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K교수가 시골로 이사 온 것은 둘째 아들인 호돌이의 교육 문제 때문이었다. 호돌이는 형보다 무려 10년 늦게 늦둥이로 태어났다. 호돌이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열리던 해에 태어났고, 당시 올림픽 대회의 마스코트가 농악 모자 쓴 호돌이였는데, K교수는 아들 이름을 호돌이라고 지었다. 서울의 강남에 살던 K교수는 호돌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마음이 편치 못했다. 일반적으로 둘째 아이는 원래 장난이 심하고 어리광을 부리는 편이지만 이 녀석은 장난이 너무나도 심했다.
남자 애들이 장난하는 것이야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녀석은 도가 지나쳤는지 매일 선생님에게서 벌을 받고 야단을 맞는 것이다. 담임 선생님이 남자이면 또 모르겠는데, 도시의 초등학교는 여선생님이 대부분이어서 녀석의 담임 선생님도 20대 후반의 여선생님이다. 담임 선생님은 호돌이 때문에 수업이 안 된다는 둥, 집에서 주의를 좀 주라는 둥, 아내를 통해서 들어보니 문제가 심각하였다.
아내는 늦둥이로 낳은 호돌이에게 사랑을 쏟아 붓고 있는데 학교에서 호돌이가 사고를 쳤다고 나이도 적은 젊은 여선생님이 호출하면 기분이 언짢았다. 그런데 학교 급식 봉사라든가 녹색 어머니회 모임 등으로 학교에 가서 호돌이를 살펴보면 정말로 장난이 심하다고 한다. 급식을 기다리면서 줄을 서 있을 때에도 호돌이는 앞에 있는 아이, 뒤에 있는 아이, 옆에 있는 아이를 가리지 않고 장난을 걸고 그러다보면 누가 먼저 건들었느니, 누가 먼저 쳤느니 하면서 소동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아이가 장난이 심한 것은 타고난 성격인가 보다. 아무리 좋은 말로 주의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아빠에게 회초리로 매를 맞기도 하였지만 호돌이의 장난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1학년 말쯤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어느 날 호돌이가 울면서 집에 들어오더란다. 왜 그러느냐고 물어보니 호돌이의 대답인즉 자기는 이제부터 1학년 2반이 아니라고 한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엄마가 묻자 호돌이는 “선생님이 이제부터 나는 1학년 2반이 아니라고 했어요. 애들 보고도 이제 우리 반이 아니니까 함께 놀지 말라고 말씀하셨어요.” 라고 울먹이면서 말하더라는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있나. 학생이 장난이 심하다고 담임 선생님이 애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왕따시키라고 선언을 한 셈이다. 화가 치민 K교수는 당장 학교에 가서 담임 선생님을 만나고, 교장 선생님을 만나겠다고 하자 아내가 말렸다. 당신이 학교에 가서 난리를 친 이후에 우리 호돌이는 어떻게 되겠느냐고. 두 주만 지나면 1학년이 끝나니 2학년 올라가면서 조용히 이웃 학교로 전학을 시키자고.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니 그게 최선의 선택 같았다.
학년이 바뀌면서 이웃 학교로 호돌이를 전학시켰는데, 2학년 담임선생님 역시 여선생님이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여전히 장난이 심하다는 이유로 선생님도 호돌이를 싫어하고 아이들도 호돌이를 싫어한다고 한다. 호돌이는 새로 전학한 학교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2학년을 불만족스럽게 다녔다. 그러던 차에 첫째 아들이 아빠가 근무하는 S대에 입학하게 되어 K교수 부부는 별다른 망설임 없이 학교 뒤 전원주택으로 작년에 이사를 오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