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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5월 24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524월] '정치교사' 파면 너무 성급하지 않나
교육과학기술부와 시ㆍ도교육청이 민주노동당에 가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공립학교 교사 134명을 파면이나 해임키로 했다. 법과 규정에 따른 조치라지만 지나치게 성급해 우려가 크다. 무엇보다 형이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혐의만을 근거로 했다는 대목에서 감정적 대응이 엿보이고, 해당 교사 대부분이 전교조 조합원이라는 점에서 6ㆍ2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 따르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헌법에 규정된 국민적 합의사항이다. 따라서 지난해 6, 7월의 전교조 시국선언도 용납하기 어려운 사안이지만, 공무원으로서 민노당에 가입해 당비를 납부해온 사실이 확인된다면 법에 따라 공무원 신분을 박탈하는 것은 헌법정신에 어긋나지 않는다.
현직 교사들이 민노당에 가입해 당비를 납부하는 등 정치활동을 했다는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 온 것은 올해 초부터다. 검찰은 지난 6일 공무원신분인 국ㆍ공립 교사 148명을 국가공무원법ㆍ정치자금법ㆍ정당법 위반으로, 사립학교 교사 35명을 정치자금법ㆍ정당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달 민노당은 전교조 조합원이 당에 가입한 사실이 없다고 밝히고 "과잉 수사, 짜맞추기 수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교과부는 19일 전국 시ㆍ도교육청 감사담당과장 회의를 열어 지난해 시국선언에 참여했으며 이번에 기소된 교사 134명을 파면ㆍ해임키로 결정했고, 일요일에 전격 발표했다. 사립학교 교사 35명도 검찰의 통보를 받아 파면ㆍ해임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정상참작 감경을 피하고 의원면직을 못하도록 하겠다"며 '엄중 처단'을 강조했다.
공무원 신분인 교사가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전교조든 아니든 위법이며, 사립학교 교사라도 정치자금법과 정당법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경찰 수사와 검찰 기소를 근거로 예단하여 '실형'을 강제하는 것은 정부가 해선 안 될 일이다. 더구나 지난해 시국선언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들은 아직도 유ㆍ무죄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524월] ‘천안함 남북 공동조사’ 적극 검토해야
우리 정부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천안함 침몰 조사와 관련한 ‘국방위원회 검열단 파견 수용’을 그제 다시 요구했다. 단순히 북쪽의 선전전술로만 볼 일은 아니다. 합동조사단 조사결과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남북 공동조사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검열단 파견 제안에 대한 정부 인식은 국방부 쪽 발언에 잘 나타난다. 김태영 장관은 지난 21일 “강도나 살인범이 현장을 검열하겠다는 의도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고위관리는 ‘검열이란 상급기관이 예하기관에 대해 실시하는 것’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철저한 조사에 도움이 된다면 북쪽 제안을 처음부터 도외시하거나 검열이라는 용어에 예민하게 반응할 이유는 없다. 정부는 합동조사단 조사로 북쪽 소행임이 밝혀졌다는 주장이지만, 조사가 완전히 끝났다고 할 상황은 아니다. 북쪽 소행이 맞는다면, 직접 대면한 자리에서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 최선의 접근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침몰과 관련해 북쪽이 “유엔헌장과 정전협정, 남북기본합의서를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북쪽은 검열단 파견의 근거로 남북기본합의서 조항을 꼽는다. 이 합의서의 부속합의서 제2장 8조는 “어느 한쪽이 합의서를 위반하는 경우 공동조사를 하여야 하며…”라고 규정하고 있다. 공동조사는 북쪽에 기본합의서 이행을 강제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셈이다. 또한 검열이 공동조사의 북한식 표현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북쪽은 자신이 피고의 위치에 있음을 분명히 자각하고 혐의 내용을 적극적으로 해명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실효성 있는 공동조사가 이뤄지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여기에는 검열단이라는 틀을 고집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 해명에 필요하다면 관련된 군사정보를 공개하겠다는 각오까지 포함된다. 지금으로서는 북쪽이 앞장서서 천안함 침몰과 무관함을 입증하지 않으면 북쪽 소행으로 굳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오늘 천안함 침몰과 관련한 대북 대응조처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북쪽이 거세게 반발하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침몰 원인 조사에 조금이라도 허점이 있으면 더 그럴 수밖에 없다. 남북 공동조사의 필요성은 여기서도 확인된다. 양쪽은 늦기 전에 공동조사에 나서기 바란다.
