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적 권력구조의 정점을 보여주는 일제강점기를 시대배경으로 삼아 귀족이지만 어린 여자이기에 폭력적인 남성의 훈육의 대상이 될수밖에 없었고 여기에 귀족층이 누리는 고상한 문화가 실은 퇴폐적인 성적 욕망을 탐닉하는 자리에 불과했다는 점 등은 별로 새로울 게 없는 서사일 수도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여기에 각각의 인물들의 관점으로 재구성한 중층적인 이야기 구조와 이모부로 대표되는 남성 중심의 폭력성을 전복시키는 도구로 동성애를 결합시키는 구도가 굉장히 세련되게 느껴졌습니다. 자신의 욕망의 분출을 통해서 몸과 마음을 해방시키고 일체의 억압에서 벗어나는 통쾌한 결말이라니요~!^^ 넘 멋지지 않습니까?
대학 때 읽은 사회과학 서적에서 동성애는 이성애로 대표되는 가부장적인 남성중심적 권력 관계를 해체시키는 체제 변혁적인 면이 있다는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지나치게 관념적이고 이상적인 구호로만 느꼈었는데 오늘 본 영화 아가씨에서 구호가 구체적인 현존으로 훨훨 날아다니는 구나 싶었습니다.
여전히 눅슬지 않은 박찬욱 감독의 냉철한 문제의식에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P.s) 근데 박찬욱 감독은 왜 맨날 영화에서 손가락을 자르는 신을 넣을까요? 가학적인 걸 좋아하시는 분일까요?^^ ㅋㅋ
첫댓글<아가씨>후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이 영화 유쾌하고 통쾌하게 느꼈어요. 제가 보기에도 손가락 자르는 장면은 좀 섬찟했어요 ㅠㅠ <곡성>에서도 감지 않았던 눈을 찔끔 감고 말았으니까요ㅋ~ 저는 손가락 자르는 장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나봐요. 그 옛날 <패왕별희>부터 그랬어요ㅋㅋ
'아가씨'는 확실히 '박찬욱표' 영화면서도 여성심리를 잘 파악한 영리한 영화 같아요. 특히 칸영화제 벌컨상에 빛나는 미술감독 류성희씨의 탁월한 감각이 탐미적 미장센의 높은완성도에 크게 공헌했습니다. '연출' 보다는 불어 특유의 뉘앙스를 띈 '미장센'이란 말이 이번 아가씨의 경우에 너무나 잘 어울릴뿐만아니라 아우라까지 느끼게 합니다. 조상경이 담당한 의상 또한 너무나 아름답고요 조영욱의 음악은 이번영화의 성공을 이루는 황금열쇠입니다! 김민희는 '화차'의 존재감이 이번엔 또다른 모습의 매력으로 빠져들게합니다. 암튼 이런 사람들을 다 모으다니! 이런 여우같은 박찬욱감독 같으니라고~ㅋ
구구절절 맞는 말씀입니다. 장면 하나하나를 다 쏙쏙 뽑아 먹고 싶을만큼 아름다운 영상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으니까요. 사실 김민희라는 배우 그렇게까지 성장할 줄 몰랐는데 요즘의 그녀의 행보는 여배우 중에서 단연 독보적입니다. 제 눈에 그녀가 들어오기 시작한 영화가 바로 <화차>인데 평화님도 같은 생각이셨군요ㅋㅋ
언급하신 욕망이란 키워드, 같은 욕망인데, 남자들의 욕망은 "퇴폐적인 성적 욕망을 탐닉"하는 것이 되고, 아가씨의 욕망은 "욕망의 분출을 통해서 몸과 마음을 해방시키고 일체의 억압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는 관점은, 주체에 따라서는 해방이 되기도 하고, 타락이 되기도 하는 욕망의 중층성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예리한 관점으로 여겨집니다. 다만 저는 욕망에서 더나아가 아가씨와 숙희의 "사랑"의 관점으로 이 영화를 판단하게 됩니다. 그 사랑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박찬욱은 편집적으로 미장센에 집착하게 된 것은 아닐까, 싶고. 박찬욱이 처음 내 놓는 사진집 <아가씨 가까이>도 그런 맥락으로 여겨지고.
네~ 바로 그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잘 짚어주셔서 넘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억압과 착취를 통해 형성된 고상한 상류층 문화가 실은 퇴폐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고 이를 안 숙희가 모든 서적을 없애 버리는 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숙희는 문맹으로 나오는 데 역설적이게도 얻기 힘들다는 값비싼 서적들의 실체를 알고 행하는 행동이 참 통쾌하더군요~^^ 저도 아가씨와 숙희의 사랑의 관점에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아름답다는 데 공감합니다. 참 많은 함의와 과감성을 내포하고 있는 영화인데도 세련되고 영리하게 잘 만든 박찬욱 감독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배추님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성별 욕망 구조가 대조적으로 다가왔어요. 남성들은 성적 판타지를 통해 왜곡된 모습으로 표출하고, 여성들은 자신을 자연스럽게 열어둔 상태에서 다가온 욕망에 충실하다고나 할까요? 즉 남성들은 책(이미지, 문어)를 통해 성을 즐기고, 여성들은 몸(감각, 구어)를 통해 성을 즐긴다고 느꼈어요. 누가 더 행복할 수 있을 지는 이미 자명한 결과겠지요.
