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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申緯 (1769 ~ 1847. 朝鮮 後期 文臣. 字 漢叟. 號 紫霞. 本貫 平山. 詩. 書. 畵에 能하고 特히 詩에 뛰어남)
(1) 降仙閣
此日荒齋田 ~ 오늘 이 荒廢한 집터에
雲廊與月殿 ~ 雲廊과 月殿이 남아있네.
孤閣偶不毁 ~ 외로운 降仙閣 偶然히 毁損됨 없이
尙掩諸佛院 ~ 오히려 절間을 가리고 있구나.
(2) 古骨 (옛 遺骨)
傳舍一去後 ~ 宿所에서 한 番 떠난 뒤
行踪誰可繫 ~ 떠나는 발걸음 누가 묶어두겠는가.
山僧竟無謂 ~ 山僧은 끝내 말이 없는데
區區守其蛻 ~ 苟且하게 그 껍데기만 지키고 있네
(3) 公莫拂衣 (小樂府)
(임이여 옷을 떨치지 말아요)
莫拂挽衫輕別離 ~ 당기는 赤衫을 뿌리치고 쉽게 離別하지 말것이
長堤昏草日西時 ~ 해가 西山으로 넘어가면 긴 뚝에 풀빛도 어둠에 묻히고
客窓輾轉愁滋味 ~ 몸 뒤척이는 客窓에 愁心은 깊어갈 때
孤剔殘燈到自知 ~ 꺼져가는 燈盞 바라보며 절로 외로움에 쌓이리.
(4) 慣看賓
依煩款待黃茅薦 ~ 번거롭게 하지마라 띠풀인들 어떠랴
且坐何放紅葉堆 ~ 落葉더미에 앉은 들 어려울 것 없단다.
豈必松明燃照室 ~ 굳이 솔불 밝힐 必要없다네
前宵落月又浮來 ~ 어제 진 달 또 떠오를 테니.
(5) 觀劇詩. 1
春香扮得眼波秋 ~ 春香이 扮粧하고 秋波의 눈길 보내니
扇影衣紋不自由 ~ 부채 그림자 옷 무늬가 不自由스럽구나.
何物龍鐘李御史 ~ 어떤 못생긴 人物이 李御史인가
至今占斷劇風流 ~ 只今까지 演極 風流 獨占하고 있도다.
(6) 觀劇詩. 2
激賞時時一聲哄 ~ 몹시 稱讚하다가 때로 한 番씩 소리치니
廣庭人海疊人山 ~ 넓은 마당에는 人山人海로다.
今宵莫漫勤添炬 ~ 오늘밤 부지런히 횃불 管理 게을리 말라
早有雲頭掛月彎 ~ 일찌감치 구름 머리에 초승달 걸려있도다.
(7) 光貞月松根憩寂圖
松年僧臘不知幾 ~ 소나무 나이가 얼마인지 스님이 모르는 것은
果否見松初終年 ~ 果然 소나무의 한平生을 보지 못한 때문이리.
松子松根無佛性 ~ 솔방울과 솔뿌리엔 佛性이 없어
一同寂寞卽參禪 ~ 한결같이 寂寞함은 곧 參禪이리오.
(8) 鷗盟 (小樂府) (갈매기와 盟誓하다)
讀書窓爲倦書拓 ~ 讀書가 倦怠로워 窓가에 冊을 던져두고
滿地江湖雙白鷗 ~ 江湖의 白鷗 雙雙이 땅에 가득 내려 앉는 모습 바라본다.
摒却浮名身外事 ~ 부질없는 名聲과 一身 外의 일일랑 잊어버리고
一生堪輿汝同遊 ~ 一生을 하늘과 땅에 너와 함께 놀아보리라.
(9) 九松亭瀑布
此嶺萬松耳 ~ 이 고개에 數많은 소나무를
誰能以九數 ~ 누가 아홉으로 헤아렸는가.
靈境眩奇變 ~ 神秘한 境界에서 奇異한 變化에 眩惑되니
一瀑忽雙注 ~ 한 줄기 瀑布가 문득 둘로 갈라지네.
(10) 菊花
有客同觴固可意 ~ 손님이 와서 술을 함께 하면 正말 좋겠지만
無人獨酌未爲非 ~ 함께 할 사람 없으면 혼자서도 좋아라.
壺乾恐被黃花笑 ~ 술甁이 비었다고 菊花가 비웃을까
典却圖書又典衣 ~ 冊을 잡히고 옷도 잡혀 술을 사왔소.
(11) 極樂殿 妖僧普雨所處
(極樂殿 妖僧普雨가 있던 곳)
丹漆與金碧 ~ 丹靑에 華麗한 色彩로
汚此水晶殿 ~ 여기 水晶殿을 더렵혔네.
妖僧眞可斬 ~ 妖僧을 베어버릴 수 있다면
一國竭一院 ~ 나라에서 이 집을 없애도 좋을 듯.
(12) 金爐香 (小樂府) (金香爐의 香불)
金爐香盡漏聲殘 ~ 金香爐에 香불 다 타고 물時計 소리 잦아드니
誰與橫陳罄夜歡 ~ 누구와 마주 누워 속삭이며 고요한 밤 즐기나. (罄. 빌 경)
月上欄干斜影後 ~ 달이 欄干에 떠올라 그림자 기운 뒤에
打探人意驀來看 ~ 내 마음 알아보려 그렿게도 빨리 달려와 보고 있는가.
(13) 寄謝吳蘭雪
(吳蘭雪에게 부치어 謝禮하다)
吾廬瀟灑隱王城 ~ 내 집은 산뜻한데 王城에 가려있어
廡下南山紫翠橫 ~ 지붕 아래 南山이 紫色 푸른빛으로 비껴있다.
伴石墨池含雲氣 ~ 돌 놓인 검은 못엔 구름 氣運 끼어있고
當窓蘆葉助秋聲 ~ 窓가에 맞닿은 갈대 잎은 가을소리를 더한다.
客來茶屋孤煙起 ~ 손님 오면 茶放에는 외줄기 煙氣 피어나고
公退苔庭一鶴迎 ~ 公이 退廳하면 이끼 낀 뜰에 鶴이 마중 나온다.
莫笑軟紅塵送老 ~ 便安히 紅塵 속에 늙어 감을 비웃지 말라
冷卿居止似諸生 ~ 가난한 벼슬아치의 行動거지가 선비 같거늘.
(14) 懶翁鐵拄杖 (懶翁禪師의 쇠지팡이)
不打紅頭走 ~ 紅巾賊을 擊退하지도 못하고 逃亡쳐
百斤鐵虛使 ~ 百 斤의 鐵지팡이 헛되이 使用했네.
懶翁固生佛 ~ 懶翁이 眞實로 生佛이라면
哀哉佛弟子 ~ 슬프구나. 佛弟子여
懶翁名惠勤 ~ 懶翁은 名譽에 힘을 써
恭愍朝國師 ~ 恭愍王 때 國師가 되었네.
(15) 落葉
天地大染局 ~ 天地는 巨大한 染色 가게
幻化何太遽 ~ 幻想의 變化를 어쩜 저리 서두를까?
丹黃點飄蘀 ~ 발갛고 노란 잎을 點點이 날리는 바람
紅素吹花絮 ~ 붉은 꽃과 흰 버들솜에 불어왔었네.
春秋迭代謝 ~ 봄과 가을 番갈아 바뀌어도
光景兩無處 ~ 太陽은 兩쪽 어디에도 머물지 않네.
空色顚倒間 ~ 空과 色이 뒤집히는 동안
冉冉流年去 ~ 성큼성큼 歲月은 흘러만 간다.
(16) 落花流水 (小樂府)
睡失漁竿舞失蓑 ~ 졸다가 낚싯대 잃고, 춤추다가 도롱이 잃었다.
白鷗休笑老人家 ~ 白鷗야, 늙은이 비웃지 말아라.
溶溶綠浪春江水 ~ 넘실대는 푸른 물결 봄 江에 물이로다.
泛泛紅桃水上花 ~ 출렁이는 물에 붉은 복숭아꽃 무리 물결 위로 떠가네.
(17) 綠草靑江馬 (小樂府)
(맑은 江가 푸른 풀 위의 말)
茸茸綠草靑江上 ~ 맑은 江 위 풀 茂盛하고
老馬身閑謝轡銜 ~ 늙은 말은 굴레 벗어 몸이 便安하네.
舊首一鳴時向北 ~ 지난날 생각에 北녘 向해 우는 것은
夕陽無限戀君心 ~ 夕陽에 끝없이 임 그리는 마음일세.
(18) 茶詩
常車緩步處 ~ 수레를 代身해 천천히 걸어간 곳에
始笠小亭開 ~ 삿갓 같은 조그만 亭子 하나 있다.
選石安詩硯 ~ 돌을 골라 詩 쓰는 벼루를 놓게 하고
㪺泉注茗茶 ~ 샘물 길어 茶를 끓이도록 했다.(㪺. 뜰 구)
行裝吾去矣 ~ 나는 있다가 떠나야 할 몸이지만
且復此悠哉 ~ 아직은 이곳이 悠然하다.
