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Hi-Fi란 용어가 널리 쓰인 적이 있었습니다. 요새도 쓰이긴 합니다.
그걸 빌려서 요즘은 PC-Fi란 용어가 등장했습니다. 벌써 여러해 되었네요.
처음 16비트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컴퓨터 내에 사운드카드란 게 내장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8비트 때에도 PC가 벙어리였던 건 아닙니다. 엉성하나마 소리는 났었는데 16비트 들어와서 크게 향상된 소리가 난 거지요. 싱가폴의 사운드 블라스터란 회사에서 매우 뛰어난 사운드카드를 생산해서 널리 알려지고 그에 따라 여러 회사에서 사운드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여서 '옥소리'란 제품이 한동안 많이 쓰였습니다. 그런데 애플에서 만든 매퀸토시 컴퓨터는 이보다 훨씬 앞서 부터 뛰어난 음질의 사운드를 자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애플의 매퀸토시가 쪽을 못쓰고 전문가 층에서만 사용되었는데 2-3년간 이 매퀸토시를 써본 경험을 되살리면 당시 컴퓨터 중에선 정말 뛰어난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어쨌든 컴퓨터로 소리 듣는 게 당연지사가 되자 우리나라 동방전자에서 매우 이스턴이란 뛰어난 스피커를 생산해서 내놓기도 했는데 이미 입체음향을 낼 수 있게 만들어서 컴퓨터로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겐 각광을 받았습니다.(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볼 때 탄피 떨어지는 소리의 효과까지 내주었지요.)
외국 업체로는 역시 사운드블라스터, 로지텍, 블리츠 등이 상당한 수준의 컴퓨터용 스피커를 생산했는데 영상과 음향을 압축해서 전송하는 일이 잦아 지자 이젠 컴퓨터로 음악까지 듣고자 노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PC-Fi의 시작은 사운드카드를 사용할 때부터라고 하겠습니다. (현재도 일본 온쿄에서 생산된 사운드카드는 매우 인기가 있습니다.)
일본 온쿄사의 사운드 카드. PC에 내장(슬롯에 끼워서)해서 사용합니다.
어쨌든 오디오 계에서 CD가 일반화되면서 CDP에 내장된 디지털 - 아나로그 컨버터(Digital Analog Converter 줄여서 DAC)를 좀더 고급화해서 분리 생산한 제품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디지털 신호로 저장된 음악 파일을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 앰프로 보내는 장치인데 혹 집에 있는 CDP 뒤를 보시면 콕시얼이나 광케이블 또는 USB, HDMI 등의 케이블을 연결할 수 있는 단자가 있을 겁니다. 그래서 돈 많고 열정적인 오디오 광들은 CDP가 아닌 CDT(디지털 신호로만 출력. 고가의 모터와 픽업을 사용)를 사서 분리된 고급 DAC를 달아서 음악을 듣는 일이 늘어났습니다.
누군지 모르나 여기에 착안하여 DAC를 CDP나 CDT가 아닌 PC에 연결해서 당시 유행하던 디지털 음원인 MP3 파일이나 무손실 파일(WAV, FRAG) 등으로 음악을 듣는 것이 시작되어 지금은 매우 일반화되었습니다. 심지어 음악감상용 무소음 PC는 물론 아나로그 턴테이블에서 직접 디지털 음원으로 변환하는 제품까지 생산되기도 합니다.
LP 재생하면서 그 소리를 디지털 음원으로 변환하여 USB로 저장할 수 있게 만든 턴테이블(www.wassada.com에서 퍼옴)
리퍼 프로그램도 많아져서 개인이 소장한 CD나 DVD의 음원을 MP3나 WAV 등으로 변환하여 PC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환경이 풍부해졌습니다. 포털 사이트 유틸리티 자료실에 들어가면 많은 리퍼 프로그램을 골라가며 공짜로 받으실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음악을 들을 경우 PC의 차이는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냉각 팬의 소음이 유달리 큰 PC는 제외합니다만 요즘 생산된 PC의 대부분은 소음을 많이 줄인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얼마전 어느 국내 업체에서 하드디스크를 연결하는 사타 케이블을 생산하면서 케이블의 음향효과 차가 매우 크다고 선전한 적이 있는데 좀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러 시비 끝에 그 케이블 생산업체 사장이 포털 사이트 오디오 카페에 사과성 글을 올린 게 생각납니다.
