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n] 승객폭행에 무방비 노출된 택시기사들…
“기사 폭행 처벌, 대폭 강화해야”
승인 2019.02.21 15:00 이수정 인턴기자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7일 서울시에 따르면 택시 노사민전정 협의체, 물가대책위원회 등을 거쳐 최종 조정된 택시요금을 오는 16일 오전 4시부터 적용한다. 서울시 택시기본요금은 2㎞당 3000원에서 3800으로 27% 인상된다. 이는 지난 2013년 10월 올린 후 5년 4개월 만이다. 사진은 설 연휴가 끝난 7일 오전 서울역 택시승강장의 모습. ⓒ천지일보 2019.2.7
女택시 기사 폭행 사건 발생
폭행 대책 마련 목소리 커져
5년간 신고 수 1만 5422건
“갑질 대한 인식 개선 시급”
[천지일보=이수정 인턴기자]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만약 그 손님을 내가 태웠더라면…. 생각 만해도 심장이 두근거려요.”
경력 10년차의 택시기사 임순옥(가명, 50대, 여)씨는 최근 ‘남양주 여성 택시기사 폭행 사건’ 소식을 듣고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고 했다. 그 또한 승객으로부터의 폭행·폭언을 겪어본 경험자이기 때문이다.
임씨는 과거 남성 승객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 임씨가 깜짝 놀라 저항하자 남성 승객은 무지막지한 힘으로 임씨를 제압하고 임씨를 폭행했다. 얼굴은 가까스로 막았지만 쇄골뼈를 가격하는 바람에 쇄골뼈가 부서졌다. 임씨는 3개월간 근무도 하지 못하고 병원에 입원해있어야만 했다.
임씨는 “이번 여성기사 폭행 사건 소식을 듣고 남일 같지 않았다”면서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만취 승객이 여성 택시기사를 폭행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택시기사를 향한 승객들의 폭언과 폭행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기사 폭행과 관련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지난 10일 새벽 4시 30분쯤 남양주의 한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여성 택시기사가 폭행을 당해 전치 4주의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자는 택시의 승객인 김모(40, 남)씨였다. 당시 김씨는 술에 취한 상태로 “택시가 잡히지 않아 짜증이 난다”는 이유로 택시 안에서 핸들을 꺾고 기사 이모(62, 여)씨를 주먹으로 마구 때린 뒤 도망쳤다. 김씨는 사건발생 16시간 뒤인 오후 8시 45분쯤 경찰에 자수했다.
택시나 버스 등 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폭행은 최근 몇 년간 빈번히 발생해왔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은 2013년 3303건, 2014년 3246건, 2015년 3149건, 2016년 3004건, 2017년 2720건으로 5년간 신고된 것만 해도 1만 5422건이나 발생했다. 하루 평균 8건 이상 폭행사건이 발생한 셈이다.
2014년 이후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범죄 현황. ⓒ천지일보 2019.2.21
특히 버스의 경우 2006년부터 보호 격벽 설치가 의무화돼 폭행에 노출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하지만 택시의 경우 설치비 부담과 승객 불편 등의 이유로 보호 격벽 설치가 의무화하지 못했다.
대다수 택시기사들은 기사 폭행의 원인이 일부 승객들의 ‘도 넘은 갑질’에 있다고 봤다. 이들은 택시 이용에 대한 기초 예절 등과 같은 대국민 인식 교육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종원(71, 남)씨는 “승객들이 택시기사를 대하는 태도가 점점 더 포악해지는 것 같다”며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택시기사를 낮게 보는 승객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현식(가명, 70, 남)씨는 “‘손님이 왕이다’라는 갑질 의식 구조가 택시기사를 무시하는 경향을 만드는 것 같다”며 “택시 이용에 대한 예절과 교육이 승객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폭력 등의 위급 상황 시 택시기사들이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관련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0일 오전 4시 30분께 남양주시 호평동 아파트 단지 인근 도로를 지나는 택시 안에서 기사 이모 씨가 40대로 추정되는 남성 승객에게 무차별 폭행당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출처: 연합뉴스)
이용복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팀장 역시 “사회적으로 택시기사를 경시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큰 문제”라며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서 향후 범죄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사 폭행 같은 범죄 근절을 위해선 현행법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택시기사에 대한 승객들의 잘못된 인식 개선도 필요하지만 먼저는 기사 폭행과 관련한 제도 강화가 시급하다”며 “차가 정지해 있을지라도 도로 위에 있을 경우는 주행 중 폭행이라 간주하고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