一段閑公案 ~ 더구나 公事가 閑暇롭고 보면
敎妨贈後來 ~ 뒤에 오는 사람에게 물려줌직도 하다.
(19) 答客問
壁上一葫蘆 ~ 壁 위에 술 쪽박 하나
堂下一匹驢 ~ 堂 아래에는 나귀 한 匹.
葫蘆驢虛設 ~ 쪽박과 나귀는 空然히 있는것
不掛又不馳 ~ 내걸지도 않고 달리지도 않는다.
客來問主人 ~ 손이 와서 主人에게 물으니
主人但謝辭 ~ 主人은 다만 謝禮의 말 뿐이다.
榨酒杏花雨 ~ 살구꽃비에 술을 짤 만하고 (榨. 짤 자. 착)
尋詩紅葉秋 ~ 丹風잎 가을에는 詩 지을 만하다.
時時馳且卦 ~ 때때로 달리고 또 마실 것이니
客亦有意不 ~ 손님도 또한 뜻이 있는가 없는가.
(20) 東關驛
暖日恬風雨後天 ~ 따뜻한 날 바람 고요하고 비 갠 하늘
初秋那得此淸姸 ~ 初가을이 어찌 이렇게도 맑고 고울까.
車音入滑泥爲海 ~ 수레소리 미끄러운 진흙길에 빠져 바다소리 같고
茶味回甛睡是禪 ~ 茶 맛은 혀에 감돌아 잠은 禪定에 든듯 하네.
古戌黃葉鞭影外 ~ 옛 戍자리에 落葉은 말채찍 그림자 밖에 떨어지고
酒家紅旆雁聲邊 ~ 기러기 소리 들리는 곳에는 酒幕의 붉은 깃발 펄럭인다.
好詩一失難追補 ~ 좋은 詩는 잊어버리면 이어나가기 어려우니
銜口眞成急就篇 ~ 입에 머금은 채로 急就篇을 지으리라.
(21) 冬至永夜
截取冬之夜半强 ~ 冬至달 긴긴 밤을 억
지로라도 半쯤 짤라
春風被裏屈蟠藏 ~ 봄 바람 속에 잘 갈무리해 두었다가
燈明酒煖郞來夕 ~ 임 오시는 밤 燈불 밝히고 술을 데워서
曲曲鋪成折折長 ~ 굽이굽이 펴내어 꺾어 붙여 늘렸으면.
(22) 滿月臺懷古
(滿月臺에서 懷古하며)
大業三韓一統來 ~ 三韓을 統一한 大業을 이룬 뒤
子孫付託奈非才 ~ 子孫에 付託하나 人才 아님을 어찌하나.
宮闈震蕩家兵入 ~ 宮闕은 흔들리어 內亂 兵士 들어오고
梵唄凄淸佛國開 ~ 梵唄소리 凄凉하고 절만이 열려있다.
唐鎭勳名多跋扈 ~ 勳章 받은 唐나라 將軍들 많이도 跋扈하고
晉安尊位寄悲哀 ~ 晉나라 貴族은 悲哀를 부치었도다.
繁華往跡無人間 ~ 繁華한 지난 자취 묻는 사람 하나 없어
滿月臺前生綠苔 ~ 滿月臺 앞마당에는 푸른 풀만 자라난다.
(23) 滿庭香
昨夜桃花風盡吹 ~ 어제 밤 복사꽃 바람에 다 지고
山童縛帚凝何思 ~ 아이는 비를 엮어들고 무슨 생각하는 듯
落花顔色亦花也 ~ 얼굴에 꽃잎 떨어져도 또한 꽃이니
何必苔庭勤掃之 ~ 어찌하여 반드시 이끼 낀 뜰에서 쓸어내려하는가.
(24) 梅花訊 (小樂府) (梅花에게 묻는다)
一樹楂枒鐵幹梅 ~ 뗏 나무 쇠 줄기 梅花나무 심으니
犯寒年例東風回 ~ 추위를 이기고 옛날대로 봄바람은 불어온다.
舊開花想又開着 ~ 지난 때 피던 꽃 또 피어날까 생각하는데
春雪紛紛開未開 ~ 봄눈이 펄펄 날리니 피어날까 아니 필까.
(25) 明沙十里
釋子相逢無別語 ~ 스님 만나니 別다른 말 없고
關東風景近何許 ~ 요즈음 關東 景致가 어떠한가 묻길래
明沙十里海棠花 ~ 明沙十里엔 海棠花 피고
兩兩白鷗飛疎雨 ~ 성긴 빗속 갈매기만 雙雙이 난다 이른다.
(26) 沒下梢 (小樂府)
(물에 빠진 나뭇가지)
豪華富貴信陵君 ~ 豪華롭고 富貴한 信陵君도
一去人耕春草墳 ~ 한 番 떠나니 사람들은 봄날 무덤의 풀을 뽑는다
矧爾諸餘醉夢者 ~ 하물며 너희 몇 醉하고 꿈꾸는 者들아 (矧. 하물며 신)
不堪比數漫云云 ~ 속셈만으로 만만이 이렇쿵저러쿵 하지 말아라.
(27) 夢踏痕 (꿈 속의 발자취)
魂夢相夢屐齒輕 ~ 꿈속의 넋이 꿈을 꾸노니, 나막신과 이가 가벼워도 (屐. 나막신 극)
鐵門石路亦應平 ~ 鐵門과 돌길이라도 應當 平坦해지리라.
原來夢徑無行蹟 ~ 原來 꿈 길엔 지나간 발자취가 없으니
伊不知儂恨一生 ~ 아, 恨스러운 내 한 平生을 알지 못하리라.
(28) 無名氏古綃山水十絶句. 1
(無名의 作家가 緋緞에 그린 山水畵에 쓴 絶句 열 首)
雲中鷄犬一村靜 ~ 구름 속 닭과 개들 보이는 고요한 마을
岸上桃花千萬枝 ~ 언덕에는 복사꽃 千萬 가지가 활짝 피었다.
捲幔輕橈徐轉去 ~ 揮帳 걷고 가벼운 노 저어 천천히 떠가니
春江滑笏碧琉璃 ~ 봄 江물에 매끄러운 笏이 琉璃처럼 푸르다.
(29) 無名氏古綃山水十絶句. 2
春來布襪訪煙霞 ~ 봄 오니 베옷 걸치고 봄景致 찾으니
澗賴松風一經斜 ~ 골짝에 솔바람 소리, 오솔길 비껴있다.
晝永鍾魚金璧殿 ~ 낮은 길고 風磬소리 절間에 들리고
滿山都是佛前花 ~ 가득한 山이 모두 부처 앞에 꽃이어라.
(30) 無名氏古綃山水十絶句. 3
朝來山色洗塵氛 ~ 아침 山色은 티끌이 씻기었고
細雨篷窓獨夜聞 ~ 보슬비 篷窓에서 홀로 밤에 듣는다.
柔㯭一聲忘近遠 ~ 노 젖는 소리에 멀고 가까움도 잊는데
前溪花發後溪雲 ~ 앞 개울에 꽃 피고 뒷 개울에는 구름이네.
(31) 無名氏古綃山水十絶句. 4
棐几燒香讀道經 ~ 榧子나무 冊床에 香불 사르고 道德經 읽으니
喬松脩竹一茅亭 ~ 높은 소나무며 늘어진 대나무 들어선 一茅亭이라.
雨餘芳草原如織 ~ 비 내린 뒤 香氣로운 풀 언덕은 천을 깐 듯
人與鹿麋俱眼靑 ~ 사람은 사슴들과 함께 푸른 눈을 갖추었구나.
(32) 無名氏古綃山水十絶句. 5
柳絲筠紛共參差 ~ 버들가지며 댓잎 모두 들쭉날쭉
端坐無言面曲池 ~ 말없이 端正히 앉아 蓮못을 바라본다.
背後白鷗飛自去 ~ 등 뒤에는 흰 갈매기 날았다 절로 가고
一江春水夕陽時 ~ 只今 온 江의 봄물에 夕陽이 지는구나.
(33) 無名氏古綃山水十絶句. 6
讀書耕種兩蹉跎 ~ 글 읽기와 農事 모두 蹉跌이 생겨
江上生涯不在多 ~ 江 위의 삶에는 없는 것이 많구나.
罷釣歸來門半掩 ~ 낚시질 마치고 와 門 半쯤 닫고
任他帆影客商過 ~ 다른 것 돛에 맡기고 客商이 지나간다.
(34) 無名氏古綃山水十絶句. 7
翠壁丹崖初過雨 ~ 부른 壁 붉은 언덕에 처음 내린 비
白雲紅樹變秋時 ~ 흰 구름 붉은 丹楓 가을로 가는 때이구나.
飄然野老一藜杖 ~ 들판의 늙은이 飄然히 지팡이 짚고
小立溪橋何所思 ~ 게울 다리에 暫時 서서 무엇을 생각하나?
