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여행-진안성당 어은공소| 등록문화재 28호인 10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진안성당 어은공소 뚜벅뚜벅 전북여행
2015.11.0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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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은공소는 진안과 장수의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성수산 북쪽 골짜기의 길이 끝나는 마을인 어은동에 있습니다. 차를 타고도 꼬불꼬불 한참을 들어갑니다. 이런 곳에 성당이 있을까 싶은데요. 그러던 찰나 성모 마리아 상을 발견해 이곳이 어은공소임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오지 중의 오지라 할 수 있는데, 숨어있기 좋았을 거 같습니다.
왜 숨어 있기 좋았을까요?
어은공소의 역사는 병인박해에서부터 시작합니다.
* 병인박해 : 프랑스를 이용하여 러시아를 견제하고자 했던 흥선 대원군의 의도가 실패하면서 발생한 대규모의 천주교 박해로, 1866년(고종 3)부터 1871년까지 계속되었습니다. 이후 프랑스가 강화도를 침략하는 병인양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전라북도 최초의 등록 문화재인 진안성당 어은공소는 1866년 병인박해 이후, 살기 위해 도망친 천주교 신자들이 진안군과 장수군을 잇는 해발 1,050m의 성수산 북쪽 끝자락에 있는 어은동(漁隱洞) 산중 마을에 흩어져 살면서 자연스레 공소를 짓고 교우촌을 이루고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고기가 숨은 형상이라 하여 ‘어은동’이라고 불렸는데 물고기는 로마교회 박해시대에 신자들이 서로를 알아보던 암호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마을 사람 대부분이 천주교 신자였다고 하는데요.
어은공소는 1909년 건립된 전통가옥의 목조건물 양식입니다. 진입방법과 내부 공간의 형식은 서양의 바실리카 형식과 접목되어 있으며, 우리나라 천주교회사 연구에 중요한 건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건축양식뿐만이 아니라, 100년이 넘는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서 있지 않을까요?
건물의 평면은 亞(버금아) 자형을 이루고 있으며, 옛날에는 ‘남녀칠세부동석’이라 하여 남녀유별의 관습에 따라 의자와 의자 사이 기둥에 칸막이를 치고 예배를 드렸고, 서로 보이지 않게 막아두고 출입구도 남녀가 따로 출입했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한옥성당들이나 한옥교회들을 보면 'ㄱ'자형이거나, 출입구가 다르고, 칸막이로 서로를 보지 못하도록 했었지요. 전라도에서 두 번째로 사제가 된 김양홍(스태파노, 1874~1945) 신부가 어은동 본당의 초대 주임신부였습니다.
1888년 9월 옛 공소를 수리하고 확장해 목조 7칸 성당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나 교세가 점점 불어나자 1904년 마을 아래쪽에 새 성당 15칸 크기의 한옥을 신축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신축된 성당이 오늘날의 ‘진안성당 어은공소’가 되었습니다.
성당이 완공되던 1909년에 김양홍 신부는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위하여 성당 사랑채에 영신학교를 세워 국어, 한문, 수신, 산수 등을 가르쳤으며 1911년에는 성당 앞마당에 학교를 신축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학교가 신축되던 1911년 어은동 본당 관할 신자 수는 2,711명이었는데, 어은동 공소 신자만 520명이나 되는 등 진안, 장수 지역 신앙의 중심지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어은동 본당은 본당 자리를 진안군 마령면 연장리 한들에 있는 한들공소로 넘겨주고 다시 공소로 편입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어은동이 산속 깊은 골짜기에 있다는 것도 작용한 거 같습니다.
이후 어은공소는 1947년 다시 본당으로 승격하였으나,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나면서 폐쇄된 후, 1952년 진안읍에 본당이 설립됨에 따라 현재의 명칭인 어은공소로 명명되었답니다. 이런 어은공소는 천주교회 사뿐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로서도 인정받게 되어 2002년 5월 31일 등록문화재 제28호로 지정되었습니다.
내부로 들어가 보니 사람의 손길이 느껴졌는데요. 깨끗하고 정리가 잘 되어있어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거 같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진안성당 어은공소에서는 매월 1회 첫 목요일 오전 7시에 미사를 드리고 있으며, 주일에는 진안성당으로 가서 미사를 드리고 있다고 합니다.
2014년 기준으로 신자 수는 21세대 약 51명으로 남자 24명, 여자 27명이고 어린이들은 없다고 합니다.
한옥과 양옥의 절충적 형태로 전통성과 독창성을 모두 갖춘 어은공소.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우직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모진 세월을 잘 넘겨 준 어은공소. 지나가는 역사의 추억으로 묻히고 과거의 역사로만 머물기엔 어은공소는 현재 진행 중입니다
[출처] 전북여행-진안성당 어은공소| 등록문화재 28호인 10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진안성당 어은공소|작성자 전북의 재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