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노가다꾼'들과 일을 하다보니 공사장에서 쓰는 언어들을 몇개 알게 되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 노가다라는 말의 의미를 알고 나자 재미 있었다. 노가다란, 가다(틀)가 없는 사람을 말하는 것이란다. 건축이란 늘 일정한 틀(가다)이 있게 마련인데, 그런 틀도 없이 되는대로 일을 하는 사람들을 '가다 없음' 즉 노가다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영어와 일본어의 합성어인 셈이다. (그러나 사실 ‘노가다’라는 말은 ‘도가타[土方(どかた)]’라는 일본어가 변한 말로 토목 공사에 종사하는 노동자나 인부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한다)
아무튼 나 역시 노가다꾼이 되어 하루종일 기초와 배관 작업을 하게 되었다. 배관을 끝내고 나일롱 실로 거푸집을 짤 틀을 띄우게 되었다. 실로 틀을 짜는 작업을 '야리가다' 라고 하는데, 그것 역시 우리 말로 풀이하면 '가짜틀' 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이렇듯 공사장에 조금은 억지인 듯한 일본어가 남발하는 것은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요즘은 공사장 언어를 우리 말로 새롭게 풀이한 사전이 나왔다고 하는데, 하루빨리 상용화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집을 안칠 자리에 석분을 깔았다. 석분 주위로 거푸집을 짜고 레미콘을 타설하게 된다. 석분을 사용하면 콘크리트 루베 수를 반으로 줄일 수 있다. (석분 사용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지만, 사실 석분의 위력은 놀랍다. 포크레인이 지나가도 바퀴자국 하나 남지 않는다. 그러므로 바닥이 내려앉을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집 한쪽으로는 정화조 자리를 파고 있다. 정화조는 한번 위치를 잡으면 차후 수정하기 힘드므로 위치 잡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정화조를 묻은 후엔 정화조에 물을 가득 채워놓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빗물에 배처럼 둥둥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화조 배관을 묻을 때는 배관 밑에 돌이 깔리면 좋지 않다. 위에서 눌리는 힘에 배관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운 석분이나 흙을 까는 것도 괜찮다.
하수 맨홀 설치 작업이다. 오수합병정화조엔 이 맨홀이 필수다. 하숫물이 내려갈 땐 뚜껑이 열리고 물이 다 내려가면 뚜껑이 닫히는 시스템이라, 냄새가 역류하지 않는다. 일명 U 트랩 기능.
희미하게 보이는 실이 바로 '야리가다(가짜틀)'다. 가짜틀을 잡는 것은 아주 쉬운 일 같으나 전문성을 꽤 요하는 작업이다. 조금이라도 직각이 맞지 않을 경우 집이 삐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험이 많은 일꾼 하나가, 세제곱이니 루트니 하며 계산기를 두드려 직각을 잡았다.
이렇게 하고 나니 집 구조의 윤곽이 대충 보였다.
배관공사와 '가짜틀'을 잡는데 나를 포함한 다섯 명의 일꾼이 꼬박 하루 종일 일을 했다. 터닦기와 레미콘 타설까지 합하면 거의 일주일이 걸리는 셈이다. 배관과 기초를 정확하고 튼튼히 해 기분이 좋은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