[조선일보 사설-20100524월] 국민 의식, 천안함 이전과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오늘 천안함 사태와 관련한 대(對)국민담화를 발표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독자적 대응조치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방안 등 국제적 대응에 대해서도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담화에 이어 외교·국방·통일 장관이 구체적 조치 내용을 발표한다.
우리 정부의 응징 조치들이 구체화하면 북한도 갖은 협박과 함께 또 다른 도발 위협을 하고 나올 것이다. 이런 안보 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은 나라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결연한 자세와 국가적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지도자의 리더십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국민의 마음가짐과 의지다. 우리는 천안함 사태 전까지 대한민국의 번영이 얼마나 위태위태한 안보적 토대 위에 세워진 건물인지를 잊고 살았다. 북한 어뢰가 천안함을 폭침시킨 증거들은 북한의 범죄에 대한 증거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대한민국 국민이 지금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는가를 일깨워주는 경고다. 천안함을 두 동강 낸 어뢰는 '안보는 물과 공기처럼 값싸게 아무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주어지는 것'이라는 우리의 고정관념이 큰 착각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공짜나 다름없이 싼 값에 이용해왔던 물과 공기가 사라지는 순간 우리는 바로 생존을 위협받는다. 국가 역시 안보 토대가 흔들리는 순간 그 위에 세워진 번영·평화·질서 등등의 가치는 한순간에 요동치며 주저앉는 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국민은 1000t이면 4000만명을 죽일 수 있는 화학무기를 5000t이나 보유하고, 18만 특수부대가 레이더에도 잡히지 않는 AN-2 비행기를 이용해 동족(同族)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과 잔인성으로 무장한 집단을 머리 위에 이고 살고 있다. 북한은 1000만 서울시민 머리 위에 사정거리 60㎞짜리 장사정포의 조준을 맞춰놓고 있다. 그런데도 지난 10년간 서쪽 연평 앞바다에서 우리 해군이 피를 흘리며 싸울 때도 우리는 동쪽에서는 좌석을 꽉 채운 금강산행 관광버스가 줄지어 달려가는 등 무감각하고 무신경한 생활을 해왔다. 천안함 테러는 이렇게 '경제는 저절로 성장하는 것이고 안보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라고 착각해온 한국인들에게 던져진 경고다.
천안함 이후 한반도에 전개될 새로운 안보 환경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물질적 비용뿐 아니라 일상생활이나 정신적 측면에서도 새로운 안보 비용을 치르라고 요구할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 지도자가 짊어지고 있는 최대·최고의 책무는 국민들에게 국가 안보가 한 번 흔들리면 그 몇 십배·몇 백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현실을 상기시키면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안전을 보장'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때론 '최소의 비용'이 아니라 '적절한 비용'을 감당할 각오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정신적 자세를 갖출 때만 '최소 비용의 최대 안보'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 지도자들은 이번 천안함 정국에서 보듯 거꾸로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며 사회적 안보 비용을 더 크게 만들어왔다. '전면전쟁'을 협박하는 북한 앞에서 우리 정치와 우리 국민이 달라지지 못한다면 우리는 물론 우리 후손들까지 훨씬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상황과 만나게 될 것이다.
[서울신문 사설-20100524월] 천안함 애도 속 룸살롱·모텔 공직자 엄벌하라
고위 공직자들의 기강해이가 해도해도 너무한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실태를 들어보면 이게 과연 안보 위기 속의 대한민국 공무원들인지 귀를 의심하게 한다. 이 위원장은 천안함 애도기간 중에 룸살롱에서 술을 얻어 마시고 모텔에서 ‘2차’ 대접까지 받은 고위 공직자가 있다고 밝혔다. 참으로 개탄스럽고 경악스러운 일이다. 그러잖아도 지방선거가 겹쳐 공직자들의 일탈을 짐작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미처 상상도 못했다.
