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류화가 피었습니다 / 죽계 전몽승
봄비 맞은 짙푸름 속에
화사한 석류화가 피었습니다
싱그러운 주홍빛 꽃잎이
유월을 매혹합니다
맵찬 눈보라가 몰아치던 날
얼굴을 찡그리지 않은 것은
어느 봄날 화려하게 피어날
석류화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심술궂은 봄바람이 불어와도,
뜨거운 태양빛이 쏘아대도
환하게 웃고 있는 것은
곧 보석같이 맑은 석류알이
들어찰 것이기 때문입니다
빨간 석류알이 껍질을 터뜨릴 때면
가을도 익어가겠지만
아름답게 피어난 석류화 앞에서
이미 가을을 잊고 있습니다
이석여시인 단 오름 여는 시
바로 오늘 / 孔順南
봄날 한 줄 금 바람
찌르르 여름 풀벌레 소리와
가을 홍시의 달콤한 눈빛
한겨울 아스람한 들판을
충분히 넘나들었기에
속속들이 웅얼대는 소리를
차곡차곡 쟁여놓고 있었다지
날카로운 운명들이 갉아먹긴 했지
그러나 버팅겨서 살아내고 나니
가슴에 턱 허니 훈장 하나 붙고
물론 아군들도 즐비한 대장이 되었다지
콧노래 흥얼댈 날이 올까 싶었지만
바로 오늘이 그날이라지 아마
이석여시인 단오름 축시
매화 / 이영숙
푸른 종소리 울려 퍼진다
시인의 노래가 수풀에 앉는다
추위 속에서 매화꽃봉오리 움트고
먼 곳까지 달려가 시어 끌어 올린다
꽃샘추위 몰려오고
바람 불어와도
쉼 없이 문장을 다듬는다
매화나무 푸른 매실 날마다 자란다
오늘은 그대가 문단에 오르는 날
축시를 낭송하고
축복의 잔을 들고 건배한다
온갖 역경 속에서 행복한 가정 가꾸고
외로운 사람에게 말벗 되고
아픈 사람 위해 온몸 기증하고
수많은 사람에게 미용봉사
그대는 아름다운 천사
생의 길목 훈훈한 사랑 그린다
사랑과 희망의 시
수많은 가슴에
햇살 가득 차오르리
매실처럼 익은 시 향기로 퍼진다
둥굴동글 / 문동호
이석여님 등단에 즈음하여
몸은 둥굴 둥굴
마음은 동글동글
미소 지은 얼굴이
티 없이 맑은 소녀 같아
실 꼬리 감기듯
가슴에 꼭꼭 감은 말 포대
시울림 마당에 나오면
비단 시 필이 줄줄 풀려
한바탕 웃음보따리 푼다
어찌 입재주만이랴
손재주는
사람들 행복하게 하는 미덕
덕이 곱쳐 쌓인 정
주절주절 열려 시꽃 피었네
또아리 틀고
알둥지 품어 닦고 토닥이니
싹이 벽을 뚫고 나온다
빤짝 보석이 되어 뀐다
나를 완성 시키는 삶의 시작이다
등단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출처: 짓거리시인의 시세상 원문보기 글쓴이: 짓거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