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몇몇 사람과 술을 마시면서,
마라톤 이야기를 했는데...
술이 얼큰하게 달아 올라서,
하지 못할 약속을 덜컹했고...
그래서,
연습도 하지 못한 채,
광화문에 왔습니다.
지금까지 연습은,
신림역 도림천에서 한번(10Km),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한번(17Km),
그리고 동창회날 고향에서 한번(14Km)...
연습이 너무 부족하여,
두려운 마음으로 머뭇거리는데,
내가 존경하는 이순신 장군님이 힘내라고 한마디... ㅎㅎ
8시 출발인데,
7시부터 사람들은 엄청 많이 모였고...
출발 인원은,
하프마라톤이 7천 명,
10Km가 8천 명입니다.
암튼,
1만 5천 명이나 되는 사람이,
광화문에서 출발 대기를...
나는,
21Km를 달려야 하는데,
시간 내 완주나 가능할지 모르겠고...
암튼,
정말 잘하는 사람은 A그룹,
일반인 중에서 잘하는 사람은 B그룹,
나처럼 어중이떠중이는 C그룹입니다.
내가,
B그룹으로 잘못 찾아와서,
후다닥 뒤쪽으로... ㅎㅎ
달리기를 못해서,
소소한 장점이 있는데...
B그룹에 비하여,
선남선녀들이 엄청 많다는 것...
더구나,
동호회에서 참가하는 젊은 친구들이,
주변에 지천으로 있다는 것... ㅋㅋ
옷을 보관하고,
출발선으로 돌아오니,
주변에 붉은색 옷을 입은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네요.
파란 풍선을 달고 있는 사람은,
각 코스별 페이스메이커인데...
마라톤을 하는데,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신기한 사람들입니다.
단체로,
체조를 하는데...
체조라기보다는,
흥겨운 음악에 맞춰서,
흐늘흐늘 몸 푸는 중이고...
암튼,
몸풀기가 끝나면,
8시 정각에 광화문을 출발하여 상암으로...
어찌어찌하여,
내가 목표로 하는 일행(??)과 합류를...
일행은 아니지만,
이 사람을 따라가면,
2시간 이내에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고...
드디어,
출발 총성이 울리고,
사람들이 물밀듯이 빠져나가는데...
단상 위에는,
서울시장도 있고,
국회의원도 있고,
유명한 연예인까지...
암튼,
지금부터는,
2:00이라고 쓰인 풍선을 따라서,
죽어라 뛰면 됩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풍선을 따라갈 수가 없네요...
따라가는 것은 고사하고,
사람에 치여서 달릴 수가 없었고...
어째튼,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사람에 떠밀려서 출발을...
광화문을 출발해서,
서대문 방향으로 가는데,
바로 앞에 파란 풍선이... ㅎㅎ
이제부터는,
저 풍선만 죽어라 따라가기로...
서대문역에서 충정로역 쪽으로 가는데,
제법 가파른 고개에는 달리는 사람으로 가득하고...
아직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속도를 제대로 낼 수는 없지만...
사람에 밀려서,
어쩔 수 없이 달려야 했고...
드디어,
아현동 고개를 넘어서,
마포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평소에는,
이런 장소를 달리면,
차에 치여 죽거나,
정신병자라 했겠지만...
6만 원을 투자하니,
넓은 대로를 내 마음대로 달릴 수가 있고...
드디어,
마포역을 지나고,
마포대교 상단을 달려갑니다.
약 5Km 남짓 달렸는데,
벌써 숨은 턱아래까지 차오르고...
다른 대회는,
중간에 물도 있고 음료수도 있는데,
이 대회는 아직까지 아무것도 없네요.
다리를 건너서,
여의도에 입성을...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여러 사람과 어울려 뛰다 보니,
얼떨결에 여의도까지...
암튼,
지금부터는,
체력에 대한 검증의 시간을...
여의도 공원을 한 바퀴 돌고서,
다시 한강 방향으로...
이제는,
10Km 지점을 지나서,
오로지 하프 코스를 즐기는 사람만...
그런데,
하프를 달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았고...
여의도 국회에서,
한강으로 들어가기 위한,
인공 터널에 진입하고...
참고로,
21Km 전체 구간 중에,
매 1Km마다 소소한 공연 팀들이 공연을 하는데...
여기는,
나이트클럽의 DJ가 출동해서,
멋진 공연을...