(35) 無名氏古綃山水十絶句. 8
無風葉脫送秋聲 ~ 바람도 없이 나뭇잎 떨어져 가을소리 보내니
如此江山易感情 ~ 이처럼 江과 山은 새로운 느낌을 바꾸어준다.
孤鶴東來夜將半 ~ 鶴이 東으로 날아오고 밤은 깊어 가는데
放船西去月隨傾 ~ 배 놓아 西쪽으로 떠나니 달도 따라 기운다.
(36) 無名氏古綃山水十絶句. 9
高秋正是登臨節 ~ 하늘 높은 가을 登臨의 季節
平遠溪山似畵圖 ~ 아득하고 平平한 山과 개울은 그림만 같다.
擔却琴書來喚渡 ~ 冊과 거문과 짊어지고 와 나룻배 부르니
誰家鬅髮愛才奴 ~ 누구네 집 더벅머리 사랑스런 才能꾼일까?
(37) 無名氏古綃山水十絶句. 10
玄雲霮對半沈山 ~ 캄캄한 검은 구름에 半쯤 잠긴 山 (霮. 구름많이 낀 貌樣 담)
衰草寒煙轉處灣 ~ 시든 풀 차가운 안개에 굽어드는 물굽이.
短棹漁翁堪入畵 ~ 짧은 돛단배 탄 그림속의 늙은 漁夫
蓑衣蒻笠雪中還 ~ 도롱이에 갈대 삿갓 쓰고 눈 속에 돌아온다.
(38) 墨竹圖 1
枝葉上晴光 ~ 가지와 잎 위로 맑은 햇빛
枝輕葉復揚 ~ 가지 흔들리고 잎은 다시 날린다.
一天風日好 ~ 하늘에 바람 일고 날씨는 맑아
聲影靜瀟湘 ~ 소리와 그늘이 瀟湘江에 고요하다.
(39) 墨竹圖. 2
晩園萬箇影參差 ~ 저녁 庭園에 萬 個의 대숲의 그림자 어지럽고
湘水而今映碧姿 ~ 湘水 江물에는 只今 푸른 姿態를 비춘다.
停雪慣同梅作侶 ~ 그친 눈은 익숙하게 梅花와 짝을 이루고
昌霜偏與菊相宜 ~ 쏠린 서릿발은 菊花와 서로 義理를 겨룬다.
(40) 潘家莊 (潘家의 莊園)
孤村橫一彴 ~ 외딴 고을에 한 외나무 다리 비껴있고(彴 별똥 박, 외나무다리 작)
落日懸雙杵 ~ 지는 해는 雙 방망이 사이에 매달려 있다.
秋水澹迎人 ~ 가을 물은 澹澹히 사람을 맞이하고
石壁堪題序 ~ 돌壁에는 글을 쓸만하구나.
烹茶掃紅葉 ~ 丹楓잎 쓸어모아 茶를 달이며
憩雲傾綠醑 ~ 구름보고 쉬면서 술을 기울인다.
煙郊望不極 ~ 안개 낀 들을 바라보니 끝이 없고
歸程杳何許 ~ 돌아오는 길은 아득하여 어디쯤인지 몰라라.
(41) 白馬靑娥 (小樂府)
(白馬 탄 임과 예쁜 아가씨)
欲去長嘶郎馬白 ~ 떠나려 길게 울어대는 임의 흰 말
挽衫惜別小娥靑 ~ 赤衫을 당기며 惜別를 나누는 어여쁜 아가씨.
夕陽冉冉銜西嶺 ~ 夕陽은 늬엿늬엿 西쪽 고개를 머금어
去路長亭復短亭 ~ 갈 길 멀어도 머물다 또 짧게 머물다 그렇게 가누나.
(42) 白羽山
名山入官府 ~ 名山이 고을로 들어
不與我偃蹇 ~ 나처럼 누워있지 않아라.
故作白羽山 ~ 짐짓 흰 깃처럼 되어
穹窿堆雪巇 ~ 눈 덮인 봉우리로 솟아있다.
(43) 白塔
白塔亭亭向遠空 ~ 흰 塔은 높이 먼 空中을 向하고
古城西畔寺門東 ~ 옛 城 西쪽 두둑에 있는 절의 門은 東으로 나있다.
行人喚渡立沙渚 ~ 길손은 沙工을 불러 물가 모래에 서있는데
一百四鈴遼語風 ~ 一百 넷 鐃鈴소리 멀리 바람결에 묻혀온다.
(44) 碧溪水
靑山影裏碧溪水 ~ 푸른 山 속 碧溪水야
容易東去爾莫誇 ~ 쉽게 東쪽으로 흘러감을 자랑마라
一到滄海難復回 ~ 푸른 바다로 한 番 가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우나
滿空明月古今是 ~ 하늘에 가득한 밝은 달빛은 古今이 같다네.
(45) 碧蘆吟. 1
草有可嘉者 ~ 풀에서도 갈대는 아름다운 것
莫將蕭艾儔 ~ 쑥과 같은 것들과 짝짓지 말라.
堯夫題品後 ~ 堯夫가 品題 한 뒤로
珍重八百秋 ~ 珍重하게 八百 年이나 지났도다.
(46) 碧蘆吟. 2
碧蘆自羅生 ~ 푸른 갈대 절로 늘어지게 자라났으니
翠叢非種成 ~ 푸른 떨기 일부러 심은 것은 아니어라.
門前車馬道 ~ 門 앞으로 수레와 말이 오가는 길
一片對秋聲 ~ 한 조각 가을 소리를 마주보고 있도다.
(47) 碧蘆吟. 3
天翁至公正 ~ 하느님은 至極히 公正하니
閑物與閑人 ~ 閑暇한 事物을 閑暇한 사람에게 주나니.
豈必千畝竹 ~ 어찌 반드시 千 이랑의 대밭에서
封侯傲渭濱 ~ 封侯가 渭水 가에서 뽐내어야 하는가.
(48) 碧蘆吟. 4
每說江湖去 ~ 江湖에 간다고 말해도
江湖産業無 ~ 江湖에는 生業이 없었다.
罷官閑日月 ~ 벼슬을 그만둔 閑暇한 나날
此是小江湖 ~ 이것이 곧 작은 江湖이로다.
(49) 奉虛言 (小樂府) (거짓인 듯 믿어주오)
向儂思愛非眞辭 ~ 날 사랑하고 좋아한다는 말 事實이 아니니
最是難憑夢見之 ~ 꿈 속에 나 봤단 말은 正말로 믿기 어려워라.
若使如儂眠不得 ~ 萬若에 나 같은 사람 잠들어 못 보았다면
更成何夢見儂時 ~ 어느 꿈속에서 나를 볼 때가 다시 있으리오.
(50) 山園絶句
桃實靑靑杏花黃 ~ 복숭아 푸르고 살구꽃은 누런데
鶯雛恰恰燕兒忙 ~ 꾀꼬리 울어대고 제비들은 부산하다.
支笻夏景陰森下 ~ 지팡이 짚고 여름 景致 그늘진 숲 아래
得句籬雲歷落榜 ~ 詩 한 句 얻으니 울타리에 구름 흩어진다.
(51) 山頂花
誰種絶險花 ~ 누가 심었느나 저 險한 絶壁 위에
雜紅隕如雨 ~ 붉은 꽃잎 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松靑雲氣中 ~ 구름바다 푸른 소나무 사이로
猶有一家住 ~ 외로이 집 한 채가 있구나.
(52) 上平聲 東韻
花發酒初熟 ~ 꽃 피자 술이 막 익었는데
滿甔淸若空 ~ 缸아리가 빈 듯이 맑게 고였네.
傾來未入口 ~ 술동이 기울여 입에 대기도 前에
先憶嘉聲翁 ~ 먼저 嘉聲翁부터 그리워지네.
夫物藝藝者 ~ 이 世上 搖亂한 것들 모두
都驅入此空 ~ 이 텅 빈 듯한 空의 世界로 몰아넣자.
南山泉釀酒 ~ 南山의 샘물로 술을 빚어
分與北山翁 ~ 저 北山 늙은이에게 나누어 주려네.
(53) 西江
重來照水愧華顚 ~ 다시 와 물에 비춰보니 白髮 부끄러워
不見西湖二十年 ~ 西湖를 보지 못한 지 二十 年이나 되었구나.
淨洗一春桃李眼 ~ 봄날의 복숭아와 오얏이 눈을 씻어주나니
野人籬落菜花田 ~ 시골 사람들 울타리 안에 있는 菜蔬밭이여.
(54) 西京次鄭之常韻
(平壤, 鄭之常의 詩에 次韻하여)
急管催觴離思多 ~ 急한 피리소리 술盞을 재촉하고
不成沈醉不成歌 ~ 마셔도 醉하지 않고 노래도 되지 않네.
天生江水西流去 ~ 大同江물은 저대로 西쪽으로만 흘러가고
不爲情人東倒波 ~ 나의 情든 이를 爲해 東으로 흐르지는 않는구나.
(55) 西川
雙瀑掛層虹 ~ 두 줄기 瀑布에 層層이 무지개 걸려 있어
初疑漏天門 ~ 처음엔 하늘의 門이 새는 줄 알았네.
