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용은 하늘의 동물이고 호는 땅의 동물인데, 2동물이 서로 싸운다는 뜻이다. 싸워도 떨어져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붙어서 치고받으며 싸운다. 현실에서 이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말에 다른 의미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천상열차분야지도 중에서 서방백호칠수분야도. 서방백호칠수는 7개의 소형 원안에 기록되어 있다. | | 하늘엔 청룡, 백호, 주작, 현무의 사신별자리들이 떠있다. 이들 사신별자리는 모두 각각 7개의 별자리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총 28수가 된다. 그래서 28수라 한다. 말하자면 28수를 4로 나눈 것이 사신이다. 그러므로 사신이라 할 때는 아바타적 성격이 강한 것이다.
필자는 이들 사신은 고대종교로서 가장 오래된 종교인 선교에서 만들어 각 방위를 지키게 한 아바타로 보고 있다.
이들 별자리 중에서 좌우의 하늘을 나누어 지키는 청룡과 백호가 서로 마주 바라보고 있음을 나타낸 말이 용호상박이다. 동쪽 하늘에 청룡이 떠오르자 서쪽 하늘에 백호가 함께 떠오를 때 용호상박이 된다. 이들이 지키는 하늘이 율려의 음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면서 형성하게 되는 사출도四出圖에서 동쪽 삼각형구역과 서쪽 삼각형구역이 된다. 동쪽 삼각형구역에는 태양이 자리하고 있고, 서쪽 삼각형구역에는 태음(달)이 자리하고 있다. 태양의 자리를 지키는 아바타가 청룡이고 태음의 자리를 지키는 아바타가 백호이다.
사신도에 그려지는 청룡은 뱀이 왕이 되어 청룡이 된 것이고, 백호는 청룡이 변하여 백호가 된 것이다. 주작은 익룡이 변하여 주작이 된 것이고, 현무는 뱀과 거북의 결합체로 그려진 것이다. 이들 사신의 모티브는 모두 풍이족의 아바타인 뱀이다. 뱀이 변하여 백호, 주작, 현무가 되었다.
왜 뱀을 모티브로 하여 사신을 완성한 것일까?
그 이유는 풍이족이 뱀을 인종 아이콘으로 썼기 때문에 뱀의 형상을 변형하여 백호, 주작, 현무가 되게 한 것이다. 그들은 마고가 창시한 선교의 신봉자들이었고, 이 신봉자들의 우두머리를 사모巳母라 하였다. 그들이 굿을 하고 춤을 추었다. 그들이 산 앞에서 산천거리를 하였기 때문에 선仙이라는 문자가 만들어졌고, 그들이 서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선僊자가 만들어졌다. 이들이 후손을 퍼뜨리면서 족성族姓이 생겼고, 장손과 지손으로 구분하여 장선은 사巳자로 표시하였고, 지손을 충虫자로 표시하였다. 이 역사를 하늘에 별자리로 올린 것이 사신도이다.
사신을 바라보며 빙빙 돌아다니는 별이 북두칠성이다. 북두칠성은 북극성을 중심에 두고 원운동을 한다.
북극성이 있는 자리를 수정水精이라 하였다. 이곳을 현무라 했는데, 현무에서 기氣가 발생한다고 하여 현무발기玄武發氣라 하였다.
우리 역사에서 단군왕검을 수정이라 하였고, 그의 아들 부루를 수정자水精子라 하였다. 단군조선의 제2세 부루 단군은 그의 부친 단군왕검이 돌아가신 해인 신축원년(BC2240)에 즉위하면서 첫째 아우 부여를 요서遼西에 보내어 망구왕茫球王을 삼았다.(<檀書大綱朝鮮紀>).망구왕은 서번왕西藩王이다.서번은 서쪽에 있는 번조선이라는 뜻이다.
제5세 구을도 단군에 즉위한 임술년(BC2099)에 셋째 아우 구경丘庚을 서번왕西藩王으로 삼았다.(<桓檀古記>, <단기고사>,<鴻史>,<東國歷代>,<檀書大綱朝鮮紀>) 번조선의 왕을 삼은 것이다.