권익위가 확인한 고급술집은 서울 강남 역삼동의 유명 룸살롱이라고 한다. 이 위원장은 룸살롱 두 곳의 구체적인 상호까지 거론했다. 여종업원이 100명이나 되고, 모텔을 겸하고 있어 성접대가 가능한 곳이라는 것이다. 누가 봐도 1차로 술을 마신 뒤 2차로 성접대를 받을 개연성이 높다고 의심할 만한 곳이다. 권익위는 해당 고위 공무원의 소속 부처에 명단을 즉각 통보해서 형사처벌 등 엄벌토록 조치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천안함 희생장병들에 대한 깊은 슬픔에 잠겨 있는데, 그 시간에 일부 고위 공직자들이 흥청망청했다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정신상태로 어떻게 부하 직원들을 통솔하겠는가.
기강해이는 이뿐만 아니다. 애도기간 중 정부에서 골프 자제령을 내렸지만 경기도 S골프장 한 곳에서만 국회·법원·경찰·지방자치단체·공직유관단체·중앙행정기관·교육기관 등 거의 전 관공서를 망라한 소속 차량들이 발견됐다고 한다. 관련 공직자들은 대부분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정부는 공직자로서 본분을 잃은 ‘독초 공무원’들을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서 국제 여론을 환기시키고 효과적인 대북제재 방안을 찾느라 국력을 쏟고 있다. 공직자들은 더욱 긴장하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 국가적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앞장서라.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524월] 성장잠재력 위협하는 민간저축 급속 감소
우리나라 총저축률이 2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민간의 총저축 감소는 가계살림이 빠듯하다는 의미인 동시에 투자재원이 줄어 향후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기업 투자활동 위축(萎縮)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저축률은 30.0%로 2005년부터 5년연속 하락하며 1983년(28.9%)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에따라 작년 국내 총투자율도 전년보다 5.2%포인트나 떨어진 25.8%에 그쳐 1998년(25.2%)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특히 가계저축률이 급락하고 있어 걱정스럽다. 개인순저축률이 지난해 3.9%로 OECD 17개 회원국 평균치(8.3%)의 절반에도 못미친 데 이어,OECD는 올해 가계저축률이 3.2%로 세계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과거 세계 최고수준의 저축국가였던 우리나라였지만, 이제 심각한 성장잠재력 저하가 불가피할 정도로 저축률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저축률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소득보다 부채가 많고 더 빨리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전국 가구당 평균 소득은 4131만원으로 전년보다 1.5% 증가했지만 부채는 4337만원으로 5.1%나 늘었다. 가계부채가 이토록 심각한 것은 전체 지출에서 부동산담보대출에 따른 이자와 교육비 등 경직성 경비의 비중이 높기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정부는 무엇보다 학원비 등 사교육비를 낮추고 부동산값을 안정시켜 가계 부담을 경감하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두지 않으면 안된다. 가계 역시 머지않아 금리인상이 예고돼 있는 만큼 미래 노후준비를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지출을 최대한 줄이고 저축을 늘려 부채를 갚을 여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00524월] '한국 노동운동 온건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동운동이 온건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외국 언론의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국가 이미지는 물론 기업환경 평가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영국의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변화하는 한국의 노동조합' 제하의 기사에서 노조 가입률 감소,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제도변화, 제3 노동단체 출현 및 민주노총 세력 약화 등 우리나라 노동운동에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움직임을 자세히 보도했다.
