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 (성모영보 대축일)
(루카 1,26-38)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다.”
아베 마리아(Ave Maria)!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 나타나 던진 첫 인사말입니다.
우리의 인사말과 별 차이도 없는 평범한 인사말입니다.
“안녕하세요? 마리아.”
그러나 이 평범한 인사말을 기점으로 하느님의 인류를 위한 구원계획이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이 조용한 인사말을 통해 하느님의 무한하신 자비가 우리 인간의 비참을 관통합니다.
이 간단한 인사말을 통해 마리아는 하느님께서 거처하시는 성도로서의 새 삶을 시작합니다.
오늘도 가브리엘 천사는 매일 아침 우리 집 현관 앞에 서서 문을 두드리며 외칩니다.
“아베, 스테파노!”
“아베, 베드로!”
“아베, 데레사!”
다시 한 번 하느님 구원의 역사가 시작될 텐데, 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느님께서 나를 당신의 일꾼으로 선택하셨다고, 그 표시로 오늘 새로운 하루를 선택하셨다고,
감사와 사랑의 마음으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기쁘게 응답하라고,
“아베, 스테파노!”라고 외치는 것입니다.
한 거룩한 사제가 있었습니다.
그는 누군가가 자신의 사제관 문을 두드릴 때 마다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쳤다고 합니다.
“아베!”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올 때 마다, 누군가가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할 때 마다,
누군가가 자신의 시간을 빼앗을 때 마다, 누군가가 자신을 귀찮게 할 때 마다,
그는 “아베!”하고 외치며 천사의 부르심으로 여겼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입니다.
“아베 마리아!”라는 가브리엘 천사의 인사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감사와 사랑의 마음으로
Fiat!(피앗-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그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으로
응답한 마리아의 신앙을 큰 목소리로 찬미하는 하루입니다.
젖과 꿀이 흐르는 축복된 나라, 더 이상 고통도 눈물도 없는 평화로운 세상,
인류 만민의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계획의 완수를 위해서는 미약하지만 우리 각자의 기여도 필요합니다.
우리 각자의 협조도 필요합니다. 그것은 절대로 크고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매일의 삶에 대한 충실, 이웃들 안에 들어있는 나와 다름을 기꺼이 참아내기,
매일 다가오는 십자가들을 당연히 끌어안기, 이웃들의 작은 요청들을 기쁘게 들어주기,
더 나은 세상을 위한 미세한 몸짓들...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