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법부의 결단이 필요한 때 ◈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재판 중 하나가
2010년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 사건 1심 재판이었어요
인상적이었던 것은 재판 속도였지요
재판부는 세 번 공판준비 기일을 가진 뒤
매주 월·수·금 세 차례 재판을 했어요
첫 재판이 3월 8일 시작됐는데 증인 신문에 시간이 걸리면
재판을 밤늦게까지 했지요
그리고 한 달 만인 4월 9일 1심 무죄 선고가 나왔어요
이례적인 속도였지요
기소 시점으로 따져도 5개월 만이었어요
그렇다고 졸속 재판도 아니었지요
현장 검증 등 필요한 건 다 했어요
형사 재판은 이런 집중 심리가 원칙이지요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을 매일 열어야 한다’고
형사소송법에 규정돼 있어요
재판부가 원칙에 충실했던 것이지요
한 전 총리 측 협조도 있었어요
그해 6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뜻을 밝힌 그는
선거 전에 결론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지요
검찰도 미룰 이유가 없다고 했어요
그래서 본격 재판 한 달 만에 결론이 나온 것이지요
한 전 총리는 이 사건에선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나중에 불법 정치자금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됐어요
그런데 이런 신속한 재판이 요즘엔 거의 없지요
간단한 사건도 1심 선고에만 1~2년씩 걸리고 있어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재판부들이 사건에 치인다는 이유로
2~3주에 한 번씩 공판 기일을 잡는 탓이 크지요
법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재판을 매일 열지 못할 때는
다음 공판 기일을 14일 이내로 잡아야 한다’고 돼 있어요
이 예외가 마치 원칙처럼 돼 재판이 하염없이 늘어지는 것이지요
판사들이 사실상 법을 안 지키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 사건도 마찬가지이지요
선거법 위반 사건은 2주에 한 번, 위증교사 사건은
거의 한 달에 한 번 재판을 열고 있어요
이 두 사건은 오는 10월 중 1심 선고가 나올 예정이라고 하지요
비교적 간단한 사건인데도 위증 교사 사건은 기소 1년 만에,
선거법 위반 사건은 약 2년 만에 1심 판단이 나오는 것이지요
그 와중에 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장은 재판을 1년 4개월 끌다
선고도 하지 않고 돌연 사표를 내기도 했어요
재판을 이핑계 저핑계로 끌대로 끌다가 선고가 임박하니 사표를 낸 것이지요
이건 재판장으로서 책임을 유기한 것이며 사법부의 수치 이지요
그런데 판사들은 사건 부담 때문에 집중심리가 어렵다고 하지요
하지만 한 전 총리 사건 1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 재판이 없는
이틀 동안 다른 사건 재판도 했어요
주 5일 재판을 한 것이지요
집중심리는 힘이 들겠지만 못할 것도 없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재판부들이 사건에 치이는 것은 마찬가지이지요
그러니 판사들이 집중심리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어요
문제는 재판이 이렇게 지연되면 대선 전에 이 전 대표 사건
확정 판결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지요
더구나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 비리 사건 재판은
아직 절반도 진행되지 못했고, 얼마 전 기소된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사건은 이제 시작이지요
이 두 사건은 이 전 대표의 핵심 의혹인데
재판이 언제 끝날지조차 알 수 없어요
만약 이 사건들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 전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면 큰 사회적 혼란이 벌어질 것이지요
이 전 대표가 당선되면 재판이 중단되느냐는 헌법적 논란도
벌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반대 진영과 지지자들로 나뉘어 나라가 둘로 쪼개질 것이지요
이 혼란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법원이 대선 전에
유죄든 무죄든 확정 판결을 내리는 것밖에 없어요
사법부 전체가 책임의식을 갖고 신속하게 재판하면 못할 것도 없지요
이 전 대표 사건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당 재판부에
다른 사건을 맡기지 않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하지요
이 전 대표도 협조해야 하지요
그의 말대로 모든 사건이 ‘조작’이라면
지금처럼 재판을 지연시킬 이유가 없어요
사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바 이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가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