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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토요일, 느긋하게 걸을겸 국내 6번째 지정된 슬로시티(Slow city) 예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충 갈 코스를 정했지만 예산에 사는 이웃님께 전화하여 구체적으로 대흥면 대련사부터 구경하면서 올라가는 여행팁을 얻고
빗속을 뚫고 고속도로를 달려 처음 만난곳은 도덕골 낚시 포인트,
비가 오는 궂은 날씨임에도 좌대에는 세월을 낚는 낚시꾼들로 회색빛 날씨와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동산교에서 대흥면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조금가다보면 대련사 이정표를 만난다.
70,80년대 풍경이 남아있는 마을을 가로 질러 가파른 외길을 한참 올라가면 꽤 넓은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에서 바로 대련사를 올라가는 계단 양 옆으로 600년이 된 느티나무가 일주문 역할을 하듯 마주보고 서 있다.
▲ 대련사
수덕사의 말사인 대련사는 백제 말 의자왕 때인 656년에 의각, 도침 두 스님에 의해 창건된 사찰이라고 전해진다.
대련사 뒤 대흥임존성에 연못과 우물이있어 대련사라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계단 위로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77호로 지정된 극락전 현판이 살포시 보이면서 느티나무과 어우러진 풍경이 멋스러워 카메라에 담아본다.
1975년까지 원통보전으로 불렸는데 해체 하여 보수하는 과정에 건물 뒤쪽에 극락보전 현판이 발견되어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극락전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다포계 맞배지붕 건물로 양옆에 풍판이 달려 있다.
극락전 양옆으로 노전·산신각·요사채가 있으며 마당에는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178호로 지정된 삼층석탑(높이 260cm)이 있다.
4층 탑처럼 보이는 석탑은 세월의 이끼를 고스란히 안고 축축히 내리는 비를 맞이하고 있었다.
마침 극락전에는 49제기도를 하고 있어 발걸음을 살며시 옮기는데
산신각올라가는 계단근처에 있던 강아지가 나의 조심스러움도 아랑곳 하지않고 짖어댄다.
산신각은 포기하고 얼른 절 마당을 벗어나 계단을 내려왔다.
▲옛모습 간직한 마을모습
계단옆에는 임존성을 알리는 안내도와 성안의 약도가 자세히 그려져 있다.
대련사에서 임존성은 0.6km, 금방 올라갈것 같아서 비가 왔지만 우산을 들고 올라갔다.
그런데 조금오르다보니 발길이 적은듯 무성하게 자란 젖은 풀들이 금방 바지를 젖게 만들었다.
거리상으로 짧지만 비가 많이 내려 다음을 기약하고 다시 내려왔다.
내려오면서 보니 조금전 지나왔던 동산교와 예당저수지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마을로 다시 내려오면서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몇몇 가옥들이 눈에 띄어 올라갈 때 지나쳤던 마을풍경들을 담아본다.
▲볏단을 마주 들고 있는 의좋은형제상
다시 차로 달려 대흥동헌으로 향했다. 대흥동헌 들어가는 입구에는 의좋은 형제테마관광촌이 조성중이었다.
대흥동원 앞에는 볏단을 마주들고 있는 형제상이 가장 먼저 보였다.
2002년에 세웠다는 의좋은 형제효제비 앞에는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형제의 이야기가 내용을 한눈에 볼수있게 새겨져 있었다.
전래동화인줄 알았는데 형제의 우애는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실제 이야기라고 한다.
그내용을 요약해서 옮겨보면, 충남 우애 깊은 형제가 한 고을에 살고 있어서 가을 추수가 끝난 다음
"동생네는 새 살림이라서 돈이 많이 들겠지"라고 생각한 형과 "형님네는 식구가 많으니 돈이 많이 들거야"라고 생각한
형과 아우가 밤이면 몰래 자기네 볏단을 가져다가 형과 아우네 볏가리에 보태주다가
어느 날 밤에 볏단을 든 채로 마주쳤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배운 적이 있는 이야기이다.
▲대흥동헌
의좋은 형제 상 뒤로 대흥동헌이 옛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출입문 현판에는 임성아문이라 적혀있었다.
동헌 건물로 들어서니 넓은 마당에 형틀이 놓여있었다.
