 재질이나 모양에 따라 집의 명칭이 달리 불릴 정도로 중요한 요소였다. 그래서 한옥을 지을 때 가장 정성스럽게 다듬어지고 꾸며지는 부분이 지붕을 떠받치는 구조물이었다. 처마란 건물의 기둥이나 벽체 바깥쪽으로 내민 지붕 밑을 일컫는다. 건축물의 한 요소로 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나, 외관의 치장에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처마의 주목적은 벽체나 창호 등을 보호하고 강풍에 들이치는 빗물을 막는데 있다. 그 길이가 길게 내밀어 있는 이유 역시 자연재해나 인공적인 위험으로부터 집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함이다. 한옥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 우리나라는 지리적으로 북위 36도를 전후한 북반부에 위치하여 여름은 상당히 덥고 겨울은 매서울 정도로 춥다. 주거 측면에서 보면 여름의 뜨거운 햇볕은 막고, 겨울의 따뜻한 햇살은 잘 받아들이는 집이 가장 이상적인 것이다. 이 땅에 오랜 세월 뿌리를 내려온 우리의 선조들은 자연적인 환경에 알맞은 구조적인 장치로 처마를 생각해 냈다. 처마는 깊이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그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 중부지방의 경우 대략 넉자(약 120㎝) 정도가 알맞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태양의 남중고도(南中高度)와 깊은 연관이 있다. 즉 하지(夏至) 때의 태양은 지표면과 수직을 이룰 정도로 높지만, 동지(冬至)에 이르면 방안 깊숙이 햇볕이 들어올 정도로 낮아진다. 이처럼 한옥은 햇볕을 막기도 하고 받아들이기도 하는 적당한 처마의 깊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처마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뜨거운 태양에 달구어진 마당 가운데의 기온과 처마 아래의 기온에는 상당한 온도 차이가 생긴다. 그로 인해 자연스럽게 대류현상에 의한 공기의 흐름이 생기면서 바람이 부는 것으로 느껴지게 되는데, 제대로 지은 한옥이 시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가하면 겨울철 양지바른 경사진 처마 밑에선 따뜻해진 공기가 위로 올라가 흩어지지 않고 처마에 가로 막히면서 머물게 되니, 양지바른 처마 밑이 따뜻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댓돌에 떨어지는 비를 막아 주어 기둥뿌리를 보호해 주기도 한다. 처마는 길이에 따라 단첨과 장첨으로 나누어진다. 그밖에 방향에 따라 혹은 장식이나 특성에 따라 홑처마1), 겹처마, 부연처마, 비첨2) 등으로 불린다. 또한 박공3)쪽으로 방향을 내민 것을 박공처마, 합각박공처마라고 한다. 이외에도 회첨4), 귀처마, 추녀처마, 막힌처마, 열린처마 등 처마의 종류는 매우 다채롭다. 처마기슭의 형태에 따라서는 이면흐름처마, 사방흐름처마, 사면흐름처마, 측면처마, 솟을매기처마, 일자매기처마, 방구매기처마 등으로 분류된다. 처마기슭이란 처마가 길게 내민 끝을 말하는데 ‘처마추리’라고도 한다. 처마기슭이 추녀 부분에서 휘어 오르게 된 것은 처마허리라 하고, 평면상으로 휘어 내린 것은 처마안허리라 한다. 처마는 주춧돌이나 기단의 높이 또는 처마허리와 처마안허리의 곡선에 따라 외관에 큰 변화를 준다. 또 처마의 깊이인 처마추리는 전통건축의 대표적 미(美)인 곡선의 우아함을 결정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미물의 안식처가 되기도 한 처마 얼마 전까지만 해도 농가에서는 처마에 짚으로 엮은 참새집이나 제비집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새들의 오물에 의해 마당을 비롯한 집의 내부가 더러워질 수 있으나 사람들은 그런 새들을 쫓아내지 않았다. 오히려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올 3월경이면 은근히 기다리기까지 했다. 우리나라 사람이 그런 생활을 자연스럽게 수용했던 이유는 바로 동양적인 자연관, 즉 자연을 거역하지 않고 순응하며 자연 속에 동화되는 가치관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식은 처마에도 나타난다. 외부의 재해로부터 집을 보호하려는 의미에서 생겨난 것이 처마이지만, 미물의 안식처를 마련해 주기도 했던 점은 바로 고유의 자연관과 일치한다. 처마가 집의 외관을 보다 화려하게 드러내 준 것은 기와지붕에서다. 한편 초가지붕의 경우에는 처마 끝을 더욱 깊게 하기 위해 대나무 등을 사용한 경우가 더러 있었다. 처마가 깊은 것 자체가 한옥의 특징이었기에 초가지붕에도 처마를 깊게 하려는 의도를 종종 볼 수 있다. 추녀는 처마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 중 처마와 가장 관련이 깊다. 지붕의 양쪽 귀퉁이를 잇는 추녀를 경계로 앞처마와 뒷처마가 구분된다. 이 추녀와 함께 어우러지는 처마는 여인의 버선코를 연상시키는데, 이는 곧 곡선의 전통미를 나타낸 것이다. 또 주심(柱心)으로부터 처마가 어느 정도 나가야 하느냐가 지붕을 엮는데 매우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처마의 길이는 아무 생각 없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길기만 하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며,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다. 보통 기둥뿌리로부터 30° 내외에 있도록 했는데, 이 기준에 관한 자료는 없지만 벌어진 각도를 보아 대략 하지와 동지 때 태양의 남중고도와 관련이 있음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이렇듯 복잡한 공정을 거치고 여기에 주술적인 힘이나 자연과의 연계성까지 고려한 한옥. 이제는 건축에 있어서 그 근본적인 의미가 사라진 지 오래다. 서구식의 편리한 구조가 자리하여 생활에 편익을 주었을지 몰라도 전통미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 오늘날, 우리의 전통 건축 양식은 이제 박물관이나 고궁, 사찰, 문화재 자료로 남아있는 집들에서만 겨우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
첫댓글 참 좋은 내용입니다...원래 사람의 배꼽을 기준으로 땅과 하늘이 나뉜다 합니다...그래서 집을 지을 때 방바닥의 높이를 자신의 배꼽 높이에 맞추어 시공한다더군요...날짐승은 처마밑에 깃들이고, 들짐승은 마루밑에 살게 하여 서로 상생하는 자연의 조화를 꾀했다고 합니다...온고지신이라 했으니, 새로운 자재나 공법으로 보다 편리하고,기능적인 집을 짓는 것이 이전의 한옥 보다는 훨씬 값싸고, 건강에 좋겠지만...몇가지 기본 명제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