사랑을 통해 나타나는 순수함의 열정은 자주 기존의 권력이나 체제의 모순을 잘 드러내죠. 이를 보여주는 드라마나 영화는 적지 않을 겁니다. 이성간의 사랑도 그러할진대 동성간의 사랑이라면 그런 체제모순들이 드러나는 대비가 극명하다는 점을 이 영화는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푸른하늘님은 권력과 사랑의 구도라는 시선에서 영화를 잘 보신것 같습니다.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영화든 다른 것이든 문화감상 후에 글 자주 보여주세요^^
그리고 사실 손이란 것은 인간이 뇌를 제외하고는 표면적으로 쓰는 가장 지적인 부위의 도구라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구별짓게 하는 신체부위일 겁니다. 말하자면 성기는 욕망의 도구인 것이고요. 하정우는 영화에서 누구보다 머리를 굴리며 지적인 체(!) 했지만 결국 두 여자에게 당하고 말고 본인은 지적인 도구인 손의 제거보다는 욕망의 도구인 성기의 제거가 본인존재의 근거를 잃는 것으로 느끼고 있고요. 달리 말해 하정우가 아니라 다른 이라면 손의 제거를 성기의 제거 혹은 죽음보다 더 두려워 하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잔인하지만 흥미로운 장면이었습니다.
첫댓글 <아가씨>후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이 영화 유쾌하고 통쾌하게 느꼈어요. 제가 보기에도 손가락 자르는 장면은 좀 섬찟했어요 ㅠㅠ <곡성>에서도 감지 않았던 눈을 찔끔 감고 말았으니까요ㅋ~ 저는 손가락 자르는 장면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나봐요. 그 옛날 <패왕별희>부터 그랬어요ㅋㅋ
네~^^ 맨날 손 자르고 혀 자르고 또 그걸 리얼하게 보여주고 ㅋㅋ 눈을 안 감을 수가 없네요 ㅋㅋㅋ
음... 박찬욱 감독이 다음영화에선 무얼 자를까요? 발가락에 한표던져봅니다!
@평화 발가락이라고요? 후덜덜 ㅋㅋ~~
'아가씨'는 확실히 '박찬욱표' 영화면서도 여성심리를 잘 파악한 영리한 영화 같아요. 특히 칸영화제 벌컨상에 빛나는 미술감독 류성희씨의 탁월한 감각이 탐미적 미장센의 높은완성도에 크게 공헌했습니다. '연출' 보다는 불어 특유의 뉘앙스를 띈 '미장센'이란 말이 이번 아가씨의 경우에 너무나 잘 어울릴뿐만아니라 아우라까지 느끼게 합니다. 조상경이 담당한 의상 또한 너무나 아름답고요 조영욱의 음악은 이번영화의 성공을 이루는 황금열쇠입니다! 김민희는 '화차'의 존재감이 이번엔 또다른 모습의 매력으로 빠져들게합니다. 암튼 이런 사람들을 다 모으다니! 이런 여우같은 박찬욱감독 같으니라고~ㅋ
구구절절 맞는 말씀입니다. 장면 하나하나를 다 쏙쏙 뽑아 먹고 싶을만큼 아름다운 영상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으니까요. 사실 김민희라는 배우 그렇게까지 성장할 줄 몰랐는데 요즘의 그녀의 행보는 여배우 중에서 단연 독보적입니다. 제 눈에 그녀가 들어오기 시작한 영화가 바로 <화차>인데 평화님도 같은 생각이셨군요ㅋㅋ
언급하신 욕망이란 키워드, 같은 욕망인데, 남자들의 욕망은 "퇴폐적인 성적 욕망을 탐닉"하는 것이 되고, 아가씨의 욕망은 "욕망의 분출을 통해서 몸과 마음을 해방시키고 일체의 억압에서 벗어나"는 것이었다는 관점은, 주체에 따라서는 해방이 되기도 하고, 타락이 되기도 하는 욕망의 중층성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예리한 관점으로 여겨집니다. 다만 저는 욕망에서 더나아가 아가씨와 숙희의 "사랑"의 관점으로 이 영화를 판단하게 됩니다. 그 사랑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박찬욱은 편집적으로 미장센에 집착하게 된 것은 아닐까, 싶고. 박찬욱이 처음 내 놓는 사진집 <아가씨 가까이>도 그런 맥락으로 여겨지고.