跂石弄長川 ~ 바윗돌 밟으며 긴 냇물을 戱弄하다가
忽至雙瀑源 ~ 문득 雙瀑의 根源에 이르렀네.
(56) 瑞香院 梅月堂金時習遺跡
(瑞香院에 梅月堂 金時習이 남긴 자취)
寥寥瑞香院 ~ 瑞香院은 쓸쓸한데
庶幾伊人在 ~ 아마도 그 사람은 남아있겠지.
梅梢月如新 ~ 梅花가지 끝엔 달이 새롭건만
年代不相待 ~ 歲月은 기다려주지를 않네.
(57) 石經葉 (돌길위에 落葉을 밟으며)
背石茅菴一徑廻 ~ 바위등진 菴子로 가는 고불고불한 오솔길 하나
山寒烏桕染紅催 ~ 山속의 추위에 옻나무는 第一 바삐 붉은 물이 들었다.
夕陽翳翳蹊鳴葉 ~ 어슴푸레한 저물녘에 落葉 밟는 짚신소리
有箇詩人覓句來 ~ 어떤 詩人이 詩句를 찿아 이곳으로 오시는가?
(58) 仙洞
一重又一掩 ~ 重疊 되었다가 또 가리워져
已窮游人躅 ~ 이미 遊覽客 발자취 다했네.
聞說仙洞處 ~ 仙洞에 對한 이야기 듣고
更傳三百曲 ~ 다시 三 百 曲을 傳하네.
(59) 仙人局 (仙人의 바둑판)
滅跡入雲峯 ~ 자취를 감추고 慶雲峯에 들어와
誰與算白黑 ~ 누구와 더불어 바둑을 두었나.
厭聞山外事 ~ 山 밖의 일 듣기 싫어
資謙方賭國 ~ 李資謙은 나라를 걸고 賭博하였네.
(60) 洗心臺
行殿深秋澹夕暉 ~ 殿閣에 깊은 가을에 저녁 빛이 맑은데
畵墻西角啓朱扉 ~ 華麗한 담장 西쪽 모서리에 붉은 門 열려있다.
一笑黃花如蛾老 ~ 웃어보노니 노란 꽃이 나비처럼 무르익고
重來白鳥歎人非 ~ 다시 오는 白鳥는 같은 사람 아니라 歎息한다.
意中欄檻移樽得 ~ 마음에 드는 欄干으로 술盞 옮겨오니
分外溪山入座飛 ~ 分外 개울과 山이 자리에 들어 난다.
舊識池塘金色鯽 ~ 옛날 보았던 蓮못 속 金빛 붕어들
盡情遊泳共忘機 ~ 마음껏 헤엄치며 함께 世上 慾心 잊는다.
(61) 小桃源
君家何在大江上 ~ 큰 江 위쪽 어디에 그대 집 있는가
翠竹林深不來仍 ~ 푸른 대숲 깊어 다시 오지 못하리니.
秋風落葉空多響 ~ 秋風落葉소리는 空然히 크기만 한데
問之無答白鷗飛 ~ 물어봐도 對答없는 白鷗만 날고 있구나.
(62) 屬秋史 (秋史에게)
昭代參容播正聲 ~ 밝은 시대에 談論은 正論을 알리니
蒐羅揚抱有深情 ~ 모여서 서로 주고 받으니 情이 더욱 깊어지네.
吾今倦矣論英雋 ~ 나는 오늘 避困하와 人才를 論하는 일이
煮酒靑梅屬後生 ~ 靑梅花로 술 덥히는 일은 後輩들에게 맡기려네.
(63) 送別徐穉嘉 禮輔 移居坡山
問君何事厭囂塵 ~ 자네는 왜 그리 俗世를 싫어하여 (★囂. 시끄러울 효. 塵囂 ~: 騷亂하고 번거러워 俗世가 귀찮음)
盡室坡山訪隱淪 ~ 家族 다 데리고 坡州로 隱居하려 하는가.
酒熟茶香花月夕 ~ 술 익고 茶 香氣로운 꽃 피는 달밤이면
忘年記否舊東隣 ~ 親舊여, 옛 이웃인 나를 記憶하려나.
(64) 松坡長老 (松坡스님)
十四剃靑髮 ~ 열네 살 때 검은 머리 깎고 중이 되어
九十眉覆雪 ~ 九十 歲에 눈썹이 눈처럼 하얗게 되었네.
不識人間書 ~ 俗世의 글씨를 알지 못하니
如此更快活 ~ 이와 같아야 더욱 快活할 수 있다네.
(65) 松坡畵像 (松坡스님 肖像畵)
松坡無一偈 ~ 松坡 스님은 한 番도 啓導 받은 적 없고
畵僧無一言 ~ 畵僧 또한 말 한마디도 없네.
言說尙可離 ~ 말은 오히려 떠날 수 있는데
安事生綃礬 ~ 어찌 生絲에 白礬 漆을 일삼는가.
(66) 水仙花
無賴梅花擫笛催 ~ 가녀린 梅花꽃이 피리 잡으라 재촉하고( 擫. 누를 엽)
玉英顚倒點靑苔 ~ 玉같은 꽃봉오리 푸른 이끼에 떨어진다.
東風吹縐水波綠 ~ 봄바람 불어와 물결에 푸른 주름지우고
含睇美人來不來 ~ 눈길 주던 美人은 오는지 消息도 없다.
(67) 實事求是
喫驚風波旱路行 ~ 風波에 놀라서 가물은 길을 달려보니
羊腸豺虎險於驚 ~ 九折羊腸에 만난 시랑이와 호랑이는 물보다 險하다.
從今非馬非船業 ~ 이제부터는 馬夫도 漁夫도 아닌
紅杏村深雨映耕 ~ 살구꽃 핀 시골에서 비 맞으며 農事나 지으리라.
(68) 尋花. 1
尋花緩步當輕車 ~ 가벼운 수레 代身 천천히 걸어 꽃 찾으니
黃四娘家花發初 ~ 누런 넷 娘子들의 집에서 꽃이 막 피는구나.
覓句不須呼紙筆 ~ 詩句를 찾는데 종이와 붓만 부르지 말라
溪邊恰似細沙書 ~ 개울가의 가는 모래벌에 적을 만도 하구나.
(69) 尋花 . 2
乳燕鳴鳩村景閑 ~ 어린 제비와 우는 비둘기의 마을 風景은 閑暇로운데
郭煕平遠畫春山 ~ 郭熙(北宋時代 河南 사람으로, 山水畫로 當時 第一人者였음)가 아득히 봄 山을 그렸는가?
卧溪楊柳壓籬杏 ~ 냇가에는 버들, 울 너머에는 살구꽃
粧點黃茅八九間 ~ 누른 띳집 八九 칸이 새 丹粧하고 있네.
(70) 尋花. 3
前臺花發後臺同 ~ 樓臺 앞에 꽃피고 뒤에도 꽃피는데
佛國繁華三月中 ~ 절間의 繁華로운 三月의 어느 날이어라.
滄以靑松烝石翠 ~ 靑솔 같은 푸른 물결 불에 찐 듯 푸른 돌
亂雲堆裡杜鵑紅 ~ 흩은 구름 싸인 곳에는 杜鵑花가 붉어라.
(71) 尋花. 4
白雲破處又靑山 ~ 흰 구름 흩어지는 곳에 또 푸른 山
春在淪漣水一灣 ~ 봄은 潺潺한 물결에 있고 물은 굽이친다.
浣女桃花醺臉際 ~ 빨래하는 少女 복사꽃 같이 뺨 붉을 때
醉人胡蝶入懷間 ~ 출 醉한 사람인양 나비가 품속으로 들어간다.
(72) 尋花. 5
耕罷夕陽生翠巒 ~ 밭갈이 마치자 푸른 봉우리엔 저녁 해
迷花臺笠不知還 ~ 꽃에 홀린 대삿갓 쓴 사람 돌아갈 줄 모른다.
一村二十四黃犢 ~ 한 마을 스물넷 누런 송아지들
散點平原春草間 ~ 平平한 들판 봄풀에 그린 듯 흩어져있다.
(73) 十洲佳處 (小樂府)
(열 모래섬 아름다운 곳)
釋子相逢無語別 ~ 스님들 서로 만나 말 없이 離別하고
關東風景也如許 ~ 關東 風光은 어떠한가 물의니
明沙十里海棠花 ~ 明沙十里에 海棠花 피어있고
兩兩白鷗飛小雨 ~ 짝지은 白鷗들만 작은 비에 날고 있다네.
(74) 雙玉筋 (小樂府)
(두 줄기 玉같은 눈물의 힘)
逝者滔滔挽不得 ~ 흘러가는 것은 滔滔하여 잡아도 잡을 수 없고
百川東到幾時回 ~ 온갖 냇물은 東으로 이르면 어느 때 돌아오나.
如何點滴肝腸水 ~ 어찌하여 방울방울 가슴에 고인 물은
却向秋波滾上來 ~ 도리어 눈을 向하여 滔滔히 흘러오르는가.