실제로 이런 변화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민주노총의 강경투쟁에 염증을 느낀 단위노조의 탈퇴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강성노조로서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벌이던 현대차 노조도 온건노선의 새 지도부가 들어서며 민주노총과 거리를 두고 있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규정한 새 노조법 시행과 함께 자율적으로 전임자 축소 움직임을 보이는 노조도 나오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전투적인 노조와 후진적인 노사관계는 외국인 투자는 물론 국가경쟁력 제고에도 최대 걸림돌이 돼왔다. 외국 기업들에 한국진출의 애로사항을 물으면 언제나 강성 노동운동이 첫 번째로 꼽히고 국가경쟁력 조사에서 노사관계는 만년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58개국 중 23위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4단계나 높아졌지만 노사관계 분야는 여전히 꼴찌를 기록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노조의 호전적 태도는 여러 해 동안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불안감을 심어줬고 이는 아마도 불안정한 북한에 대한 두려움과 맞먹는 수준이었다"며 강성노조가 20년 동안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은 족쇄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노동운동을 북한 문제라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같은 정도의 부정적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뿌리 깊은 불신을 가진 외국인의 눈에 한국 노동운동이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고무적이다. 일단 전환점을 맞은 노사관계 개선이 계속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사관계가 선진화하면 외국인 투자가 활성화돼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황호택 칼럼/황호택(논설위원)-20100524월] 김정일 정권을 침몰시키는 법
천안함 병사 46명을 희생시킨 북한 정권을 응징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국가로서 존속하기 어렵다. 북한은 우리를 종이호랑이로 보고 또 다른 도발을 획책할 것이다. 북에 군사적 타격을 안겨주는 것이 가장 속 시원한 응징이다. 천안함을 공격한 잠수정의 발진 기지나, 빌 클린턴 정부 시절에 폭격하려고 했던 북의 핵시설을 타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김정일을 직접 겨냥하는 것도 가능하다. 북의 도발책임을 간혹 ‘강경파 군부’에 돌리는 분석도 있지만 북 잠수정이 김정일의 허가 없이 남쪽 군함을 향해 어뢰를 쏠 수는 없다는 것이 정확한 분석 같다.
리비아가 반미 테러리스트를 지원하고 훈련시켜 미군과 미국인들을 공격하자 미국이 가다피를 직접 겨냥한 사례도 있다. 미국은 1986년 4월 영국 기지에서 공군기를 출격시켜 카다피의 숙소와 테러리스트 캠프를 폭격했다. 카다피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지만 양녀가 죽고 두 아들이 부상을 당했다. 김정일은 카다피처럼 당할 것이 두려워 이 사건 후로 사무실과 숙소를 은폐하고 두더지처럼 땅속으로 숨어 다닌다.
그러나 군사적 응징은 북한과 일전을 각오해야만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그것으로 김정일 정권의 종말이 오겠지만 우리도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북의 방사포 5100여 문(2008 국방백서) 중 수백 문이 서울을 향하고 있다. 경제인 중에는 군사적 보복이 경제에 미칠 부작용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흉기를 들고 날뛰는 미치광이 집단을 다스리는 방법은 똑같이 칼 들고 설치는 것보다는 더 현명한 지략(智略)이라야 한다.
* ‘핵폭탄’보다 강력한 대북삐라
북한의 노동당 통일전선부에서 일했던 장진성씨(시집 ‘내 딸을 팝니다’의 저자)는 “북은 핵을 갖고 있지만 남에는 핵폭탄보다 위력이 강한 삐라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일성 부자 정권에 세뇌당한 주민의 의식상태는 백지에 가깝다. 삐라를 북에 보내는 것은 백지에 얼룩을 묻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허위를 깨부수는 삐라의 내용이 한 사람 두 사람 백 사람을 거치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돼 종국에는 김정일 정권의 붕괴로 이어지리라는 것이다. 그는 삐라를 통해 북한 정권의 허위를 깨달았고 KBS 사회방송과 극동방송을 청취하기 시작했다고 술회했다. 북한에서는 최근 가까운 사람들끼리는 삐라에 적힌 내용을 거리낌 없이 주고받는다고 한다. 현실의 삶이 갈수록 각박해지면서 삐라에 적힌 내용의 호소력이 커지고 있다는 증언이다.