깜깜한 터널에,
사이키 조명과 함께,
귀가 찢어질 듯한 노래가,
터널에 계속 울려 퍼지고...
달리는 사람들도,
잠시 숨을 고르면서,
힘차게 고함도 질러보고...
덕분에,
나도 목이 터져라 고함을... ㅎㅎ
이제는,
여의도를 빠져나와서,
양화대교 방향으로 달려갑니다.
달리는 곳은,
노들길인데...
코스가 살짝 오르막이다 보니,
다시 헐떡거리며 양화대교로 올랐고...
드디어,
양화대교에 도착을...
이제는,
다시 한강을 건너서,
합정역으로 달려가는데...
목적지는 멀기만 한데,
서서히 다리에 힘이 빠지고...
한동안,
파란 풍선 (페이스 메이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는데...
여기에서 잠시 한눈 판 사이에,
풍선은 보이질 않고...
암튼,
남은 8Km를,
내 감에 의지해 달려야 합니다.
15Km 지점에 도착하니,
드디어 물과 이온음료가...
초코빵도 있고 바나나도 있는데,
달리면서 먹으면 상놈이라 해서,
양반인 척하려고 물만 한 모금 마시고,
그냥 달렸는데...
차라리,
상놈이라도 좋으니,
먹고 나서 달렸어야 했고...
드디어,
마포구청을 지나고,
상암동에 도착을...
나는 달려가고 있는데,
잘 뛰는 사람들은,
반환점을 돌고서 골인 지점으로 달려가고...
달릴 힘도 없는데,
벌써 반환점을 돌고 돌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부럽던지...
나도 반환점을 돌고서,
골인 지점으로 가는데...
반대 방향에는,
사람이 거의 없고...
즉,
대부분 사람들은 이 지점을 다 지나갔고,
나처럼 잔챙이들만 남았다는 슬픈 현실이...
드디어,
골인 지점이 200미터 남짓 남았고...
중간에 있는,
바나나를 하나 집어 먹었다면,
이쯤에서 힘을 내서 죽어라 달릴 수 있었는데...
마지막에,
힘이 빠져서,
거의 걷다시피 했고...
딱 20걸음 남았는데,
내가 아는 사람은 보이질 않고...
분명히,
밥 사준다며 오라고 했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보이질 않네요.
암튼,
숨을 헥헥거리며,
대회를 마무리했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일행들을 찾기 위하여,
어기 저기에서 사람 찾는 모습이 보이고...
나도,
같이 뛴 일행을 기다려보는데,
보이질 않네요.
암튼,
일행은 다음에 찾기로 하고
네발로 기어서 옷을 찾으러 갑니다.
골인 지점에는,
이온음료와 함께,
메달을 주는 장소가 있습니다.
사진을 보면,
바로 앞에서 이온음료 한 병 나눠주고...
멀리에서,
완주 메달과 함께,
빵과 미지근한 물을 주고...
역시,
바보다 빨리 달린 사람들로,
상암동 자유광장에 가득하고...
이날,
임시완, 박보검, 션도 같이 뛰었다고 하는데...
난,
연예인 코빼기도 보지 못했고...
내가 도착하니,
벌써 시상식이 진행 중이네요.
남자 1등은 1시간 14분 몇 초라고 하고,
여자도 1시간 25분 정도라고 시상자가 말했는데...
도대체,
저 사람들은 뭘 먹고 달리면,
저렇게 할 수 있을지...
나도,
다음 기회를 위하여,
몸보신하러 식당에 왔습니다.
지금 제철이라고 하여,
숭어 한 마리 잡았습니다.
숭어는 부족해서,
전복 몇 마리 잡아서,
죽을 쒔는데...
혹시,
전복죽을 먹어서,
다음 대회에서 죽 쑤려나... ㅎㅎ
양푼에 가득한 전복죽은,
끝내 먹지 못해서 아쉽기만...
이거는,
엄청 큰 도미 머리인데...
이거도 하나는 먹었지만,
나머지 한 개는 그대로 남겼고...
암튼,
너무 배가 고파서,
이거 저거 시켰더니,
먹지도 못하고 다 남겼네요.
=========================
그동안,
이 대회를 치르려고,
산도 포기하며 살았는데...
이제는,
가을이 올 때까지,
부지런히 산행을 즐기기로...
그리고,
시간이 되는 친구들과,
산에서 자주 보았으면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