대흥동헌은 충남 유형문화제 제174호 (예산군 대흥면 동서리)로 동헌이란 마을의 수령이 정무를 집행하던 건물로
정면 6칸, 측면2칸, 처마높이 3.3m의 홑처마 팔작지붕의 목조 기와집으로
조선후기의 건축양식인 상량문에 영락 5년(1407년)에 지었다는 기록이 있다.
마당을 돌아 동헌 뒤쪽으로 돌아가니 뒷마당 한가운데 흥선대원군의 척하비가 있었다.
아마도 예산군에 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의 묘소가 있는것과 연관이 있는듯하다.
작은 연못과 동헌 건물밖에 없던 곳에 산넘어 남촌이라는 드라마의 종갓집을 재현하기 위해 만든 장독대와 아궁이 모습이
더욱 운치를 더하여 옛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촉촉이 젖은 장독대와 사각 연못에 떨어지는 비를 한참 내려다 보며 풍경에 취해본다.
▲봉수산자연휴양림
봉수산 자연휴양림에서 예당저수지 전망을 한눈에 볼수있다고 해서 면사무소를 지나 2km 숲길을 차로 올라갔다.
외길이지만 갈라지는 길마다 휴양림 이정표가 친절하게 안내되어 있었다.
가다보니 휴양림에서 1.2km 올라가면 임존성 북문지였다.
휴양림 건물은 베란다에 예쁜꽃들로 장식하여 묵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것 같다.
궂은 날씨탓에 휴양림은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멀리 보이는 예당저수지 전경은 자욱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휴양림주변은 수영장과 삼림욕을 즐길수 있는 휴식공간들로 가득하였다.
등산도 즐기고 탁 트인 풍경을 만낏하며 하루를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며 휴양림을 내려왔다.
휴양림 근처 대흥면 교촌리에 있는 대흥향교로 향하였다.
▲대흥면 주변 마을풍경
향교가는길 양쪽으로 건물들은 푸근하고 질박한 세월이 느껴지는 70,80년대 모습을 간직한고 있었다.
문을 닫은 정육점, 아직도 성업중인듯한 미용실, 페인트칠한 지붕은 빛바랜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는것 같다.
▲대흥향교와 은행나무
향교앞에는 수령 600년 된 은행나무(기념물 160호)가 울창한 녹음을 자랑하며 서있었다.
아직도 매년 정월 초순이면 마을의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성황제를 올리고 있으며 이 나무를 베면 마을에 피해를 입는다는 전설이 있는 은행나무이다.
은행나무를 지나 홍살문을 들어서니 높은 언덕빼기에 위치한 향교가 보인다.
대흥향교는 (충남기념물 제136호) 1405년(조선 태종 5)에 유현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하여 창건되었다.
다른 향교의 모습과 비슷하게 전면에 명륜당, 후면에는 대성전을 둔 전학후묘식 배치가 되어 있었다.
현존하는 건물로는 대성전·명륜당·동무·서무·삼문 등이 있다.대성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의 겹처마 맞배지붕 건물인데
정면 1칸은 툇칸으로 개방하였다. 공포는 전열과 2열 기둥 상부에 둔 무출목 이익공이며 가구는 이중들보로 된 2고주 5량가 구조이다.
대성전 안에는 5성(五聖:공자·맹자·자사·증자·안자), 공문십철, 송조6현, 한국 18현의 위패가 봉안되어 있다.
명륜당은 정면 3칸, 측면 1칸의 홑처마 맞배지붕 건물로, 내부 바닥에는 마루를 깔았다.
측면은 1칸으로 되어 있으나 특이하게도 이중 들보에 5량가 구조로 되어 있다. (문화재청자료)
여느 향교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문이 잠겨 있어 담넘어 보인는 풍경만으로 만족하고 돌아선다.
▲예당호중앙생태공원
대흥향교에서 큰도로로 나오자 마자 길건너 예당호중앙생태공원이 보였다.
생태공원은 데크로드로 연꽃재배지와 창포, 어리연재비지등으로 조성되어있었다.