(75) 冶春 (小樂府) (華奢한 봄날)
黃山谷裏蕩春光 ~ 黃山谷 마을에 華暢한 봄빛
李白花枝手折將 ~ 李白이 꽃가지 꺾어 손에 들고
五柳村尋陶令宅 ~ 五柳村으로 陶淵明 宅을 찾아
葛巾漉酒雨浪浪 ~ 葛巾으로 술을 짜니 비처럼 주룩주룩.
(76) 漁樂 (漁父)
鳴者鵓鳩靑者柳 ~ 우는것이 뻐꾸기고 푸른것은 버들인가 (鵓집비둘기발. 뻐꾸기발)
漁村煙淡有無疑 ~ 漁村 집들이 안개에 잠겼구나.
山妻補網才完未 ~ 漁村 아내는 그물 깊는 일 마치지 못했는데
正是江魚欲上時 ~ 江에는 물고기가 올라오기 始作하네.
(77) 影池
草樹取暎時 ~ 草木들이 빛을 받을 때
能以正面狀 ~ 바로 모습 비춰볼 수 있네.
與君歃此水 ~ 그대와 이 물을 마시고
求離顚倒相 ~ 잘못된 모습에서 벗어났으면.
(78) 影波 (그림자 드리운 물결)
秋山夕照潛江心 ~ 가을山의 夕陽이 江 가운데 잠기고
釣罷孤憑小艇吟 ~ 낚시를 마치고 작은 배에 몸 依支하여 詩를 읊는다.
漸見水光迎棹立 ~ 次次 물에 비친 빛을 보고 빛을 맞아 노를 세우니
半彎新月一條金 ~ 半쯤 굽은 초승달이 한 줄기 빛을 내는구나.
(79) 玉斧桂樹 (小樂府) (玉도끼와 桂樹나무)
玉斧年多鈍却鋩 ~ 玉도끼도 오래되니 鈍한 것도 칼날 되고
月中桂樹靭難當 ~ 달 속 桂樹나무 날카로움 當하기 어려워라.
廣寒殿後輩靑葉 ~ 넓고 찬 殿閣 뒤에 무리지은 푸른 나무들
能使繁陰翳放光 ~ 어지러운 그늘이 빛을 가리게 하는구나.
(80) 月卦嶺
峽人防虎密 ~ 골짝 사람들 호랑이 接近 막노니
日暮早關門 ~ 날 저물면 일찍 門을 닫아거노라.
獨有催租吏 ~ 다만 稅金을 재촉하는 官吏 있어
橫行卦月村 ~ 挂月 마을을 마음대로 돌아다닌다.
(81) 月下寫竹影戱言
(달빛 아래 대 그림자 그리려한 우스개)
道人戱墨園中石 ~ 道仁이 먹으로 庭園의 바위를 그리는데
紙上忽見孤竹影 ~ 쓸쓸한 대 그림자 종이 위에 언뜻 나타난다.
急起從之不如何 ~ 急히 일어나 따라 갔지만 어찌하지 못하고
月落風飜遷俄頃 ~ 달은 지고 瞬息間에 바람 불어 옮겨갔구나.
(82) 潤六月十五夜月明. 1
(潤 六月 보름날 밤, 달은 밝은데)
滿地金波雨洗嵐 ~ 땅에 가득한 金물결 비처럼 山氣運 씻고
水晶宮殿化書龕 ~ 水晶 宮澱이 變하여 龕室이 되었구나.
縈窓漏箔如無隔 ~ 窓을 둘러 새어드는 金빛 막이 透明하고
更透紗幬到枕函 ~ 다시 더 緋緞 揮帳을 뚫고 베개箱子에 이른다.
(83) 潤六月十五夜月明. 2
明月尋人直入房 ~ 밝은 달이 사람 찾아 바로 房에 왔으나
原無約束絶商量 ~ 原來 約束이 없어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했소.
那堪睡熟更深後 ~ 어쩌리오, 잠 깊이 들고 또 깊어 진 뒤라
獨轉廻廊過短墻 ~ 혼자서 回廊 돌아 낮은 담을 지나는 것을.
(84) 潤六月十五夜月明. 3
皎潔銀潢月正中 ~ 밝고 맑은 銀河水 웅덩이 속의 달
瓦溝如沐樹陰重 ~ 깨끗이 씻은 듯한 기왓골, 짙은 月桂樹 그늘.
萬家樓閣入初定 ~ 모든 집의 樓閣들은 人情에 들었는데
管領宵光是百蟲 ~ 밝은 밤빛을 온통 차지한 건 온갖 벌레들.
(85) 宜身至前 (小樂府)
(마땅히 몸소 내 앞에 나오세요)
莫倩他人尺素馳 ~ 남에게 便紙 傳하지 마시고
(倩. 예쁠 천)
當身曷若自來宜 ~ 當身이 어찌 스스로 마땅히 오시지 않으시나요.
縱眞原是憑傳札 ~ 비록 正말 남이 傳할 수 있더라도
成否從遠未可知 ~ 眞짜인지 거짓인지 먼 곳에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86) 梨花月白 (李兆年의 時調를 漢譯)
梨花月白三更天 ~ 배꽃은 달빛에 더욱 희고 밤은 이미 三更인데
啼血聲聲怨杜鵑 ~ 杜鵑새는 怨恨에 쌓여 피맺힌 絶叫를 吐하는 구나.
儘覺多情原是病 ~ 多情함도 도리어 病이 됨을 이제야 깨닫고
不關人事不成眠 ~ 人生事 關與치 않는데도 如前히 잠을 이룰 수 없구나.
(87) 人生行樂耳 (人生은 즐길 뿐)
一度人生還再否 ~ 한 番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 人生인데
此身能有幾多身 ~ 어디 世上에 올 때 몇個의 몸이라도 가졌던냐?
借來若夢浮生世 ~ 꿈처럼 빌려 온 덧없는 世上살이에
可作區區做活人 ~ 잘고 庸劣해서야 어찌 活氣찬 人生만들 수 있겠나.
(88) 人月圓 (小樂府)
金絲烏竹紫葡萄 ~ 金실로 繡놓은 烏竹과 紫色 葡萄
雙牧丹叢一丈蕉 ~ 牧丹 두 떨기와 한 길의 芭蕉.
影落紗窓荷葉盞 ~ 그 그림자 緋緞 窓門 사이로 蓮꽃 盞에 어리는
意中人對月中宵 ~ 이 한밤에 마음 속 내 사람과 달빛 보며 마시고 싶어라.
(89) 一杵鐘 (小樂府) (한 가닥 鐘소리)
一杵霜鐘寺近遠 ~ 한 가닥 차가운 鐘소리, 절은 멀고도 가까운곳
聞聲忖寺去無深 ~ 鐘소리 듣고 헤아려보고 찾아가도 깊이는 알 수 없다.
靑山之上白雲下 ~ 靑山의 아래요, 白雲의 아래건만
認且茫然何處尋 ~ 알려고해도 茫然해지니 어느 곳에서 찾아 볼까.
(90) 子規啼前腔 (小樂府) (子規의 울음)
梨花月白五更天 ~ 배꽃에 달 밝은 한 밤
啼血聲聲怨杜鵑 ~ 피울음 우는 怨恨 맺힌 杜鵑새.
儘覺多情原是病 ~ 多情함이 病인 줄 알았으니
不關人事不成眠 ~ 人事에 關係말아라, 잠 못이루노라.
(91) 紫霞洞二首. 1
何物龍種老紫霞 ~ 무엇이 이리도 壅拙한가 늙은 紫霞여
得公因地見懷多 ~ 땅 이름으로 그대가 날 많이 생각해줘 고맙소.
思家墩與蘇家渡 ~ 思家墩과 蘇家渡 있으나
名實相懸奈我何 ~ 이름과 實際가 서로 다르니 내 이를 어찌할까.
(92) 紫霞洞二首. 2
我亦記曾尋紫霞 ~ 나도 일찍이 紫霞洞 찾던 것 記憶하니
墨香消盡屐痕多 ~ 먹 香氣 다 사라지고 사람 자취 많도다. (屐. 나막신 극)
十年未覺崧陽夢 ~ 十 年 동안 崧陽의 꿈 깨지 못하노니
無奈泉聲石色何 ~ 샘물 소리, 돌 빛을 내가 어찌할까 보냐.
(93) 雜書
士本四民之一也 ~ 선비는 本來 四民의 하나
初非貴賤相懸者 ~ 처음엔 貴賤의 差를 드러내는 것은 옳지 않았다네.
眼無丁字無虛名 ~ 글字를 모르는 이도 없고 헛된 이름도 없었건만
眞賈農工役於假 ~ 眞實한 商人, 農夫, 匠人이 가짜에게 使役 當하네.
(94) 掌中杯
耳朶有聞旋旋忘 ~ 귀에 들은 말 있으면 그래저래 잊고
眼兒看做不看樣 ~ 눈으로 貌樣도 보지도 않은 듯이 한다.
