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혼자 사는 요령
팔자 소관인지 필자는 고교를 서울로 유학하면서 부터 혼자 살았다. 처음 한달 여 동안 같은 반 친구와 자취를 하다가 도대체 끓여 먹고 난 라면 그릇을 씻을 줄 몰라 결국 생 라면으로 한 박스를 (50 개 들이) 해결한 뒤 자취생활을 접고 하숙생활을 하게 됨으로서 라면 그릇을 닦는 공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고교를 졸업하고 가족 전부가 서울로 이사하면서 서울 사람이되어 어머니가 끓여주는 음식을 먹으며 온 가족이 함께 살게 되었다. 그러나 운명이었는지 도둑질을 배워도 종류의 선택이 잘 되어야하는데 배운 도둑질이 건축공학이다보니 건설산업의 특성상 발생되는 건설현장을 따라 이동생활을 자주하게 되었다.
경기도 연천, 양평, 대전, 포항, 태백, 청주, 그리고 열사의 나라 사우디 아라비아까지... 장기간 객지에 있는 동안 가장 어려운 것은 식사 문제였다. 잠 자리는 정해진 숙소에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나 매 끼 매식을 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문제였다. 우선 식사 시간이 오면 ' 또 어디가서 뭘 먹나 '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운이 좋았는지 지난 십 몇년간 집에서 생활을 하였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또 팔자 소관인지 대전의 가족과 떨어져 서울에서 혼자 숙식을 해결하게 된지가 벌써 몇달이 지나고 있다. 생활하다보니 '죽으란 법은 없다' 던가, 혼자 사는 요령을 스스로 터득하게 되었고 앞으로도 더 터득할 것 같다. 어떤 때는 나 자신이 이런 신기술을 터득하면서 너무나 신기하면서도 새로움을 느끼곤 한다.
사람이 살면서 필수 불가결한 세가지가 의,식, 주일 것이다. 이 세가지가 해결되면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이 된다. 필자는 이 세 가지를 동시에 해결을 하였다. 비록 품질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처음 침대를 고를 때 싱글 침대를 쓸까 했지만 술 먹고 자는 날이 많을텐데 굴러 떨어질 것이 우려되어 중간 사이즈를 택했다. 물론 조심을 하긴 했지만 아직은 한번도 굴러 떨어지지는 않았다. 필자도 대체적으로 깔끔한 편이라서 아침에 나갈 때 정리를 하고 나가는데, 막상 퇴근해서 보면 아침에 나갈 때보다 정돈이 더 잘 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나 잘 몰랐다.
하루는 전날 너무 많이 마셔 숙소에서 잠시 쉬고 나가려고 (술을 아무리 많이 마셔도 일단 규정 시간에 출근은 함.) 사무실에서 숙소로 들어와 잠시 눈을 부치는데 현관문이 덜컥 열린다. 깜짝 놀라 보니 평소 움직일 때 수행 해 주는 부속실의 남직원이다. 번호 키이고 숙소에 심부름 등을 자주하니 당연히 번호는 알고 있다. 웬일이냐고 물어보니 낮에 틈틈이 와서 방바닥 청소와 방정리 그리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 씻어 놓고 나간 그릇 등을 다시 닦고 정리한다고 했다. 그것도 모르고 필자는 어질지 않아 청소는 안해도 되는 줄로만 알았으니...
의식주의 첫번째가 옷의 문제다. 처음엔 모르고 옷장에 그냥 넣었으나 바지의 길이가 길고 입은 바지를 그냥 넣어두면 구겨진 채 있게 되어 수시로 다림질을 해 줘야 하는데 아래사진과 같은 뭔가를 스프레이로 뿌려서 걸어 두면 감쪽 같이 옷이 펴진다.
낮에 입어 구겨진 바지의 주변에 저 '페브리즈' 인가를 스프레이 하여 거꾸로 걸어둔다. 가능하면 무게를 유지시켜 주어야 하므로 지갑이나 벨트를 빼지 않은 채 걸어둔다.