노무현 정권 때는 삐라에 미국의 1달러짜리 지폐를 붙여 북에 풍선으로 날려 보내는 작업을 당국이 못하게 말렸다. 정부가 이것을 지원은 못할망정 말릴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 삐라에 달아주는 1달러짜리 지폐나 북한 돈이야 말로 진정한 북한 주민 지원이다.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에서 북으로 들어가는 돈은 김정일과 그 측근 그리고 군부의 주머니만 불려줄 뿐이다.
2004년 비무장지대에서 대북방송 확성기를 철거한 것도 크나큰 실책이었다. 당시 대북방송은 비무장지대에 근무하는 북한군은 물론이고 북쪽 70km 지역에 까지 들렸다. 당시 북한 군인들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통해 일기예보를 청취하고 국제사회가 돌아가는 것을 이해했다. 북한 병사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이 너무 컸던지 북은 통일부 채널을 통해 확성기와 전광판을 철거해달라고 애걸하다시피 했다.
당시 정세현 통일부장관이 북의 요청을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올렸고 이종석 사무처장이 뒷받침해 대북방송이 중단됐다. 북은 반대급부로 생색내듯 통일전선부가 운영하던 대남(對南)방송 ‘구국의 소리’를 중단했다. 북한의 병사들에게 세상 돌아가는 진실을 알려주던 방송을 효용성이 사라진 고철덩어리와 맞바꾼 셈이다.
* 北은 대북방송 철거 애걸했다
북한 주민 수백만명이 굶어죽은 고난의 행군(1995∼97) 기간에 군량미를 풀었으면 대량아사를 막을 수 있었지만 김정일이 못 풀게 했다는 증언도 있다. 백성은 옥수수 죽도 제대로 못 먹는데 김정일의 와인창고에는 프랑스제 고급 코냑과 와인이 1만병 가량 쌓여있다(후지모토 겐지 ‘김정일의 요리사’). 김정일은 인류역사상 유례가 없는 악덕군주다. “역사와 문명에서 하차(下車)한”(노벨상 수상작가 헤르타 뮐러) 정권을 교체하는 것은 우리 세대에 부과된 시대적 소명이다.
얼마 전 방한했던 콜린 파월 미국 전 국무장관은 “북한은 역사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변화를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북한의 변화를 하염없이 기다리지 말고, 그 변화를 촉진해 주민의 고통을 덜어줘야 한다. 지금이 대북확성기 방송과 풍선 삐라의 살포를 재개할 완벽한 타이밍이다. 거짓과 날조의 신화에 기반을 둔 김정일 세습독재 정권은 진실의 어뢰라야 침몰시킬 수 있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허귀식(경제부문 차장)-20100524월] 스티그마 효과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이른바 ‘브릭스(BRICs)’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역사·문화도, 이해관계도 달랐다. 2001년 골드먼삭스 이코노미스트인 짐 오닐이 덩치가 크고 쑥쑥 큰다는 점에 착안해 네 나라를 한데 묶어봤을 뿐이었다.
그런데 자꾸 한 그룹으로 묶이자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선진국클럽에서 소외돼 친구가 필요했던 러시아가 먼저 4자회의를 제안했다. 2006년부터 외무장관들이 데이트를 시작했다. 정상들은 지난해 6월 얼굴을 처음 맞댔다. 서먹서먹하긴 해도 쏠리는 세계의 이목을 즐겼다. 근거 없는 열애설로 곤욕을 치른 연예인 남녀가 그때부터 데이트에 나서 결혼한 모양새라고나 할까. 이런 게 ‘피그말리온 효과’다.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인해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이다.
반대로 ‘너는 그런 놈’이라 낙인을 찍으면 최면에 걸린 듯 정말 그렇게 되는 것도 인간이다. ‘스티그마(낙인) 효과’란 거다. 낙인은 자체가 고통이요 인격 파괴다. 불에 달군 인두로 낙인을 지우면서 펑펑 우는 사극 속 노비의 얘기가 아니더라도 낙인은 정말 무서운 것이다. 범죄라도 발생하면 가장 먼저 의심받는 전과자의 기록도 따지고 보면 현대판 스티그마다.
