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 순익 60%줄었는데 점포수 제자리
SC.씨티 등 외국계銀 점포 축소 나서
국내銀도 스마트한 구조조정 시급
# 한 시중은행 동대문 지역 지점. 점심시간이 되면서 인근 시장 상인들이 찾아와 붐빈다. 현금자동인출기(ATM)앞으로 4~5명씩 긴 줄을 선다. 반면 직원이 상주하는 창구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등 모습이다. 대부분이 입출금 등 단순 거래를 하기 위한 고객이기 때문이다.
"창구가 한때 북적이면 뭐합니까. 다 '적자' 고객인데...
최근 만난 A은행장이 털어놓은 얘기다. 장년층을 중심으로 창구를 찾는 고객이 꾸준한데 은행 입장에서 실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고민이다. 고객이 찾아오는데 창구를 폐쇄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창구 영업에만 의존해서는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소위 '돈 되는'고객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본점 차원에서 차별된 점포 전략을 짜야 할 필요가 있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 비중이 커지면서 은행들은 '지점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07년 대비 2013년 7개 주요 은행의 지점당 이익(세전이익 기준)은 적게는 35%에서 많게는 86%까지 감소했다. 지점당 이익은 27억원에서 10억6000만원으로 평균 61% 줄었다.
적자 점포 비중도 꾸준하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금감원이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국내 은행들의 적자 점포는 전체 점포 7348개 중 804곳으로 10.9%에 달했다. 적자 점포는 2010년 526곳에서 2011년 650곳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였다. 다만 2013년 상반기에는 적자점포 정리가 이뤄졌지만 전체 점포 7341개 중 747개로 10.1%를 차지했다. 이는 인위적으로 추가 정리를 하지 않으면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점 내방 고객이 줄어들고 고객들이 인터넷을 통해 금융상품에 가입하면서 지점으로 잡히는 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적자 지점이 늘어나는 게 최근의 큰 추세"라고 설명했다.
적자 지점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은 지점에 속한 직원이 많고 은행 비용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지점당 직원 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신한은행을 제외한 6개 시중은행의 지점당 직원 수는 지난해 11월 기준 평균 11.01명으로 2012년 말과 같다.
은행에서는 비용 감축을 위해 기존 점포로 눈을 돌리게 됐따. 외국계 은행들은 물리적인 지점을 축소하고 지점 인원을 줄이고 있다. 당장 씨티은행은 올해 56개, SC은행은 30여 개 지점 폐쇄가 예정돼 있다. 한국씨티은행은 텔러 직원의 도움없이 디지털 기기로만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무인 점포 '미니스마트브랜치'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지점 축소가 수익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원은 "국내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진 것은 저금리로 저금리로 순이자마진이 축소되는 가운데 대손상각비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점포 비용을 무리하게 감축하면 고객 이탈과 금융사고 증가로 수익성이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국내 시중은행들은 지점 운영 전략을 바꾸고 비용절감에 나섰다. 전통적으로 소매금융에 강한 농협은행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특화 점포를 준비하고 있다. 전통시장처럼 소상공인이 밀집한 지역 점포는 지역별 특성에 맞게 영업시간을 조정하고 외부 출납 서비스 등 차별된 상품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은 오전 9시부터 오후9시까지 12시간 동안 영업하는 '9 TO9지점'을 분당 야탑에서 운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