右堪執盞左持螯 ~ 오른 손에 盞을 잡고 왼손으로는 조개 飯饌 잡아야지
只知雙手執金卮 ~ 오직 두 손으로 金盞 잡을 줄만 아는구나.
(95) 題錦城女史 芸香畵蘭 (錦城女史 蘭草 그림을 보며)
畵人難畵恨 ~ 사람은 그려도 恨을 그리긴 어렵고
畵蘭難畵香 ~ 蘭草를 그려도 香氣를 그리긴 어렵네.
畵香兼畵恨 ~ 香氣를 그린데다 恨마져 그렸으니
應斷畵時腸 ~이 그림 그릴 때 그대 애가 끊겼을 테지.
(96) 題徐兢高麗圖經
(高麗圖經에 題하여 노래함)
一卷圖經城市全 ~ 한 卷의 圖經에 都市가 다 있어
携書過客弔荒煙 ~ 冊 끼고 지나는 길손 荒廢한 煙氣속 弔喪한다.
可憐威鳳樓前石 ~ 可憐하다, 威鳳樓 앞 돌이여
猶見徐兢奉使年 ~ 如前히 徐兢이 使臣 온 그 해를 알려준다.
(97) 題二石 - 壽春石 得於趙夢菴園中.
(두 個의 돌에 쓰다 – 壽春石, 趙夢菴의 庭園에서 얻었다.)
輿過幾落遷 ~ 가마타고 幾落遷(在北倉江邊)지나는데
千金試不測 ~ 千金으로도 헤아릴 수 없네.
幽賞每在險 ~ 그윽한 感賞은 늘 險峻한 곳에 있으니
江吼巨甕側 ~ 큰 항아리 곁에 江물이 咆哮하네.
此其小幾落 ~ 이곳은 작은 幾落遷으로
神往昔所歷 ~ 神靈이 예前에 지나갔던 곳을 가네.
(98) 題二石 - 華陰石 舊在守居閣子前
(두 個의 돌에 쓰다 – 華陰石, 옛날에 살던 樓閣 앞에 있다.)
抱膝狂道士 ~ 무릎 감싼 미치광이 道士가
入帒猢猻縮 ~ 포대에 들어가 원숭이처럼 웅크리고 있다.
(★ 猢猻 ~: 猢猻入布袋. 원숭이가 포대 속으로 들어갔다는 뜻으로, 野性的인 사람이 束縛을 받음에 比喩)
江館芳草積 ~ 江가 宿所에 芳草가 가득한데
伴入窓間宿 ~ 窓틈으로 半쯤 들어와 가지를 뻗네.
朝視雨淋身 ~ 아침에 비에 젖은 몸체 보여주더니
古苔透肌肉 ~ 옛 이끼에 속살이 透明하구나.
(99) 釣臺望月 (낚시臺에서 달을 바라보며)
溶溶波上月 ~ 출렁거리는 물결 위 달
塗塗葉間霜 ~ 자욱한 나뭇잎 사이의 서리.
霜光與月色 ~ 서릿빛과 달빛
倂墜煙渺茫 ~ 모두 안개에 떨어져 아득하다.
釣臺一片石 ~ 낚시대의 한 돌 한덩이
據此水中央 ~ 이 물 가운데에 버티어 있도다.
不知夜深淺 ~ 밤이 깊은지 얕은지 모르지만
漸見人影長 ~ 漸次로 사람의 그림자 길어진다.
(100) 照水梅 (물에 비친 梅花)
滑笏琉璃浸玉寒 ~ 笏 같고 琉璃 같은 물에 담긴 玉梅 차가운데
一塵非意莫相干 ~ 한 點 티끌도 내 마음 아니니 相關치 말라.
有時恨殺風倚皺 ~ 때로 恨스럽게 殺氣 띤 바람 물살에 이니
難得芳容正面看 ~ 香氣로운 모습 바로 보기가 어려워라.
(101) 竹謎 (小樂府) (대나무는 모르겠네)
人間百卉皆堪種 ~ 世上의 온갖 花草 다 심어도
唯竹生憎種不宜 ~ 오직 대나무는 심기에 마땅치 않아 火가난다네
箭往不來長笛怨 ~ 화살은 날아가면 오지 않고 긴 피리는 怨恨의 소리
最難畵出筆相思 ~ 그리기도 가장 어렵고 글을 써도 생각만 해야한다네.
(102) 重九日荷裳諸人分潘邠老滿城風雨近重陽爲韻各得詩七首
(重陽節 荷裳 等 여러 사람이 潘邠老에 “城 가득 비바람이니 重陽節이 가깝네”라는 詩句로 韻을 삼아 各其 일곱 首를 얻다)
有願人人壽命長 ~ 사람들 願하는 것 壽命을 늘리는 것이라
殷勤相屬此時觴 ~ 殷勤하게 서로 勸하며 이날에 마신다네.
神仙輕體杯中用 ~ 神仙처럼 몸을 가볍게 하려 술盞을 드는데
黃菊花香禀正陽 ~ 노란 菊花꽃 香氣가 햇살 아래 풍겨나네.
(103) 贈卞僧愛 (卞僧愛에게 주다)
澹掃蛾眉白苧衫 ~ 눈썹 곱게 丹粧하고 흰赤衫 입고서
訴衷情話燕呢喃 ~ 情다운 속마음을 속삭이니, 제비가 지저귀듯.
佳人莫問郞年歲 ~ 佳人이여 내 나이 묻지를 마소
五十年前二十三 ~ 五十年 前에는 스물셋이었다오.
(104) 眞樂公重修文殊院碑 僧坦然書 眞樂公 高麗處士李資玄.
(眞樂公이 文殊院碑를 重修하였다. 坦然 스님의 글씨이다. 眞樂公은 高麗 處士 李資玄이다)
楷書率更令 ~ 楷書는 疎脫하고 아름다우며
行書聖敎序 ~ 行書는 王羲之의 集字性敎書體이다.
坦然亦麗人 ~ 坦然 또한 高麗사람이니
豈有別機杼 ~ 어찌 다른 글씨 모양을 했겠는가.
(105) 次韻命準江行. 其一
(命準의 江行詩에 次韻함)
全家附船去 ~ 온 집안 배에 싣고 떠나
一身空兀如 ~ 홀로 空然히 우뚝 솟았네.
細思本寄耳 ~ 자질구레한 생각 내버려 둘 뿐
何者非蘧廬 ~ 어느 곳인들 客舍가 아니겠는가.
(106) 次韻命準江行. 其二
搘杖樓前立 ~ 지팡이 짚고 樓閣 앞에 서있는데
峭帆天際歸 ~ 뾰족한 돛단배 하늘가로 돌아가네.
相望不相見 ~ 서로 바라보아도 보이지 않는데
猶作手屢揮 ~ 오히려 자주 손을 흔드네.
(107) 次韻命準江行. 其三
辛苦洲渚事 ~ 물가의 生活 고달프기만 하니
悵惘庭闈情 ~ 父母님 그리는 情 서글퍼지네.
詩思黯如夢 ~ 詩想은 꿈처럼 아득하여
纔比夢不明 ~ 꿈보다 밝지도 않네.
(108) 次韻命準江行. 其四
廿三史揷架 ~ 23史를 書架에 꽂아만 놓고
不已吾事濟 ~ 나의 일도 끝마치지 못하였네.
尙欠買山錢 ~ 아직 산 살 돈도 不足한데
依舊貰坊邸 ~ 如前히 冊房에서 外上冊 빌렸네.
(109) 次韻命準江行. 其五
漸看兒孫大 ~ 漸漸 孫子 커가는 모습 바라보니
空成年月遙 ~ 空然히 歲月만 아득히 흘렀구나.
何當具卜築 ~ 언제나 갖추어 집을 지을까
野竹上靑霄 ~ 들 대나무는 푸른하늘을 찌르는 듯하네.
(110) 次韻命準江行. 其六
文殊院尋碑 ~ 文殊院에서 碑石을 찾고
破鐺煮靑葵 ~ 깨진 솥에 아욱국 끓이네.
手量陰側字 ~ 손으로 碑石의 陰刻 글字 더듬어
登善參伯施 ~ 잘 登載(拓本)하여 으뜸으로 傳하리라.
(111) 彩霞洞
歷盡重峰一草堂 ~ 여러 봉우리 지나 만난 草家 한 채
水林況値秋荒凉 ~ 물에 젖은 숲은 가을처럼 荒凉하구나.
欲將畵本定摹法 ~ 畵本을 들어 摹法을 定한다면
米不米時黃不黃 ~ 米不인듯 黃不黃인 듯 하나, 아니로다.
(112) 千年古檆 (千 年 묵은 檆나무)
(檆. 삼나무 삼. 杉으로도 쓴다)
眞樂公在者 ~ 眞樂公이 여기에 머물 때
得如此檆不 ~ 이와 같은 檆나무가 있었을까.
直拂慶雲頂 ~ 바로 慶雲山(淸平山 古名) 꼭대기를 찌르며
黛色橫千秌 ~ 검푸른 빛 千 年을 가로지르네.
