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볼은 방망이에 한번 맞고 나면 맞은 부위가 찌그러지거나 물렁물렁해져 복원이 되지 않는 볼이다. 이 볼은 제조과정에서 실이 충분히 감기지 않거나 팽팽하게 감기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지만 처음 사용할 때는 외형상 이상이 없어 경기 전 볼을 검사하는 심판들의 눈을 피해가고 있다.
이런 볼이 나돈 것은 시즌 초지만 최근에 부쩍 늘었다.
투수들이 구심에게 볼 교환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불량볼의 실체가 드러났다. 볼에 예민한 투수들은 한차례 가격을 받은 볼의 교체를 요구하면서 “손에 감기지 않고 찌그러져 있어 마음먹은 대로 가지 않는다”고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보고를 접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한달 전 제작사인 A사에 공문을 보내 시정을 요구했고, 그 회사는 재고품을 연습구로만 공급하겠다는 등 시정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지켜지지 않고 있다.
A사는 3년 전에도 크기가 작은 볼을 공급해 문제가 됐던 업체다.
KBO는 요구가 시정되지 않자 6월 9일 “자꾸 불량볼이 나오면 해외에서 수입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내렸다. 사태의 심각성을 그제서야 느낀 A사는 부랴부랴 정품 공급을 약속했다.
A사는 이달 초부터 일부 구단의 재고분을 전량 교체했다.
그러나 짱구볼은 교체품 중에서도 여전히 나돌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짱구볼이 양산되고 있는 데는 볼 공급을 한개의 업체가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야구인들의 지적이다. 3년 전까지 두 곳이 공급했던 시장상황은 경쟁업체였던 B사가 2년 전에 부도가 나는 바람에 A사의 독점이 시작됐다. B사는 올해 들어서 겨우 사업을 재개해 KBO의 품질인증을 받았지만 시즌 초 구단과 공급계약을 맺지는 못했다. 따라서 올해까지는 A사의 독점이 보장된 상태다.
이에 대해 A사는 “공급이 2개사일 때 비해 상대적으로 생산이 늘어 불량품이 나올 수 있다”고 밝힌 뒤 “불량품은 1%도 안 된다”며 항변하고 나섰다.
그러나 일선 심판들은 “들쭉날쭉하기는 하지만 게임구로 쓰는 볼 중 약 10%가 짱구볼이라고 생각하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볼은 한 경기 평균 120개가 쓰이고 그 중 10개 안팎이 짱구볼이라는 것이다.
한편 12개 들이 볼 한 상자의 공급가격은 2002년 5만3000원이었지만 올해는 5000원이 인상된 5만80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