네~ 바로 그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잘 짚어주셔서 넘 감사드립니다.^^ 더불어 억압과 착취를 통해 형성된 고상한 상류층 문화가 실은 퇴폐적인 것에 지나지 않았고 이를 안 숙희가 모든 서적을 없애 버리는 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게다가 숙희는 문맹으로 나오는 데 역설적이게도 얻기 힘들다는 값비싼 서적들의 실체를 알고 행하는 행동이 참 통쾌하더군요~^^ 저도 아가씨와 숙희의 사랑의 관점에서도 이 영화는 충분히 아름답다는 데 공감합니다. 참 많은 함의와 과감성을 내포하고 있는 영화인데도 세련되고 영리하게 잘 만든 박찬욱 감독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배추님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성별 욕망 구조가 대조적으로 다가왔어요. 남성들은 성적 판타지를 통해 왜곡된 모습으로 표출하고, 여성들은 자신을 자연스럽게 열어둔 상태에서 다가온 욕망에 충실하다고나 할까요? 즉 남성들은 책(이미지, 문어)를 통해 성을 즐기고, 여성들은 몸(감각, 구어)를 통해 성을 즐긴다고 느꼈어요. 누가 더 행복할 수 있을 지는 이미 자명한 결과겠지요.
사랑을 통해 나타나는 순수함의 열정은 자주 기존의 권력이나 체제의 모순을 잘 드러내죠. 이를 보여주는 드라마나 영화는 적지 않을 겁니다. 이성간의 사랑도 그러할진대 동성간의 사랑이라면 그런 체제모순들이 드러나는 대비가 극명하다는 점을 이 영화는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푸른하늘님은 권력과 사랑의 구도라는 시선에서 영화를 잘 보신것 같습니다.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영화든 다른 것이든 문화감상 후에 글 자주 보여주세요^^
그리고 사실 손이란 것은 인간이 뇌를 제외하고는 표면적으로 쓰는 가장 지적인 부위의 도구라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구별짓게 하는 신체부위일 겁니다. 말하자면 성기는 욕망의 도구인 것이고요. 하정우는 영화에서 누구보다 머리를 굴리며 지적인 체(!) 했지만 결국 두 여자에게 당하고 말고 본인은 지적인 도구인 손의 제거보다는 욕망의 도구인 성기의 제거가 본인존재의 근거를 잃는 것으로 느끼고 있고요. 달리 말해 하정우가 아니라 다른 이라면 손의 제거를 성기의 제거 혹은 죽음보다 더 두려워 하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잔인하지만 흥미로운 장면이었습니다.
함 보긴 해야 할텐데 무서워서 밤에 잠 못잘까봐 걱정되네요. 어느 장면이 잔인한지 미리 알 수 있다면 좋을텐데요.
박찬욱 감독의 다른 영화들에 비해서는 잔인하다고 할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거의 마지막에서 잠깐만 나오는 장면만 빼고는요. 그것도 푸른하늘님 언급처럼 유머가 가미되어 넘어가는 장면이죠.
@율리시즈 박찬욱 감독 영화라면 설국열차, 올드보이 밖에 안 봤는데 잔인한 장면은 기억안나요. ㅜㅜ 그냥 마지막에 남자 둘이 죽을 때 눈 가리고 있음 되는건가요?
@앨리스 장면묘사도 그리 길지 않습니다^^ 보는 이마다 상대적인 시간의 차이도 있겠지만요.
@율리시즈 네 봐야겠네요. 설마 감각의 제국처럼 절단 리얼하게 보여주진 않겠죠? ㅠ.ㅠ
@앨리스 대화가 나오고 도구가 나오지만 실제 진행장면은 수초도 안될듯. 글고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 작품입니다^^
@율리시즈 맞네요. 봉준호였던 거 깜박했네요. 근데 네이버 박찬욱으로 검색하면 작품에 설국열차 나와요;;;
@앨리스 아 그건 설국열차에 제작으로 참여해서 그럴 겁니다.
@율리시즈 아하 그랬군요~~
어제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왔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 오후 집에와서 인터넷을 보니
김민희와 홍상수의 로맨스(?ㅎㅎ)가 기사로 터졌더군요^^ㅎㅎ
아가씨는 사회문제를 적절하게 성문제와 결합시켜 잘 버무렸습니다.
인간의 욕망과 내면의 문제 등도 눈여겨 보게 되더군요^^
미술과 의상과 소품 그리고 장소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거기가 음악애호가인 박찬욱감독의 음악배경 또한 자연스럽고 절묘하더군요^^
고급스럽습니다.
첫번 봤을 때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저는 곡성에 한표를 ..아가씨는 형식미에 지나치게 치우친 작품. 멋진 미술전시회 다녀온 기분. 연출은 최고. 박감독의 전작, 스토커를 연상시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