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은 치유다 기원전 약 1500년경 힌두교 경전인 <리그베다>에 등장한 목욕은 열병 치료를 위한 것이었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예로부터 목욕은 청결을 위해서라기보다 치유 의식이었는데, 이는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세종대왕은 높은 온도로 몸을 덥게 해 땀을 빼는 한증법을 만들어 환자의 건강을 돌보게 했고, 숙종은 반신욕과 족욕으로 건강을 관리했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왕자가 태어나면 목욕부터 시켰는데, 위생과 건강을 염려해 정성스럽게 매화, 복숭아, 자두나무 뿌리 등을 넣고 달여서 목욕물을 만들었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명의 구암 龜巖 허준 許浚도 목욕을 이용한 치료에 대해 언급했다. <동의보감 東醫寶鑑>에 따르면 가려울 때는 물 10말에 소금 1말을 넣고 끓여 물이 절반쯤 줄면 따뜻하게 식혀 그 물로 세 번 목욕하라고 쓰여 있다. 피부가 가렵고 아플 때는 약재로 쓰는 식물인 위령선ㆍ영릉향ㆍ모향을 각각 300g, 풀의 종류인 고본·곽향·백지·감송향·마른 연잎을 각각 150g 잘게 썰어서 물 3통에 넣고 몇 번 끓어오르게 달인 다음 바람이 들지 않는 방 안에서 목욕하라고 했다.
입욕 재료에 따라 목욕 효과가 달라진다 중국 당나라의 양귀비는 길이 19m, 폭 7m 크기의 탕에 장미 꽃잎을 뿌려놓고 목욕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는 우유로 목욕을 해 피부를 가꿨다. 지금은 다양한 목욕 제품이 나오고 있으나, 천연 재료로도 피부를 가꾸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제아무리 좋은 천연 입욕제라도 자극성 피부염이나 알레르기성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으니 먼저 팔 안쪽이나 귀 뒤에 테스트해본 후 사용하는 게 좋다.
(왼쪽) 서은애, ‘오래된 풍경 속에서 놀다 Ⅰ’, 96×84㎝, 종이에 채색, 2008
다시마 해조류는 미네랄과 비타민이 풍부해 지성 피부나 알레르기성 피부, 가슴이나 등에 여드름이 난 피부 진정에 도움이 된다. 성질이 차서 체내에 열로 생긴 피부 질환에 효과적이다. 면 주머니에 자른 다시마 100g을 담아 뜨거운 물에 우린 후 42℃ 정도의 욕조 물에 희석한 후 소금 500g을 넣는다. 녹차 녹차를 마신 후 우린 잎이나 티백을 헝겊에 넣어 묶은 다음 목욕하기 전 욕조에 담그면 된다. 녹차는 피부 트러블을 예방해주고 신진대사를 활성화하는 비타민 C를 풍부하게 함유해 혈액순환을 돕고, 체내의 지방을 제거하는 기능을 지녔다. 청주 알코올 성분이 체내에 축적된 독소의 배출을 돕고, 땀샘이나 모발에 낀 노폐물을 씻어낸다.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은 뒤 청주를 1.8L 정도 붓고 목욕을 시작한다. 입욕 후 2~3분이 지나 심장박동이 빨라지면 욕조에서 나와 한번 심호흡을 하고 다시 욕조에 들어간다. 이것을 4~5회가량 반복한다. 쑥 예로부터 여성의 건강을 위해 애용한 천연 재료다. 경락과 자궁을 따뜻하게 해줘 냉증과 생리 불순에 도움이 된다. 특히 몸이 찬 사람에게 쑥 목욕을 권한다. 말린 약쑥을 면포에 싸서 팔팔 끓인 뜨거운 물에 담가 쑥물을 우려내면 된다. 레몬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체취 제거에 좋으며 감기 예방, 냉증에도 효과적이라 추운 겨울철에 특히 좋은 재료다. 레몬 2개를 썰어 뜨거운 욕조에 넣고 레몬이 우러나올 동안 샤워를 한다. 레몬이 우러나면 욕조에 들어가 긴장을 푼다. 몸이 데워지면 욕조에서 나와 가볍게 피부를 씻고 다시 욕조에 들어가 몸을 담그는 과정을 반복한다. 장미 살균 작용을 해 피부 염증을 억제한다. 말린 장미 꽃봉오리를 두 주먹 정도 물에 넣고 끓여 우린 다음 욕조 물에 희석해 사용한다.