살아 가며 가장 중요한 식 생활을 해결하는 필자의 살림살이 도구 전부이다. 후라이팬, 접시 몇개, 그릇 두개, 양은 냄비, 수저세트와 칼, 포크와 가위, 그리고 차를 끓이는 포트와 녹차다기 정도...
조리과정이다. 처음 한달 반쯤 콩나물 해장국만 먹다보니 음식을 다변화 시켜야하겠고, 또한 시간 절감을 위해서 지금은 종종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는다. 최근에 발견한 획기적인 것은 저 주걱같이 생긴 얇은 도구이다. 전엔 모르고 후라이를 뒤집을 때 수저를 이용했으나 저 도구를 이용하니 너무나 편했다.
조리 결과물이다. 미역무침은 집에서 올 때 하루분 씩 따로 담아 일주일분으로 몇개를 가져와 냉장고에 넣어 두고 하나씩 꺼내 먹는다. 해조류를 많이 먹어야 될 듯 해서다. 오늘 아침은 달걀과 줄줄이 쏘세지, 귤과 체리, 키위 정도에 녹차 정도로 때우고...
메뉴는 마트에서 골라온 식자재의 종류와 계절에 따라 약간씩 바뀐다. 큰 맘 먹고 들고온 쏘시지가 (줄줄이가 아닌 통으로 된..) 너무 짜서 달걀 후라이 하기 전에 달걀을 쏘시지에 묻혀보았다. '쏘시지 달걀부침' 정도일려나, 어려서부터 즐겨 먹던 '게 맛살' 이 있고, 작은 바나나 (몽키바나나) 와 여전히 귤 몇조각과 사과, 그리고 네개단위가 아니고, 그 두배인 여덟개가 붙어 있어 처리 곤란한 불가리스가 오늘의 요리이며, 특히 종합비타민은 아침마다 하나씩 복용하기로 했다.
계절음식인 송이를 강원도 봉화에서 택배로 도착되어 역시 후라이팬에 살짝 데쳐 냈다. 송이는 고유의 향을 보전하기 위해 가능한 덜 익히는 것이 좋다. 작년엔 날씨가 가물어 송이가 무척 귀했으나 올핸 비가 많이 와서 습한 상태를 좋아하는 송이가 풍작이 되어 값이 좀 싼 편이었다. 매년 송이를 많이 쓰게 되는데 1 키로그람 (보통 10개에서 15개들이 상품 기준) 보통 30만원에서 비쌀 땐 50 만원 정도인데 올핸 32 만원에 구했다.
세상은 여자들을 중심으로 도는 듯하다. 마트에 가서 유심히 보니 떡을 미리 짤라서 파는 것도 있었으니 얼마나 편한 세상인가, 한 석봉의 어머니가 불을 끄고 짜르던 떡이 그냥 즐비하다. 양파도 좀 구해서 함께 데치고, 소고기 산적을 집에서 올 때 조금씩 가져와 몇 조각씩 데친다. 과일은 계절 흐름에 따라 조금씩 바뀌는 듯하다. 이젠 감까지 올라왔다. 처음엔 모르고 불을 쎄게 해서 후라이를 하니 음식이 탓다. 시작할 때 약한 불로 하여 후라이팬을 뎁힌 상태에 음식을 올려 놓으니 잘 타지 않는다. 이런 대 발견을 한다는 것이 신통 방통하기만 하다.
마트에 가서 식자재를 사 왔다. 일 주일에 4 ~ 5 일을 서울에서 지내니 음식을 최소화 해서 준비해야 한다. 남는 건 신선도 유지를 위해 주말에 집에갈 때 버리고 간다. 항상 신선한 음식을 원하지만 크게 포장 되는 포장단위가 문제인 듯하다.
