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삼술 시인의 **<노잣돈>**은 인생의 유한함과 무소유의 철학을 절제된 언어로 풀어낸 수작입니다.
[평론] 비움으로 완성되는 생의 마지막 여정 1. 시적 공간의 확장: 시냇물에서 바다로 이 시는 인생을 '숲'과 '물'의 흐름에 비유하며 시작합니다. 내(시냇물)에서 강으로, 다시 바다로 흘러가는 과정은 인간의 유년기, 장년기, 그리고 노년기를 거쳐 죽음이라는 거대한 침묵의 바다에 이르는 생의 경로를 상징합니다. 특히 **'바람의 어귀에서 서성인다'**거나 **'술래잡기의 술래가 된다'**는 표현은 우리가 삶에서 겪는 방황과 역할의 반복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누군가를 쫓기도 하고 쫓기기도 하며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그 모든 소란함은 결국 '바다'라는 절대적인 고요 앞에서 멈추게 됨을 시인은 통찰하고 있습니다. 2. 역설적 상징: '노잣돈'과 '천금' 시의 제목인 **'노잣돈'**은 저승으로 갈 때 노비(路費)로 쓰라고 망자의 손이나 입에 넣어주는 돈을 말합니다. 하지만 시 본문에서는 **"천금(千金)을 짊어지고 갈 수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여기서 제목과 본문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발생합니다. 산 사람들은 떠나는 이를 위해 노잣돈을 챙겨주려 애쓰지만(천금), 정작 죽음의 강을 건너는 이에게 그것은 짊어질 수 없는 무게일 뿐이라는 역설입니다. 이는 세속적 가치에 집착하는 현대인들에게 던지는 묵직한 경구와도 같습니다. 3. 이미지의 극대화: 호주머니 없는 수의(壽衣) 이 시의 백미는 **"수의엔 호주머니가 없다"**는 구절입니다.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전해지는 격언이기도 하지만, 시적 맥락 안에서 재해석되어 시각적 선명함을 더합니다. 호주머니: 무언가를 채우고 소유하려는 욕망의 공간 수의: 모든 욕망을 내려놓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의복 호주머니가 없다는 것은 '소유의 불가능성'을 물리적으로 보여줍니다. 시인은 이를 통해 **'빈손(空)'**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며, 인간이 태어날 때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의 섭리를 완성합니다. 4. 총평: 소멸을 통한 삶의 정화 배삼술 시인의 <노잣돈>은 죽음을 허무주의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안 지는 꽃이 없다'는 자연의 순리를 받아들임으로써, 지금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역설적으로 묻습니다. 마지막 구절의 **"어차피 빈손"**이라는 표현은 허탈감이 아닌, 모든 짐을 내려놓은 자의 해탈과 평온을 느끼게 합니다. 결국 이 시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통해 '어떻게 비우며 살 것인가'를 가르쳐주는 인생의 지침서와 같은 작품입니다.
첫댓글 노잣돈이 그런돈 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