화장품이 없던 옛날에는 천연 재료가 그 역할을 대신했다. 고려시대 상류사회에서는 어린아이의 피부를 희게 하기 위해 복숭아 꽃물로 목욕을 시켰으며, 성인 남성들은 난초 삶은 물에 목욕을 함으로써 피부를 가꾸는 동시에 몸에서 향기가 나도록 했다. 레이스 수건은 린앤제이 제품.
내 몸에 맞는 건강 목욕법 목욕이 좋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능을 나타내는 건 아니다. 입욕제, 시간, 물 온도 등 몸 상태에 따라 각기 다른 영향을 미치므로 상황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불면증 너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각성 작용으로 인해 되레 잠이 오지 않는다. 불면증에 시달릴 때는 체온과 가까운 미지근한 탕에 20~30분간 몸을 담그는 게 좋다. 이 온도에서의 목욕이 에너지 소비가 가장 적고 신경을 안정시키는 작용을 한다. 위산 과다 분비 목욕물의 온도에 따라 위산의 분비량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42~43℃의 목욕은 위산 분비를 억제하고, 약간 찬물에서의 장시간 목욕은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고 한다. 따라서 높은 온도에서의 목욕이 도움이 되는데, 고온에서의 목욕은 고혈얍, 심혈관계 질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으니 주의한다. 냉증・방광염・생리 불순 반신욕은 하반신의 혈액순환을 촉진해 하반신의 장기 기능을 높여준다. 부인병의 큰 원인으로 알려진 냉증은 혈관의 수축과 이완이 원활하지 않아 골반이나 복부에 혈액이 고이거나, 손끝 또는 발끝에 혈액이 적어져 몸이 찬 증상이므로 반신욕을 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생리 불순이나 생리통에 효과적인 것은 물론 골반 안에 자리한 장기인 방광과 직장의 움직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 조사 결과 따뜻한 물에서 목욕한 사람보다 찬물과 따뜻한 물에 번갈아가며 목욕한 사람의 코르티솔(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 수치가 현격히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탕과 냉탕에 번갈아가며 몸을 담그면 모세혈관을 자극해 노폐물의 배설이 촉진된다. 온탕은 40℃ 전후, 냉탕은 15℃ 전후로 물의 온도를 맞추고 냉탕으로 시작해 냉탕으로 끝낸다. 보통 온탕에 7번, 냉탕에 8번 들어가는 것을 권장한다. 호흡기 질환 기침으로 가래가 끓고 숨이 찰 때는 족탕이 도움이 된다. 통후추, 복숭아씨, 치자 열매에 물을 붓고 달인 후 40~50℃로 온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깨끗하게 씻은 발을 담근다. 1일 3회, 1회 30분씩 하면 기침이 완화된다. 고혈압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물에서 20~30분간 느긋하게 몸을 담근다. 당뇨 한 연구에 따르면 42℃ 이상의 온천에서 3~4분씩 휴식을 취하며 2~3회 몸을 담그는 걸 하루 두 번 반복한 결과, 한 달 만에 혈당 250mg이던 사람이 150mg으로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다.
1 키엘의 크렘 드 꼬르 소이밀크 앤 허니 바디 폴리쉬 꿀과 두유를 함유한 풍부하고 매끄러운 질감의 각질 제거제. 200ml, 3만 4천 원. 2 샤넬의 코코 마드모아젤 포밍 샤워 젤 코코 마드 모아젤 퍼퓸 향에 산뜻하고 가벼운 텍스처로 목욕 시간을 우아하게 만들어준다. 200ml, 6만 원. 3 시슬리의 모이스처라이징 퍼퓸 바디 크림 꽃향기를 지닌 스와르 드 륀의 향기를 보디 크림에 담았다. 시어버터, 식물성 스콸렌 성분이 피부에 촉촉한 수분을 공급한다. 150ml, 12만 원. 비누를 담은 받침대는 백산수저 제품.