번藩자는 번조선番朝鮮의 위치를 나타내는 말이다.번藩자의 풀초艹자는 풀이 많은 곳,물가수氵자는 물이 많은 곳이다.따라서 번조선은 풀이 많고 물이 많은 곳이 된다.동평국이 있었던 산동반도 일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황해를 중심에 두고 황해 남쪽이 된다.
조선의 국도 서울西菀은 서쪽에 있는 풀이 많은 곳이다.울菀자에 그 뜻이 있다. 발해 현덕부顯德府(청국 때 지명)에 있었던 속말수(粟末水, 단국 때 지명)가 서울이다.(<檀書大綱朝鮮紀>) 속말수는 황해를 중심에 두고 북쪽에 있다. 따라서 서번은 번조선의 서울이라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서번은 천문에서 서방의 수호신인 백호를 주신으로 하고 하늘의 서쪽을 관장하는 서방칠수의 주인이 된다.
백호는 군자국君子國(조선을 지칭하는 말)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다.<산해경>의 해외동경海外東經에 “차구가 있고,차구의 북쪽에 대인국(배달나라를 지칭하는 말)이 있고,대인국의 북쪽에 사비시가 있고, 사비시의 북쪽에 군자국이 있다”고 하였다.또한 “군자국에서는 의관을 갖추고 칼을 차고 호랑이 두 마리를 부린다”(<山海經>海外東經. 君子國在其北 衣冠帶劍 食獸 使二大虎在芳.)고 하였다. 이 믿기 힘든 말이 사실임을 증명이나 하듯 산신각山神閣에 가면 지금도 호랑이 두 마리나 한 마리를 부리는 산신을 그린 산신도山神圖가 걸려 있다. 산신도에 그려진 호랑이 한 마리를 거느린 분이 군자국(조선의 별칭)의 임금인 단군왕검이다. 이 산신도에는 백호가 서울의 수호신이라는 의미가 숨어 있다. 단군왕검이 서울에 계시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 사신도에서 청룡과 백호만 그린 것이다. 주작과 현무는 제외하였다. 이들 사신은 하늘의 방위를 지키는 선교의 아바타들이었다. | | 후대 조선의 도읍인 서울의 인왕산에도 이러한 풍수적 요소가 숨겨져 있다. 인왕산이 서울의 서쪽에 있으므로 백호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후조선의 임금들이 단군왕검을 계승했다는 정통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역경」택화혁澤火革쾌 구오효九五爻에 “대인호변大人虎變”이라는 말이 있다.대인이 변하여 호랑이가 되었다는 뜻이다.백호를 두고 한 말이다.
여기에서의 대인은 한웅천왕계열의 천왕이다.천왕은 종족간의 분쟁을 조절하고 해결해 주는 지위에 있다.배달나라의 천왕들이 이 직무를 맡고 있었다.
<설문해자>에 다음과 같은 글이 있다.
東夷从大 大人也 夷俗仁 仁者壽 有君子不死國
동이종대 대인야 이속인 인자수 유군자불사국
동이는 큰 것을 따랐다.대인이다.동이의 풍속은 어질고,어진 이는 오래 산다.군자국에 불사국이 있다.
동이가 대인을 따르는 것은 대인이 조상이고, 그 조상이 한웅천왕이기 때문이다. 조선에서는 배달나라의 대인시대 유습을 그대로 따랐다고 볼 수 있다.
본고에서,서방백호칠수를 풀이하여,단군조선에서 따른 배달나라의 유습을 찾아보기로 한다.
번조선의 수도를 지키는 별자리가 서방백호칠수이다.군자국인 조선을 백호가 지키고 있다.서방백호칠수는 규루위묘필자삼奎婁危昴畢觜參의 칠수로 구성되어 있다.방위는 신유술해申酉戌亥의 방위이다.서방백호칠수는 한웅천왕시대를 상징한다.[노중평 역사천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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