바람개비 상징물이 자연의 바람에 몸을 맡긴채 돌아가며 운치를 더하고 있었고 전망테크에는
예당 특산물인 사과 상징물과 포토존 벤치가 귀여운모습을 하고 있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예당저수지 좌대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어리연재배지에는 때이른 어리연이 노오란 꽃을 가득 피어 반갑게 맞이하였다.
예당호를 우측에 두고 드라이브하는길은 가는곳 마다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 예당저수지 풍경중 아름다움으로 손꼽히는 황금나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저수지로 유명한 예당저수지(10.88㎢)는 예산군 대흥·응봉·신양·광시 등
4개 면에 걸쳐 서울 여의도 면적의 3.7배에 달한다.
많이 내리던 비도 그치고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길가 정자가 있는 식당에 들러 예당저수지 오면 생각나는 어죽을 시켜 허기를 채웠다.
식당마다 제색깔이 있는듯 예전에 먹었던 어죽과는 틀린 느낌이었지만 색다른 맛으로 국수와 잔새우까지 건져먹는 맛이 있다.
▲예당호조각공원의 다양한 풍경
마지막으로 찾아간곳은 예당호 조각공원이다.
2004년 개원한 조각공원은 예당관광지내 상단 500여평에 전국의 유명 중견작가와 공모작가가 참여하여
작품성과 가치성이 높은 조각공원으로 조성되었다.
다양한 작품들속에서 가장 마음이 가는건 도심속의 지친 현대인들과 일상속에서 여유를 갖지 못하는 삶의 여행자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공유하자는 의미의 휴(休)라는 작품으로 누워서 책을 읽고있는 모습이 너무 평화롭게 느껴졌다.
작품 옆에 빈 공간에 나도 누워보고싶었지만 비가 온뒤라 물기가 남아있어 쳐다보는것 만으로 만족하였다.
사랑과 가족중심적인 작품들이 많아 가족과 함께 오면 포근한 사랑을 가득안고 갈것 공원이다.
산책로에는 전래동화를 읽으며 걸을수있게 그림과 글이 적힌 그림판이 간격을 두고 발걸음을 심심하지않게 만들었다.
▲더위를 단숨에 씻겨주는 부력분수
예당호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며 걸어가다보니 부력분수가 설치되어있는 곳까지 왔다.
부력분수는 매시각 20분동안 연출되는데 잠시 벤치에 앉아 물이 솟아오르기를 기다렸다.
분수연출은 최대60m까지 솟으며 곡사분수, 고사분수, 나비분수,시간차분수,발레분수등으로 구성되어
야간에는 5가지색으로 빛램프조명까지 수중에서 빛을 발하여 아름다운 야경을 보여준다고 한다.
벤치에 앉아 가만히 올려다 보는 분수는 색다른 풍경이다.
▲예당저수지 풍경
슬로시티는 느림의 미학을 느끼는 곳이다.
예산슬로시티는 예당호를 중심으로 대흥,응봉면 일대로 이루어졌다.
다른 유명한 슬로시티처럼 눈이 띄게 특별한 돌담이나 몇백년된 가옥은 없지만 어쩌면 그 밋밋한 평범함이
마음속 고요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지 모른다.
예산군은 슬로시티 활성화 사업으로 대흥면 상중리에서 백제시대 산성인 임존성 동문터까지 수레길(2㎞)을 복원하며
예당호 둘레길(40㎞)을 중심으로 삽교천·무한천 등을 연결하는 예산 200리 길도 만든다고 한다.
2010 대충청 방문의 해에 발맞추어 예산의 드넓은 예당저수지의 자연경관을 감상하고
주변 문화를 둘러볼수있는 느긋한 발걸음을 옮겨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좀더 자세한 원문: http://blog.naver.com/kji206/108323649
첫댓글 아아 흐려도 멋진 ^-^ 잘 보고 갑니다~~ㅎㅎㅎ
꼭 맑은 날만 여행하란 법은 없지요 ㅎㅎ
여름에 비가 올때 여행하면 시원하게 할수있죠
단지 카메라젖을까 그게 걱정이지만요~ ㅎㅎ
잘보고 갑니당~~^^
감사합니다 써니님~~
요새 슬로시티는 붐인가 봅니다. 느림의 미학을 느끼는 곳, 신안, 예산 둘 다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