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 년을 뒤돌아보며
아쉬워하고 반성하며
새로 계획하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
집을 등에 지고 송년 비박산행을 떠난다.
대교주 대장님, 동반자 동산님, 지극정성 지산님,
천만에 천산님, 여러분의 여산님, 한수 위인 한산님,
건실한 건산님, 명쾌한 명산님, 강골의 강산님, 그리고 종산
10명의 대원들이 일박이일 동안 삶의 무게를 내려놓으려 함께한다.
춘천행 철마는 미끄러지듯 회색의 도회지를 벗어나 북한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강은 말없이 그곳에 있다.
영서의 산야는 한 폭의 수묵화다.
닷새 전 내린 눈이 그대로이다.
가평 자라섬이 새삼 정겹다.
휘돌아 가는 강물표면이 지는 햇살에 유리알처럼 반짝인다.
우리는 김유정역에서 대장님의 4륜 애마로 갈아탄다.
애마는 다시 북한강을 따라 의암댐을 건너
춘천호반을 살포시 보여준다.
군데군데 얼음장위 설원이 싱그럽다.
이네 굽이굽이 돌고 돌아
산골짝이 중턱 인적이 끊인 곳에 우릴 안내한다.
건각들의 발자국 소리가 뽀드득하다.
계곡 얼음장 밑 물소리가 고드름사이로 울려 퍼진다.
야생동물들의 흔적들이 여기저기 선명하다.
계곡의 물을 마시기 위함인 듯
50여분 오르니 등줄기가 후끈하다.
이윽고 예티의 산막이 우리들을 반긴다.
덕두원 높은 곳이며 명월리가 발아래 있네.
산막 뒤로 고라니 한마리가 환영이라도 하듯 멀리 멀리 뛴다.
대원들 각자는 분주히 잠자리를 만든다.
눈을 쓸어 바닥을 정리하는 분,
테라스에 편안하게 텐트를 치는 분,
산막의 자랑거리인 트리하우스 옥상에 침낭을 까는 분 등,
개성들도 다양하다.
이어 각자의 일품요리를 준비한다.
사골 소고기 떡국, 오뎅국, 홍어 삼합, 콩나물 김칫국,
쭈꾸미 볶음, 묵은지, 총각김치가 아름아름 식욕을 북돋운다.
지산님표 XO급 코냑이 추위를 달랜다.
건산님의 앱슬르트 보드카는 온몸을 후끈하게 달군다.
드디어 예티교의 의식이 거행된다.
1부 불의 제전
2부 자기소개 및 소회 한마디
3부 신곡발표
4부 각자 18번 이어 부르기
5부 취중 비몽사몽
남녘 중천에 상현달과 오리온이 우리와 함께한다.
한분 두분 각자의 잠자리로 들어간다,
무수한 별들이 내침낭으로 들어와 나와 동침한다.
포근한 안식이었다.
다음날 여산님표 소고기 된장찌개로 조식을 해결하고
7명의 전사들은 북배산 정상을 향하여 돌격 앞으로....
지산님, 명산님, 종산은 바둑이를 자처해
잔불을 유지하며 산막에 유한다,
출출하다.
다진 마늘과 대파가 곁들어진 신종라면(?)은 감탄 그 자체.
정상을 정복한 대원들이 속속 도착하고
짐정리 후 30여분 하산
대장님의 애마는 다시 우리를 김유정역으로 인도한다.
허기진 배를 이과두주와 중국음식으로 채운다.
곧게 세우자!
행복은 타이밍이다!
의사소통! 만사형통! 운수대통!
다양한 건배사로 일박이일 여정의 대미를 장식한다.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
땅거미가 질 때 까지 이곳에 어떻게 왔을까?
2015년도에는
자중자애 하자, 그래야 남을 사랑 할 수 있다.
자학하지 말자, 그러면 용서할 수도 있다.
긍정하자, 하여 심신이 편해질 수 있다.