국가인들 스티그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세계 경제에 주름살이라도 질라치면 해외에선 어김없이 한국 때리기가 시작된다. ‘이번엔 다르다’는 정부의 말은 공허할 뿐이다. 외환위기란 전력이 두고두고 한국 발목을 잡는 거다.
낙인 못지않게 무서운 것이 있다면 ‘나쁜 이웃’이다. 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의 두 문자를 딴 ‘픽스(PIGS)’. 그건 ‘지중해 클럽’이나 ‘올리브 벨트’처럼 특정 지역을 일컫던 말이었다. 그러나 그리스가 곳간 거덜난 나라로 찍히면서 다른 나라들도 한통속 도매금으로 몰리고 있다. 픽스가 속한 유럽연합(EU) 전체가 피장파장이긴 하다.
오늘날의 세계는 쇠사슬로 배를 이어놓은 조조의 연환계(連環計)에 비유된다. 서로서로 연결된 개방경제여서 순풍을 탔을 땐 브릭스처럼 강력하다. 그러나 역풍 불길에 휩싸이면 픽스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한다. 요즘은 유럽발 재정위기가 만든 역풍이, 그 뒤로는 천안함 폭침의 풍랑이 이어지는 조마조마한 형세다. 몹쓸 낙인 하나 지우겠다는 각오로 옹골지게 맞서야 한다. 정신 차리는 건 필수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00524월] 진실의 재구성
“거울을 보고 쳐도 셈이 안 맞는다.” 화투놀이를 할 때 종종 듣는 농담이다. 여럿이서 화투를 치면 아무리 시시한 돈내기라 할지라도 계산이 잘 맞지 않는다. 잃은 사람은 있는데 딴 사람은 없고, 그나마 땄다는 사람도 겨우 본전했다고 투덜거린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일본 영화이자 소설인 <라쇼몽(羅生門)>에서 그 답의 일단을 구할 수 있다. <라쇼몽>은 아쿠다카와 류노스케의 단편소설을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이 영화로 만든 것으로 1951년 베니스영화제 대상을 받는 등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하나의 사건, 네 가지 진실.” <라쇼몽>을 한마디로 압축한 표현이다. 사무라이가 산적에 의해 살해된 사건을 재구성하니, 진술하는 인물에 따라 그 진실이 다르다. 그리하여 하나의 사건은 여러 개의 진실을 낳고, 엇갈리는 진술은 “과연 인간에게 진실은 존재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낳는다.
비오는 어느 날 성문(라쇼몽) 앞에서 세 사내가 기이한 살인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사무라이를 죽이고 그의 부인을 강간한 산적의 증언은 이렇다. “우연히 마주친 무사의 부인에 반해 무사를 묶어 놓은 뒤 겁탈했다. 그녀에게 나랑 살자고 하니 결투로 결정하라고 해, 정정당당하게 결투를 벌여 무사를 살해했다.” 그러나 무사 부인의 증언은 또 다르다. “산적은 강간을 한 후 사라졌고, 정조를 더럽힌 그녀는 남편의 눈빛에 모멸감을 느끼고 혼절했는데, 깨어보니 그녀의 단검에 남편이 찔려 죽어 있었다.” 정작 무사의 혼백은 무당의 입을 통해 “아내가 산적에게 남편을 죽이고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애원하자 산적은 성을 내고 나를 풀어줬으며, 나는 사무라이의 명예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또다른 증언을 한다. 그러자 사건의 목격자인 나무꾼은 이들의 말이 모두 거짓이라고 소리친다.
기억은 진실을 왜곡한다.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인간의 욕망 탓이다. “인간은 진실할 수 없다. 사건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윤색하지 않고는 못 배긴다.” 구로자와 감독의 말이다. 사건을 재구성해도 진실은 재구성하기 힘든 것은 그 때문이다. 천안함 진상 조사 발표 이후에도 이런저런 뒷말이 남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나일 수밖에 없는 ‘천안함의 진실’은 모두가 한마음으로 공유해야 마땅하다. 오직 정직한 정부 아래서만 가능한 일이지만.