요샌 DSD(Direct Stream Digital) 란 게 대세입니다. 종래 CD가 16비트 48kHz 정도의 소리였다면 DSD는 보통 24비트 96kHz부터 192kHz까지 다룹니다. 가지고 있는 CD의 뒷면을 보면 최근 생산된 CD 중에 DSD 표시와 함께 몇 kHz로 샘플링했다는 표시가 있습니다. DSD 소리를 듣는 방법은 좀 까다로워서 DAC부터 DSD를 지원해야 합니다. 가격도 비싸고요. (CD와 DAC 모두)
DSD를 지원하는 국내업체의 DAC 앞면입니다. 업체의 설명에 의하면 384kHz까지 지원한다고 되어있네요.
DAC의 뒷면을 보면 오른 쪽부터 전원입력, PC에서 연결하는 USB(흰색), 광케이블 연결단자, 콕시엘 입력단자가 있고 가운테 둥근 두개의 큰 구멍은 바란스 출력단자, 그리고 두 개의 언바란스(RCA 케이블) 출력단자, 그리고 블루트스 입력단자가 있습니다.
(사진은 모두 www.wassada.com에서 퍼옴)
미국 누포스에서 만든 미니 DAC. 덩치는 성냥갑 정도 크기로 작지만(사진의 크기와 거의 같음) 놀랠만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디지털 출력을 이용하여 DDC로 사용도 할 수 있습니다. 전원장치가 없어 휴대하기 편해서 노트북에 연결하여 사용하기 좋습니다.
DAC가 내장된 앰프까지 나왔습니다. 스피커만 있으면 PC나 USB, 스마트 폰을 연결해서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www.wassada.com 장터에서 퍼옴)
그리고 듣는 프로그램도 잘 선택해야 합니다. 주로 [푸바 2000]이란 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합니다. 이 프로그램 역시 포털 사이트 유틸리티 자료실에 들어가면 무료로 다운받아 쓸 수 있습니다.
이 PC-Fi 때문에 각광받는 상품이 생겼습니다. 바로 액티브 스피커로 스피커 내부에 앰프가 내장된 겁니다. 그러니까 DAC에서 나온 신호를 스피커에 연결만 하면 되는 거지요. 괜히 스피커랑 앰프가 궁합이 안맞는다고 궁시렁 거릴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 역시 가격 대가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게 쿼드 9L 등인데 비교적 가격대비 괜찮다는 평입니다. 보스에서도 나온 게 있는데 아직까지 들어보지 못해서 뭐라 말할 수 없네요.
쿼드 9L2. USB나 스마트 폰을 직접 연결할 수 있고, 리모콘으로 음량도 조절할 수 있음.
정리하자면 좋은 소리로 PC-Fi를 즐기려면 필수 장비가 DAC입니다. 물론 컴퓨터의 사운드 카드에 있는 단자에 케이블(대개 Y 케이블)로 직접 앰프에 연결해서 들을 수도 있지만 DAC를 사용한 것과는 정말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국내에서 한 때 가장 많이 팔렸던 국산 DAC로 지금도 값싸게 PC-Fi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인기있음. 소형이나 USB, 광케이블로 연결해서 쓸 수 있음.
국산이지만 국내보다 외국에서 더 인기를 얻었던 국산 DAC로 PC보다는 CDP나 CDT에 연결해서 쓰는 사용자가 많았던 DAC
PC -> DAC -> 앰프로 연결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PC-Fi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