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곧 下野"… 도 넘은 만우절 농담…
국회의장까지 한때 속아 정치권 파문
"박정희 대통령이 곧 하야한다." "윤보선씨, 뇌일혈로 쓰러져 중태."
1964년 4월 1일 아침, 신문 호외를 만들어 뿌려야 할 메가톤급 소식이 서울 태평로 국회의사당 주변에 갑자기 퍼졌다. 만우절을 맞아 누군가가 지어낸 거짓말이었다. 4·19, 5·16 등 역사적 대사건을 겪은 직후였기 때문인지 만우절 거짓말의 규모가 컸다. 인터넷도 휴대폰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진상 파악에는 시간이 걸렸다.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고, 파문은 간단치 않았다. 이효상 국회의장은 '박 대통령 하야 예정'이란 말을 곧이듣고는 '얼굴이 창백해져 심장마비 직전까지 이르러' 혼을 뺏겼고, 국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의원 여러분은 만우절 거짓말에 속지 않도록 하라"는 발언까지 했다(동아일보 1964년 4월 4일자).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 초반에 이르는 정치적 격변기엔 만우절 농담도 정도가 심한 편이었다. 1960년 4월 1일엔 두 가지 소동이 연이어 일어났다. 아침 7시 20분쯤엔 대구방송국의 생방송 진행자가 "지금부터 방송국에 오시는 분들께 선착순으로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한 대씩 드리겠다"고 거짓 방송을 했다. 방송 3분 뒤부터 공짜 선물을 받으러 몰려온 시민 수백 명이 거짓말임을 알고 분통을 터뜨려 아수라장이 됐다. 사태 책임을 지고 대구방송국장이 전보 발령되고 아나운서는 파면됐다. 3·15 부정선거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들끓어 정권의 명운이 다해가던 때였기에 당국은 거짓 방송에 '민심 교란' 의도가 있는지까지 조사했다. 이날 낮, 부산의 어느 성매매 여성은 "은행 강도 용의자가 우리 업소에서 자고 있다"고 허위 신고해 경찰 40여 명이 긴급 출동하는 소동을 일으켰다가 철창신세를 졌다(조선일보 1960년 4월 2일자).
1954년 4월 1일 '자유부인 작가 정비석씨·서울대 황산덕 교수 난투극'을 대서특필한 어느 신문 기사는 만우절 역사에 남을 해프닝이었다. 그래도 이 기사엔 '만우절 특집'이라는 제목이 붙어 큰 혼란을 부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서구 언론의 일부 만우절 기사는 독자를 감쪽같이 속였다. 국내 언론까지 사실인 줄 알고 인용 보도했다가 곧바로 오보임을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러시아, 10분 만에 술 깨는 약 개발'(1998년) '빌 게이츠 피격 사망'(2003년) '프랑스 대통령 부인, 영국 패션 자문역에 추대된다'(2008년) '알프스 소녀 하이디는 살아 있다'(2008년) 등이 모두 외국 언론의 만우절 장난에 '낚인' 기사다.
만우절의 범죄·화재 거짓 신고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연례행사처럼 수백~수천 건씩 이어져 공무원들을 골탕먹였다. "은행을 털고 있다"는 전화에 출동해 보니 은행나무 열매를 털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장난 전화는 급속히 줄고 있다. 만우절의 112 거짓 신고 건수는 2012년 37건에서 2013년 31건, 2014년 6건으로 계속 줄더니 2015년엔 오후 5시까지 경찰에 걸려온 허위·장난 전화가 단 1건이었다. 당국이 발신자 번호와 위치를 즉각 확인할 수 있게 됐고, 적발되면 징역형까지 중벌하도록 법률이 강화된 결과다. 세상 골탕 먹일 장난거리라면 온라인 공간에 차고 넘치는데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한물간' 장난을 칠 이유도 없어 보인다. 이번 만우절엔 신종 만우절 장난이라도 등장하는지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