(113) 淸平
淸平灘上聚樵漁 ~ 淸平 여울 물가에 나무꾼과 漁夫 모여드니
一店一橋畫不如 ~ 물가의 酒店과 다리가 그림보다 좋구나.
記否行人初解纜 ~ 記憶하는가? 行人들 처음 닻줄 내리면
四山紅樹買江魚 ~ 四方山 붉은 나무로 江물고기를 산다네.
(114) 淸平洞口 (淸平 골짜기 入口)
大江折流處 ~ 큰 江 꺾어져 흐르는 곳에
小溪來會之 ~ 작은 냇물 흘러와 合流하네.
仙凡此爲界 ~ 이곳에서 仙界와 俗界가 나누어지니
過溪吾自疑 ~ 냇물을 건너면서 스스로도 仙俗이 疑心스럽다.
(115) 淸平山切句. 1 (淸平洞口)
大江折流處 ~ 큰 江이 꺾어져 흐르는 곳
小溪來會之 ~ 작은 개울이 다가가 모여든다.
仙凡此爲界 ~ 仙界와 俗界의 境界가 이곳인가
過溪吾自疑 ~ 개울을 지나며 스스로 疑心이 든다.
(116) 淸平山切句. 2 (山頂花)
誰種絶險花 ~ 누가 이렇게 險한 곳에 꽃을 심었나
雜紅隕如雨 ~ 알록달록 비처럼 떨어져 내린다.
松靑雲氣中 ~ 구름 氣運 속 소나무는 푸르고
猶有一家住 ~ 只今도 사람 사는 집 한 채 있구나.
(117) 淸平山切句. 3 (九松亭瀑布)
此嶺萬松耳 ~ 이 고개에 萬 그루 소나무 뿐
誰能以九數 ~ 누가 아홉 그루로 헤아렸는가.
靈境眩奇變 ~ 神靈한 地域, 아찔하고 絶妙한 變化
一瀑忽雙注 ~ 한 瀑布가 突然 두 물줄기로 쏟아진다.
(118) 淸平山切句. 4 (瑞香院)
寥寥瑞香院 ~ 어둑한 瑞香院
庶幾伊人在 ~ 그 사람 그곳에 있으리.
梅梢月如新 ~ 새로워보이는 梅花나무 끝 달
年代不相待 ~ 年代는 사람을 기다리지 않는다.
(119) 淸平山切句. 5 (影池)
草樹取映時 ~ 풀과 나무의 그림자 取할 때
能以正面狀 ~ 正面의 狀態로 그릴 수 있도다.
與君歃此水 ~ 그대와 이 물을 마시면
永離顚倒相 ~ 거꾸러진 相을 永遠히 벗으리라.
(120) 淸平山切句. 6 (極樂殿)
丹漆與金碧 ~ 丹漆과 金箔질이
汚此水晶城 ~ 이 水晶宮을 더럽혔구나.
妖僧眞可斬 ~ 眞正 妖怪한 중을 斬하라
一殿竭一國 ~ 殿閣 하나로 한 나라를 다했구나.
(121) 淸平山切句. 7 (降仙閣)
此日荒薺田 ~ 오늘은 거친 냉이밭이라도
雲廊與月殿 ~ 구름 속 回廊과 달 속 殿閣이었다.
孤閣偶不毁 ~ 외로운 구름 殿閣 허물어지지 않아
尙掩諸佛院 ~ 아직도 여러 佛殿을 가리고 있구나.
(122) 淸平山切句. 8
(眞樂公重修文殊院碑)
楷書率更令 ~ 楷書는 率更令 歐陽脩의 글씨
行書聖敎序 ~ 行書는 王羲之의 글씨의 集字로다.
坦然亦麗人 ~ 坦然 國師는 高麗인이니
豈有別機杵 ~ 어찌 別다른 글씨의 結句가 있을까 (杵. 공이 저)
(123) 淸平山切句. 9 (懶翁鐵挂杖)
不打紅頭徒 ~ 紅頭賊을 치지 못하고
百斤鐵虛使 ~ 百 斤 鐵杖를 헛되이 使用했나.
懶翁固生佛 ~ 懶翁이냐 原來 生佛이거니
哀哉佛弟子 ~ 슬프도다, 너희 佛弟子들이여.
(124) 淸平山切句. 10 (松坡畵像)
松坡無一偈 ~ 松坡 스님은 하나의 偈頌도 없었고
畵僧無一言 ~ 그림 속 스님도 한마디 말이 없다.
言說尙可離 ~ 말씀은 오히려 떠날 수 있었으나
安事生消礬 ~ 무슨 일로 그림 속에서 살아 계시는가.
(125) 淸平山切句. 11 (西川)
雙瀑掛層虹 ~ 두 瀑布水 絶壁에 무지개로 걸려
初疑漏天門 ~ 처음에는 하늘 門이 새는가 했다.
趾石弄長川 ~ 돌을 뛰어 넘으며 긴 내를 弄하니
忽至雙瀑源 ~ 문득 두 瀑布의 源泉池에 이르렀다.
(126) 淸平山切句. 12 (仙洞)
一重又一掩 ~ 한 番 겹치고 또 한 番 가리어
已窮遊人躅 ~ 이미 사람 발자취 막다른 곳이네.
聞說仙洞處 ~ 仙洞이라 들은 곳이
更轉三百曲 ~ 다시 더 三百 굽이나 가야 한다네.
(127) 淸平山切句. 13 (古骨)
傳舍一去後 ~ 집을 한 番 떠난 뒤
行蹤誰可繫 ~ 발자취 누가 묶어놓을까.
山僧竟無謂 ~ 山僧은 끝내 말이 없고
區區守其蜕 ~ 區區하게 껍데기만 벗었다.
(128) 淸平山切句. 14 (仙人局)
滅跡入雲峰 ~ 자취 감추고 구름 山봉우리로 들었으니
誰與算白黑 ~ 그 누구와 옳고 그름을 살피리오.
厭聞山外事 ~ 山 밖의 일이란 듣기도 싫었으리니
資謙方賭國 ~ 그 때 資謙이 바야흐로 나라를 걸었었노라.
(129) 秋史 (秋史에게)
昭代參容播正聲 ~ 太平時代 넉넉히 바른 소리 傳하고
蒐羅揚抱有深情 ~ 온갖 資料 모아서 어루만지며 깊은 情 품었도다.
吾今倦矣論英雋 ~ 나 이제 英雄豪傑 論하는 것 倦怠로와
煮酒靑梅屬後生 ~ 푸른 梅實 술 데우는 일 後世에게 맡긴다네.
(130) 秋山淸曉 (小樂府) (가을山 맑은 아침)
蒼凉曉月照人婦 ~ 蒼凉한 아침 달이 아낙네를 비추고
石室松關鎖翠微 ~ 石室의 솔 大門은 푸른 山빛 가리운다.
落葉滿山無路入 ~ 落葉이 山에 가득하니 들어갈 길이 하나 없어
白雲肩重女蘿衣 ~ 어깨의 흰 구름은 女蘿의 옷보다 무겁구나.
(131) 祝聖壽 (小樂府)
(임금님에게 祝壽드립니다)
千千萬萬萬千千 ~ 千千 年 萬萬 年 萬 年 千千 年 동안
又亨千千萬萬年 ~ 또 千千 年 萬萬 年 누리소서.
鐵柱開花花結子 ~ 무쇠 기둥에 꽃 피고 꽃이 열매 맺어
殷紅子熟獻宮筵 ~ 그 豊盛한 붉은 열매가 익으면 宮闕에 드리리라.
(132) 春日山居
縣市人心惡 ~ 都市의 人心은 모질고
山村物性良 ~ 山村은 萬物의 性品조차 어질구나.
茅柴三四屋 ~ 띠 지붕의 사립門 서너집
鷄犬盡羲皇 ~ 닭도 개도 다 羲皇時代에 사는 듯.
(133) 春盡日對雨 (봄날 終日토록 비를 보며)
造化無私物有涯 ~ 造物主에 私私로움 없어 事物에 끝 있는데
春光畢竟屬誰多 ~ 봄빛은 必竟 누구에게 많이 屬하게 했는가.
關情燕語酬鶯語 ~ 情 붙일 일은 제비의 말과 꾀꼬리의 말인데
得意桃花殿杏花 ~ 절로 좋은 것은 복사꽃과 大闕 살구꽃이로다.
準備杯觴防疾病 ~ 술床을 準備하여 疾病을 막으려도
折除風雨損華奢 ~ 비바람에 꺾이고 없애어 華麗함을 덜어낸다.
去年如此今年又 ~ 지난해도 이러했고 今年도 또 이러하니
人壽芳菲任共磨 ~ 사람의 목숨과 풀 香氣도 함께 닯아지리라.
(134) 醉不願醒 (小樂府)
(醉하여 깨지 않았으면)
昨日沈酣今日醉 ~ 어제는 醉하여 쓰러지고 오늘은 깨어나니
茫然大昨醉醒疑 ~ 아련하다, 어제는 醉했는지 깨었는지 난 모르겠네.
