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역시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6시 눈을 떠 몸이 잠에서 깨기를 기다린다. 11시면 찾아오는 따가운 했볕을 피하려면 서둘러야 할 텐데...
잠이 덜 깬거지 못 먹어서 기운이없는건지... 아침으로 먹을 수 있는 건 사과 한개 뿐
이걸 먹고 나면 클리프바 반개, 파워젤 한 개가 남은 식량의 전부다.
이걸로 마지막 무브풀이 에다가 모레 있을 하강을 위해서 27피치에 고정된 자일을 회수하여 탑으로 올리는 일 까지 오늘은 중노동이 기다리고 있다.
8시 등반시작, 날씨가 어제보단 선선하다.
28피치 먼저 등반, 역시 홀드가 좀 더 차가우니 등반이 좋다. 마지막 상단 크럭스까지 도달, 본격적으로 무브풀이에 집중, 드디어 동작을 찾았다. 먼저 오른손 핑거가 확실히 들어간 다음 왼손 핑거 먹이고 오른발 잼 올리고 왼손핑거 멀리 들어가면 된다.
좀 더 연습하면 좋겠는데 가장 중요한 오른손 검지 등이 찢어진다.ㅠ
다시 하강하여 27피치 등반, 왼발 올리고 오른손 위로 가 깨스통으로 잡고 오른발 우측벽에 찍고 왼손만 던지면 되는데 오른손 검지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그래 여기서 참자. 낼 모레 다시 한 번 도전하자.
텐트로 돌아오니 12시 반 서둘러 하산 3시 30분 차에 도착.
머세드 강에서 알탕, 딱 20초 있다 나왔다. 완전 얼음물이다. 그러나 좋다.
개운한 몸으로 피자 한판, 핫도그, 콜라, 요구르트, 딸기 등 닥치는 대로 쳐 먹고 나니 또 갈 곳이 없다.
캠프 4에서도 난 어차피 이방인이다.
그래! 투울러미(요세미테에서 1시간 반 거리의 고원 지대로 여름등반지로 유명)로 가자!
투울러미로 드라이브~
아~기분전환이 된다







여긴 도로에 잔설이 남아 있다.
엇그제 요세미테에서 내린 비가 여기선 눈이었는게지. . .
아~시에라 네바다의 최고봉들
이제 막 겨울옷을 입기 시작한
번쩍이는 모습들
황홀한 풍광이다
10시 다시 요세미티로와
오늘은 하프돔 빌리지에 주차시키고 차에서 취침
근데 12시 쯤
자다가 배고파서 낮에 산 파이 하나 먹다가 레인져 한테 들켰다.
참나~ 파이 하나 먹은 죄로 차에서 손들고 내렸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엘켑 꼭대기에서 오늘 내려왔고, 내일 아침 일찍 올라갈 거라고, 그래서 캠프 사이트 배정을 못 받았다고...
그래도 요셈국립공원 내에서 차에서 자는 건 안 된단다.
특히 음식물을 먹는 건 더욱... 곰 때문이다.
대화도 잘 통하지 않고 하는 수 없다.
공원 밖으로 나가는 게 속 편하겠다
30분 차를 몰아 공원 밖으로 나가니 길가에 주차된 차들이 꽤 많다.
더욱 처량해지는 밤이다ㅠ
10월 22일
오전엔 사우나 함 하고, 오후엔 캠프 4에 들려 일기예보를 체크한다.
근데, 내일 저녁에 비소식이 있다. 하강을 미룰 수 밖에 없다. 내일은 일단 사라테 헤드월과 다시 한판 붙자.
식량 보충해서 오후 4시 출발, 7시 엘캡 정상 도착


10월 23일
그래, 차라리 비예보가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헤드월에서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은가? 하산이야 걸어 내려가면 하루면 가능하지 않은가?
아침 8시, 우모복과 행동식을 챙겨 다시 헤드월로 향한다.
이틀 전 27피치 고정로프를 정상으로 올려놓은 것이 헛수고가 됐다. 다시 27피치 고정로프 설치하고 등반시작. 쌀쌀하다. 등반하긴 좋은데 쉴 땐 춥다. 게다가 오늘은 바람이 몸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아! 27피치 마지막 한 동작이 안 풀린다. 힘 부족이다. 강력한 클림프와 어께 힘, 발을 믿고 일어서는 코어 힘과 밸런스, 모든 것이 부족하다. 더 강해져야...(남들과 다른 동작으로 생고생을 하고 있다. 이 동작이 남들이 하는 동작 보다 훨씬 어려운 동작이여서 다음에 가면 쉽게 오를 수 있겠지 하는 건 어디까지나 추측이고 기대이다. 하지만 내 생전 가장 절박하게 매달린 손가락 1/3마디가 걸리는 이 90도 페이스에서 난 훨씬 강해질 수 있었던 것 만큼은 틀림없다. 마지막날 미드나잇 라이트닝에서 그걸 느낄 수가 있었다.)
이어서 28피치 등반, 역시 예전과 등반이 다르다. 힘에 여유가 있고, 세세한 부분에서 정확한 동작을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원텐션엔 실패. 아~ 지금보다도 훨씬 컨디션이 좋아야 반나절 정도의 등반으로 이 피치를 끝낼 수 있다. 멀고도 험난한 길이다. 사라테 완등...
다시 하강하여 27피치 다시 도전, 아물었던 오른 손 검지가 또 터진다.



테이핑하고 28피치는 쥬마로 올라 29피치 등반, 29피치는 5.13b 로 헤드월의 최고 크럭스 구간이다. 상단과 하단으로 나뉘는데 상단이 크럭스인 것 같다. 그러나 며칠 전 붙은 하단에서 조차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오늘은 제대로 함 해보자. 우모복 입고 마지막 남은 파워젤 한 개를 털어 넣는다. 벽에 매달려 30분을 쉰다. 바람에 몸이 날린다. 오히려 가끔 들어오는 햇볕이 반갑다. 음...파타고니아의 바람과 추위는 이보다 더하겠지...
나의 친구 부토라 아크로를 죄어 신고 29피치로 간다. 역시 무브를 찾았다. 크랙을 뜯는 것 보단, 페이스로 가는 게 더 낫다. 아마 조그만 다이노가 두 번 나오는 V7정도의 볼더링 무브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많이 지쳤다. 내일은 등반이 가능할까? 오후 3시다. 7시간 째 바위에 붙어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29피치 상단은 오늘도 붙어보질 못 하는구나.
우모복을 입은 채로 쥬마링 한다.
하늘이 잔뜩 흐린 것이 오늘 저녁에 비가 오긴 올 모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