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진실게임 ‘지평탄약고’
횡성군 ‘양평군 탄약고 증설 충분히 인지’...‘지평 민심이반’ 김 군수 지도력 시험대 올라
임미정 기자
양평 지평탄약고 증설 계획을 전혀 몰랐다는 양평군의 계속된 주장에 대해 횡성군수가 “양평군은 탄약고 증설을 충분히 인지했다”는 입장을 밝혀 탄약고와 관련한 지평 주민과 양평군의 갈등이 진실게임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선교 군수는 지난 1일 개최된 지평면민의 날 기념식에서 “사전에 설명도 없이 ‘현대화시설’이라는 문구로 군민과 공직자를 유혹시켜 진행하는 사업은 타당성이 없으니 중단해 달라는 전화통화를 군관계자와 했다”고 밝혀, 양평군은 사전에 탄약고 증설 정보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횡성군수와 횡성군 담당과장, 직원들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양평군은 사전에 탄약고 증설에 대해 알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만일 양평군이 탄약고 이전 사실을 알고도 주민들에게 숨겼다면 이는 주민소환감이다. 만일 몰랐다면 담당자들은 직무유기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평면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김효성, 이하 비대위)가 9일 횡성군을 항의 방문하는 자리에서 고석용 횡성군수는 “양평군과 공식적으로 협의했다. (탄약고 이전에 대해) 충분히 인지했다고 생각한다”며 탄약고 이전을 전혀 몰랐다는 양평군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입장을 밝혀 지평 주민들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또, 비대위가 지평탄약대에서 8월 23일 개최된 기공식을 양평군에 알렸는지 여부를 묻자, 횡성군수는 “군사시설이기 때문에 국방부와 협의 후 독자적으로 진행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비대위원들은 “주민들이 항의 방문한다니까 김선교 군수가 하루 전에 와서 횡성군수와 입을 맞춘 것 아니냐”면서, 극도의 불신을 드러냈다.
실제로 김선교 양평군수는 이재화 면장과 행복도시과 안철영 과장, 권오윤 팀장을 대동하고 항의 방문 하루 전인 지난 8일 횡성군청을 방문하여 횡성군수와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극도의 불신 속에 횡성군 항의 방문 직후 지평면장의 갑작스런 교체소식은 오히려 주민들 가슴에 또 다른 불신의 불을 질렀다.
주민들은 면장 교체에 대해 “꼬리자르기로 면장을 바꾼 것 아니냐. 책임질 사람은 면장이 아니라 실제 업무를 진행한 담당 부서”라면서, “지금 군에서 할 일은 자체적으로 엄정하게 진상을 밝혀 군민에게 이실직고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어, “설사 인사이동이 필요했더라도 고참 과장을 보내 사태수습을 해야지 갓 진급한 인물을 면장으로 보낸 것은 지평면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면서, 14일 개최되는 군민의 날 체육대회에 불참하는 쪽으로 최종 의견을 모았다,
또 주민들은 양평군의회에도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지난 1일 면민의 날 행사에 몇 몇 의원들이 참석한 이후 지금까지 탄약고와 관련해서 주민들과 전혀 대화가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평주민자치센터 이학표 위원장은 “주민들의 대표라는 군의원, 도의원, 국회의원이 이번 탄약고 사태에 대해 전혀 입을 다물고 있다”면서, “의원들은 지평 땅으로 달려와 주민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책무가 있다”며 질타했다.
이어, 횡성군은 자신들의 50년 숙원인 묵계리 탄약고 이전을 위해 마치 자기집 쓰레기를 이웃 집 담장 너머로 버리는 듯한 치졸한 행태를 보였다”면서, “지자체간 도의를 져버린 횡성군은 이 사업을 백지화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현재 횡성군 묵계리 일원에 주둔하고 있는 탄약중대는 25만㎡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132만㎡가 지정되어 있다. 횡성군과 국방부는 내년 4월까지 횡성에 주둔하고 있는 탄약고와 부대를 지평면으로 이전할 계획이다.
한편, 횡성군이 원주시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봉안소는 주변 주민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자, 국방부는 원주시가 반대하면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없다고 횡성군에 국방부입장을 재차 전달한 상태다.
김선교 군수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내년 선거 결과가 달라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는 상태에서 양평군의 향후 대응 방식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