明朝客有西湖約 ~ 來日 아침 손님과 西湖에서 만날 約束 있는데
不醉無醒雨未知 ~ 醉하지도 깨지도 읺았으니 비 온줄도 모르겠네.
(135) 七松亭賞春. 1
杖底三峰翠掃空 ~ 지팡이 아래 세 봉우리 푸르게 空中을 쓸고
暮煙如海戱群鴻 ~ 바다같은 자욱한 봄 안개, 기러기를 戱弄한다.
樓臺滿地蒸花柳 ~ 땅에 가득한 樓各아래서 꽃버들 찌는 듯한데
紅綠模糊一氣中 ~ 붉고 푸른 것이 한 氣運 속에 어울어져 흐릿하다.
(136) 七松亭賞春. 2
紅葉樓中翰墨因 ~ 丹楓잎 속, 樓臺 안에서 글하는 因緣
于今三十六回春 ~ 이제 三十六 年째 돌아오는 봄날이어라.
誰知倚仗徘徊客 ~ 뉘 알리오, 지팡이 짚고 徘徊하는 길손
曾是憑欄縹緲人 ~ 예前엔 欄干에 기대어 縹緲하던 사람인 것을.
(137) 枕邊風月冷 (小樂府)
(베갯머리에 바람과 달이 차구나)
十二月雨閏十三 ~ 한 해는 열두 달이요 閏달은 열석 달
月三十日夜時五 ~ 한 달은 三十 日이요 밤時間은 다섯 更이라네.
一年通打算閑時 ~ 一 年 동안 閑暇한 때를 헤아려보면
果沒片閑來一聚 ~ 조금 閑暇한 때도 없더니 한꺼番에 모여드네.
(138) 太子河
避秦衍水奈秦何 ~ 秦나라를 避해 왔으나 衍水도 秦나라임을 어쩌랴
衍水因稱太子河 ~ 이래서 衍水를 太子河라 불렀다.
我欲臨河徵舊事 ~ 냇가 물가에 臨하여 옛 일을 考證하려하니
寒風落日自頮波 ~ 찬바람 지는 해가 물결에 洗手하듯 흘러간다. (頮. 세수할 회)
(139) 板門店戱吟
(板門店에서 놀이 삼아 읊다)
驢背遙山翠黛顰 ~ 나귀 등 아득한 山, 검푸른 눈썹처럼 아물거리고
澹煙秋景似新春 ~ 자욱한 안개 낀 가을 景致는 마치 새 봄 같구나.
那知混跡漁農日 ~ 어찌 알았으리오, 고기잡이와 農事에 묻혀 사는 날
也有旗亭物色人 ~ 또한 깃발 亭子에 날 찾는 사람 있었던 일을.
(140) 杏花絶句
消寒病榻酒無功 ~ 病席에서 추위를 녹이는데 술도 所用없고
夜夜繁霜透幕風 ~ 밤마다 된서리 내리고 바람은 揮帳을 치는구나.
今日扶頭披絮帽 ~ 오늘도 머리 들어 털帽子 벗어보는데
杏梢初見一分紅 ~ 살구꽃 가지에 꽃이 한 푼 程度나 붉었구나.
(141) 響屧疑 (小樂府) (屧. 안창 섭)
(바람소리가 님의 발자국 소리인가)
寡信何曾瞞着麽 ~ 제 믿음이 不足하여 當身을 속였습니까
月沈無意夜經過 ~ 無心히 달빛은 깔리고 밤은 그냥 지나갑니다.
颯然響地吾何與 ~ 윙윙 부는 소리 땅을 울리니, 이 밤 누구와 함께하나요
原是秋風落葉多 ~ 이 소리 元來 가을바람에 落葉 쌓이는 소리인 것을.
(142) 胡蝶靑山去(別世界)
白胡蝶汝靑山去 ~ 흰 나비야 靑山 가자 범 나비 너도 가자
黑蝶團飛共入山 ~ 黑나비와 더불어 함께 날아 靑山 들자.
行行日暮花堪宿 ~ 가다, 가다 저물거든 꽃에 들어 자고 가자
花薄情時葉宿還 ~ 꽃이 푸待接 하거든 잎에라도 자고 가자.
(143) 紅白梅
料峭東風梅信回 ~ 매서운 봄바람에도 梅花 消息 돌아와
此花年例犯寒開 ~ 이 꽃은 해마다 추위 속에 피어난다.
飜嫌歛笑亭亭遠 ~ 문득 선웃음 逆겨워 亭亭히 멀어져
人似凝眸脈脈來 ~ 사람의 눈길 모은 듯 脈脈히 오는구나.
送老影香和靖福 ~ 老年의 隱隱한 香氣는 和靖의 福이요
通身鐵石廣平才 ~ 鐵石같은 온 몸은 廣平의 才주로다.
吾廬兩樹能紅白 ~ 우리 집 두 나무에 붉은 꽃과 흰 꽃 피니
自未離披紅欲催 ~ 흰 꽃이 다 지기 前에 붉은 꽃이 피려한다.
(144) 紅燭淚
房中紅燭爲誰別 ~ 房안에 혔는 촛불 뉘와 離別 하였기에
風淚汎瀾自不禁 ~ 바람결에 넘쳐나는 눈물 그칠 줄 모르네.
畢竟怪伊全似我 ~ 끝끝내 저 촛불 나를 닮아서
任情灰盡寸來心 ~ 속 심지 다 타서 재가 되는구나.
(145) 會寧嶺
匝地群峰忙自退 ~ 땅을 둘러 뭇 봉우리들 뿔뿔이 물러서고 (匝. 두루 잡)
全遼嶺阨此爲雄 ~ 아득한 고개와 언덕 中 이 곳이 가장 雄壯하다.
天垂繚白縈靑外 ~ 하늘엔 흰 구름 드리워 푸른 空中 밖에 얽혀있고
秋入丹砂點漆中 ~ 가을은 붉은 물감에 젖어 검붉은 물속에 박혀있다.
峽鬪虎狼靈短景 ~ 골짜기엔 싸우는 호랑이와 여우 그림자 어른거리고
城昏鴉鶻舞回風 ~ 城은 어두워지니 갈가마귀와 솔개 춤추고 회오리바람 몰아친다.
雲層笑話時相失 ~ 구름 層 속 우스개 소리에 때때로 서로를 잃어
山半荒祠一會同 ~ 山 中間 荒廢한 祠堂에 모두 모여 點檢해본다.
(146) 後秋柳詩. 20首. 1
(16歲에 10首 지었으나 불태웠고, 以後 51歲에 10首를 보태어 20首를 지음 )
紅板江橋雨織絲 ~ 紅板江 다리에 내리는 비는 배짜는 실처럼 내리는데
斷無消息至今時 ~ 아무런 消息없이 오늘에 이르렀네.
拈來北渚波心葉 ~ 北渚(淸代 詩人 王士禎이 後柳詩를 쓴 濟南大明湖)의 물결속에 잠긴 잎 짚어
補寫南陵水面詩 ~ 南陵의 水面詩(杜牧의 詩句 引用)를 補寫(一部 補充해 筆寫)해본다네.
[*杜牧의 詩]
南陵水面漫悠悠 ~ 南陵 물결은 아득히 흐르는데
風緊雲輕欲變秋 ~ 바람은 굳고 구름 가벼워 가을이 오누나.
正是客心孤逈處 ~ 여기 머나먼 他鄕에 나그네 心情 외로운데
誰家紅袖憑江樓 ~ 어느 집 젊은 女人인가 江樓에 기대 서있구나.
(147) 後秋柳詩. 20首. 3
人生儘向此消磨 ~ 人生은 모두 이같이 消滅되는데
終古垂楊有暮鴉 ~ 묵은 垂楊버들엔 저녘 갈가마귀 날아든다.
卅五光陰流水似 ~ 서른다섯 해가 流水와 같으니
借將文字繫年華 ~ 文字로나마 꽃같은 歲月을 묶어 맨다네.
(148) 後秋柳詩. 20首. 7
萬古無端宋玉悲 ~ 萬古에 끝없는 宋玉(中國 BC 3世紀 古代 詩人으로 屈原을 이은 楚辭의 大家)의 슬픔
子山賦後阮亭詩 ~ 庾信(周나라 文學家)의 賦와 王士禎의 詩.
遠汀何與秋楊柳 ~ 먼 물가엔 어찌해 가을의 楊柳런가
曠莽江樓徒倚時 ~ 넓고 아득한 江樓에 그저 기대어본다.
(149) 後秋柳詩. 20首. 13
無風脫葉下鏘然 ~ 바람도 없이 떠난 잎이 뎅그렁 땅에 떨어지며
瘦影絲絲掛暮煙 ~ 한 올 한 올 저녁 안개 속에 걸려있다.
折葦枯荷相伴住 ~ 부러진 갈대와 마른 蓮잎은 서로 기대어 서 있고
鴛鴦衣冷不成眠 ~ 鴛鴦새는 깃이 추워 잠도 채 못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