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엔 항생제 필요 없어요!” 국민 74% 항생제 용도 잘못 이해
자료 질병관리청
질병청 ‘2022년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
국민의 74.1%가 항생제 용도에 대해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일반인과 의료인 모두 항생제 사용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11월 16일 일반인 800명, 의사 10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항생제 내성 인식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4명이 세균 감염질환이 아닌 경우에도 항생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등 항생제 용도에 대해 잘못 이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항생제의 내성균이 전파될 수 있음을 아는 경우는 36.2%에 불과했다. ‘증상이 개선된 후에도 항생제를 중단하지 않는다’고 대답한 경우는 31.9%에 그쳤다. 증상이 없어졌다고 항생제 복용을 중간에 멈추면 세균이 항생제에 저항하는 능력이 점점 커져 나중에는 항생제가 듣지 않게 된다.
의사 40%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처방”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항생제가 불필요한 경우 처방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59.6%였다. 40% 이상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도 처방한 경험이 있다는 얘기다. 불필요한 항생제 처방을 하는 이유로는 ‘2차 세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처방한다’가 40.9%를 차지했고 이어 ‘항생제 필요 상황 구분의 어려움’(22.2%), ‘환자 요구로 처방’(15.8%) 등을 꼽았다.
항생제 내성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항생제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적절한 항생제를 선택해 적정 용량과 치료 기간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질병청은 “항생제 내성 출현의 주원인이 항생제 오남용임을 사용자와 의료인(처방권자) 모두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질병청은 항생제 사용 인식 개선을 위해 11월 18일부터 일주일간 ‘2023년 항생제 내성 예방 캠페인’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주간’을 맞아 항생제 내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과 올바른 항생제 사용문화 정착을 위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2015년 항생제 내성 글로벌 행동계획에 따라 해마다 11월 18~24일을 ‘세계 항생제 내성 인식주간’으로 지정하고 국가별 실정에 맞는 캠페인 운영을 권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2017년부터 해마다 집중 홍보에 나서고 있다.
항·필·제·사! 항생제는 필요할 때만, 제대로 사용해요!
올해 질병청은 ‘항생제는 필요할 때만, 제대로 사용해요(항·필·제·사!)’라는 표어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대상자별 특성에 따른 세부 메시지를 담은 홍보물을 제작해 질병청 누리집(www.kdca.go.kr)에 게재했다. 또 11월 말까지 질병청 누리소통망, 민간 전광판, 라디오 음원 광고 등에서 홍보를 이어간다.
특히 올해는 서울역 2층 대합실 맞이방에서 11월 21일까지 홍보부스를 운영했다. 부스에서는 홍보물 전시존, 항생제 내성 예방 처방전 꾸미기 체험존, 내성 잘알(잘 아는 사람) 퀴즈존, 어린이 포토존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방문객에게 항생제 사용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했다. 이와 함께 11월 22일 서울에서 대한항균요법학회와 공동으로 항생제 내성 포럼도 개최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향후 신종 감염병의 지속 출현과 인구 고령화에 따른 감염 취약자 증가 등으로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기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항생제 남용은 ‘조용한 팬데믹’이라 불릴 만큼 심각한 보건 위협이 되는 주제”라고 강조하고 “정부 부처와 의료기관, 사회 각 분야의 협력을 통해 부적절한 항생제 사용량을 줄이고 항생제 적정 사용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