[매일경제신문 칼럼-테마진단/이상희(대한변리사회 회장)-20100524월] 바이러스와의 제3차대전
베이징올림픽 전년도에 과학올림픽 차원의 인류건강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56개국이 참여한 논문 중에서 3편의 논문을 뽑아 이 행사의 축사와 격려사를 대신하게 했다. 운 좋게 필자가 제출한 `21세기 바이러스 전쟁`이 3편 가운데 하나로 채택돼 개막식 행사에서 발표하는 행운을 가졌다.
발표 도입부에는 인간과 맹독성 바이러스 간의 전쟁을 다룬 영화인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아웃브레이크(1998)` 핵심 장면을 10분 정도로 압축ㆍ상영했다. 그리고 왜 인간과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숙명적이고 불가피한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첫째, 지구는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이란 감정표현을 하고, 자전하면서 운동하고, 공전하면서 일하러 다니는 거대 생물이다. 둘째, 이러한 거대 생물인 지구에 인간이란 바이러스가 서식하면서 기름, 가스, 광물자원 등을 과도하게 뽑아내기 때문에 드디어 지구생물이 몸살을 앓기 시작했다. 셋째, 지구생물이 병들기 시작하면서 먼저 몸에 미열이 나게 마련인데 이것이 바로 `지구온난화`이고, 따라서 이 병적 현상을 정상화시키겠다는 반작용으로 병의 원인인 인간을 공격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인간과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작용ㆍ반작용의 숙명적 마찰인 셈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1918년에 발병해 전 세계적으로 5000만명을 사망시킨 스페인독감, 아직까지도 완치가 불가능한 에이즈, 최근의 사스, 홍콩독감, 신종플루와 구제역 등, 결국 세계 3차 대전은 인간과 바이러스와의 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동안 필자는 이 같은 21세기 바이러스 전쟁의 숙명적 당위론을 각종 국제보건 심포지엄에서 발표해왔다. 그 결과 작년 3월엔 인류건강ㆍ보건을 위한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드와이트 디. 아이젠하워 피트니스 어워드`란 상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바이러스 공격에 대응하는 전략은 무엇인가. 우선 지구 환경을 정상화해야 한다. 지금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 정책도 이런 차원의 문제 해결책이다. 그러나 이런 대응 방식은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기에 전쟁을 위한 절박한 현실적 대응전략은 되지 못한다. 무엇보다 현실적 대응을 위해서는 인체의 항바이러스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한 운동처방, 영양처방이 필수적이고, 그 다음으로는 항바이러스 무기 개발이 필요하다. 이 부분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가장 결정적 핵심이다.
결정적 항바이러스 무기 개발을 위한 방위산업은 어떤 산업이어야 하는가. 바이러스는 선천적으로 변이(變異)를 애용하는 게릴라전의 명수다. 따라서 백신 등 의약품이라는 무기 생산에서도 다양한 기습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 즉 신약 개발과 생산이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제약산업은 세계 3차 대전의 핵심 방위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우리와 처지가 비슷한 스위스가 제약산업을 국가기간산업으로 육성하는 전략은 바로 우리 국가전략이 될 수 있다.
이번 신종플루 전쟁에서 스위스 제약회사 로슈는 `타미플루`로 인류건강 보호는 물론 부도 직전에서 돈방석에 앉는 이윤을 창출했다. 이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우리 제약산업은 최대 위기를 맞게 된다. 바이오산업, 정밀화학, 정밀전자는 물론 관련 전문 마케팅ㆍ금융 등을 포괄하는 제약산업을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한다면 한ㆍ미 FTA를 오히려 제약산업의 글로벌화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번 더 요약하면 우리 국민과 정부는 무엇보다 바이러스 전쟁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국가적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제약산업을 방위산업과 국가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새로운 국가정책을 수립함으로써 바이러스 전쟁의 위기를 국가 발전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