중도관세 (中道觀世)하자, 그래서 이순(耳順)한다.
과하지 말자, 따라서 부족함보다 해가 덜 한다.
예티 회원 여러분이 곁에 있었기에 말의 해는 행복했습니다.
건강하시고 웃음이 가득한 양의 해를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첫댓글 건산님 댓글이 삭제되어 댓글 사본 다사 올림.
建山 09:03 new
배려가 묻어나는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이 글을 읽다보니 아직도 산막에 있는듯 하네요. 새해에도 우리 예티인들 모두 건강하시고 좋은일만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
┗ 종산 09:24 new
감사합니다.
건산님도 내년에도 건승하십시요.
비박의 생동하는 힘을 느끼게 해주는 표현입니다. 비박의 무지한 사람도 이글을 대하면 마치 자신이 비박지에서
잠자리를 다지고, 음식을 즐기고, 노래로 흥을 돋구고, 술로 가슴을 끓어 올리고, 얼랑 짐을 꾸려서 비박지로 달려가고픈 글이네요...비록 참석하지 못했지만 저도 지금 비박지에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네요..종산님!! 잘 보았습니다
반갑읍니다.
언제나 댓글을 본문보다 맛깔스럽게 달아주네요.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요.
종산님, Happy New Year!!!
감사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4.12.31 20:45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1.01 17:29
주목님은 종산의 고등학교3학년6반
담임선생님이셨고 사진작가수준으로
홈페이지에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올리셨다고합니다.
@종산 주목의 블로그입니다.
ha4452.tistory.com
역시 예티의 종신 작가는 종산~~^^~~
종산 글은 갈수록 내공이 깊어져가***
내년엔 예티를 곧게 세웁시다
종산 홧팅^!!^**
네.
중도관세하여 이순합시다.
환상적입니다.
[갈수록 내공이 깊어지십니다]에 나도 한표 꾹 ~~~
과찬의 말씀.
산행기라는것이 이리도 중요하네요 다시금 갔다온 느낌이 드는것은 ? 잘 읽었네요^^
다시금 갔다온 느낌이 드는 이유는 ?
신종(?)라면을 드셨기 때문이고
느낌아니깐 입니다.
@종산 신라면을 종산이 끓여서
신종라면^^
역시..산행기는 종산님표.. 최고!!
수고하셨습니다^^
출격횟수는 종산보다
한산 님이 한수위임.
감사
기분 좋은 시간이 길면 길수록 행복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예티님들께서는 기분 좋은 시간들을 많이도 오래도록 가지시고 계시니 단언컨대 행복하다고 할 것 입니다. 유쾌한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19번째 산행기에 19번째 댓글답글입니다.
계속행복하십시요.
즐거운 비박이었습니다.
종산님이 계셔서 바둑이도 할만 했지요.
금년에도 쭈욱-- 산행기 이어가시길 부탁합니다.
동산님이 딱 한번만 더 쓰고 절필하랍니다.
신년회 번개팅 하면 꼭 참석하신다고 하셨니
그날 뵙지요.
종산님 보고싶습니다.
올해는 예티를 곧게세우기
위해 열심히 나오겠습니다.
차기 대권 후보가 되시려면
자주 얼굴 도장박아야 합니다.
적극 밀어 드리겠습니다.
올해도 건승하십시요.
예티회원님들 안녕하세요? 그동안 찾아뵙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종산님 산행기 넘 잘 쓰셔 비박생각이 납니다. 집필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2014. 12월 27일 대간종주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비박덕분에 졸업을 할 수 있었지요.
땜방 몇 구간 남아 봄에나 끝날 것 같습니다.
찾아뵈올때까지 조대장님과 회원님들 건안하시고 행복하십시요. 감사합니다.
종산도 그 산악회에서 대간산행을 해보았읍니다.
완주를 축하합니다.
근교 산행, 명산 답습산행, 백두대간, 그리고 마지막 산행은
비박산행이라고 어떤 스승님이 말씀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