온천의 효능 <동의보감>에 의하면 “피부의 감각이 둔해지고 손발을 잘 쓰지 못하는 증세가 있을 때에는 온천물에 목욕한다”라고 기록돼 있다. 온천수에 함유된 미량의 화학물질은 대부분 이온 형태로 녹아 있어 피부를 통해 체내에 침투하게 된다. 비록 소량이지만 전신으로 흡수되므로 긍정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도고온천 신라시대부터 약수로 이름난 충남 아산시 도고면 기곡리에 자리한 온천이다. 약알칼리성 유황천으로 수질이 좋아서 신경통, 피부병, 위장병 등에 효능이 있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041-537-7100)는 동시에 5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온천 워터 파크로, 10여 종의 바데 시설과 노천 히노키탕 등이 마련돼 있다. 덕구온천 경북 울진군 북면 덕구리 응봉산 자락에 위치한 덕구온천(054-782-0677)은 42.4℃의 뜨거운 온천수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는 걸로 유명하다. 칼륨, 칼슘, 염소, 마그네슘 등을 함유한 약알칼리성 온천이며 신경통, 근육통, 피부 질환에 효과가 있다. 문경종합온천 국내에서 유일하게 알칼리성 온천수와 칼슘 중탄산천, 두 가지 다른 성분의 온천수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곳(054-571-2002)이다. 특히 지하 900m 화강암층과 석회암층 사이에서 솟는 붉은빛의 칼슘 중탄산천은 일본 벳푸 온천보다 몸에 유익한 성분이 4배가량 높게 함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tip 겨울철 목욕, 주의할 점은 없을까? 목욕은 특히 겨울철에 악화되기 쉬운 근육통이나 관절통 등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너무 뜨거운 물에 오랫동안 몸을 담그는 건 좋지 않다. 45℃ 이상 뜨거운 물은 오히려 교감신경을 흥분하게 해 지나치게 근육을 긴장시키고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증세를 악화시킬 우려도 있다. 식전 목욕은 위산 분비를 억제해 소화 능력을 저하시키고, 식후 목욕은 내장에서 활동해야 할 혈액이 피부 표면으로 모이게 돼 소화 흡수 능력을 떨어뜨린다. 기온차가 큰 겨울철에는 이러한 현상이 더 심해지므로 주의한다.
차가운 물은 교감신경계를 자극해 말초 혈관계를 수축시켜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37~40℃의 약간 따뜻한 물에는 부교감신경계가 자극돼 안정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목욕물에 아로마 오일을 떨어뜨려 향기를 느끼며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긴장 완화와 피붓결 개선에 효과적인 입욕제를 선택하면 목욕의 효능을 온전히 누리는 데 도움이 된다.
1 산타마리아노벨라의 캔들라 로사로사 핸드메이드로 만든 장미 향 향초. 로즈 에센셜 오일을 함유했으며 굳이 불을 붙이지 않아도 향이 진하게 퍼진다. 85g, 6만 8천 원. 2 록시땅의 라벤더 배쓰 솔트 릴랙싱 효과가 있는 라벤더 에센셜 오일과 지중해산 소금을 함유한 목욕용 스파 제품이다. 라벤더 향이 심신의 안정과 숙면을 유도하고 피부에 수분과 영양을 공급한다. 300g, 3만 3천 원. 3 프레쉬의 사케 배스 일본 게이샤들의 청주 목욕법을 바탕으로 개발한 입욕제로 진정 효과와 근육 이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버블 배스 타입이라 부드러운 거품이 일어난다.400ml, 14만 6천 원. 4 아베다의 카밍 컴포지션 민감성 피부의 붉은 기, 예민함을 진정시켜준다. 로즈, 비타민 AㆍCㆍE와 호호바 오일 등이 피부에 수분과 영양을 공급해주며, 보디뿐 아니라 두피에도 사용할 수 있다. 50ml, 3만 2천 원. 5 산타마리아노벨라의 올리오 다 바뇨 가데니아 계면활성제를 첨가하지 않아 피부의 자연 유분은 씻어내지 않고 불순물만 제거해주는 배스 오일. 입욕제로도 사용할 수 있다. 60ml, 17만 8천 원. 6 러쉬의 해피 블루밍 세 조각으로 나뉘는 입욕제다. 코코아 버터, 말린 체리와 패션프루트 주스의 향기가 기분을 산뜻하게 한다. 65g, 1만 2천3백 원. 7 록시땅의 리바이탈라이징 슈거 큐브 1회용 큐브형 입욕제라 사용하기 간편하다. 민트, 로즈메리, 파인 에센셜 오일을 함유했다. 35g, 5천 원. 8 더바디샵의 켁터스 브러쉬 샤워 젤이나 비누로 충분히 거품을 낸 피부에 천연 선인장모로 문지르면 각질이 제거된다. 1만 5천 원. 9 비오템의 휠 드 고마쥬 엑스폴리에이팅 오일이 각질을 제거하고 피붓결을 가꿔준다. 200ml, 3만 4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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