사실 숙소는 거의 잠만 자고 나가는 거주의 개념이다보니 숙소에선 술을 먹을 기회는 없다. 삼개월이 넘었는데 맥주 몇개 넣어 둔 것이 그냥 있다. 허긴 밖에서 잔뜩 마시고 들어오니 집에서야 마실 틈이나 있겠나...
사실 필자가 할 수 있는 요리는 많지 않다. 이미 선수가 되어 버린 후라이팬 요리와 라면이나 짜파게티이다. 사실 짜파게티는 아직도 익숙하지 않다. 필자가 워낙 라면을 좋아하다보니 가끔 저 냄비에 라면을 끓여 먹는다. 문제는 미끄러운 라면 그릇을 씻는 건데 그 방법도 이미 터득했다. 국물을 말끔이 마시고 빈 냄비에 약간의 물을부워 물이 끓으면, 휴지를 적가락으로 잡아 냄비 주위를 닦으면 된다. 미끄러운 라면그릇을 닦는데는 뜨거운 물이 특효였다.
너무나 엄청난 발견을 했다. 평소 밖에 창문과 화장실의 홴을 틀어 환기를 시켰는데 가만보니 조리대 위에 환기 홴이 있었다. 뭔가를 누르니 신기하게도 홴이 작동되는 것 같다. 혹시해서 휴지를 대 보니 위로 빨려나감을 볼 수 있었다.
귀찮고 기회가 적지만 가끔 타 먹는 미수가루 류이다. 천마밀, 여러가지를 (아홉가지라던가..) 조합한 미수가루, 검은 깨 갈아서 볶은 것 등을 더운 물에 순수자연 벌꿀과 섞어 마시면 요기가 된다.
역시 대 발견이다. 필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기맹(機盲)이다. 당연히 지금도 비디오도 틀 줄을 모른다. 집에선 티.브이도 말로 요구한다. '야구 틀어, 뉴스 틀어...' 저 물을 끓이는 포트를 사용할 줄 몰라 그냥 양은냄비에 물을 데워 녹차를 끓여 먹었는데 어느날 큰맘 먹고 한번 사용해 보니 그렇게도 빠르고 편리할 수가 없다.
계절이 바뀌며 날씨가 서늘 해졌다. 먼저 중국 갔을 때 사온 명주(누에고치 실) 이불을 새로 꺼내도록 했다. 여름이불보다 한편 따뜻하고 포근하다. 대전에 있을 때도 점심과 저녁은 어차피 밖에서 먹고 들어 갔으나, 여기선 아침이 문제였는데 거의 4 개월이 되어 가는 동안 의, 식, 주 모든 것을 해결한 것 같다. 물론 일주일간 모은 빨래감은 집에 갈 때 갖고 가긴 하지만...
이제 혼자 살 수 있는 모든 기술을 거의 익힌 듯하다. 최소한의 생활은 자신이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서는 도저히 풀리지 않는 한가지가 있다.
색감이 둔해서 일까...
출근할 때 넥타이 색깔 고르는 것은 여전히 자신이 없다.
첫댓글 혼자 살다보면 편한 점도 많지요...음식메뉴가 웬만한 여자보다는 훌륭하군요. 대단합니다
예, 특히 발닦어라, 담배냄새 난다고 안하고, 엎어져 자던, 자빠져 자든 하여튼 편하긴...
이제 하산(?) 할 때가 되었군요......선수가 다 되었군요. 그래도 이글을 읽으면 웃을 여자들이 몇명은 있을것 같군요. 그리고 맨첫줄...'팔지 소관인지...'와 다섯번째줄 '고교를 졸업고....'는 고쳐서 다른 카페로 옮기는게 좋겠습니다.
즉시 정정하겠습니다. 눈도 밝으셔...
많이 숙달되었군요..혼자가 나은지..저는 항상 서너명이 같이 생활하다보니 좀 다른면이...
이제 장단장님도 상황이 좀 바뀌겠군요. 덕분에 자주 뵐 수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