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병을 치료하는 독해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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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병을 치료하는 독해능력

조선일보 | 맛있는 교육

2010.08.06 09:39

전국시대의 명의였던 편작에게는 역시 의사인 형이 두 명 있었다. 위(魏)나라 왕이 편작에게 물었다. "삼 형제 중에 누가 가장 실력이 좋은가?" 편작은 “큰 형님이 가장 뛰어나고, 그 다음은 둘째 형님이며, 제가 가장 아래입니다.” 라고 대답했다.

“큰 형님은 환자가 아픔을 느끼기 전에 얼굴빛을 보고 장차 병이 있을 것을 압니다. 병이 나기도 전에 병이 날 것을 알고 병의 원인을 제거해 줍니다. 그러나 환자는 큰 형님이 고통을 미리 제거해 주었다는 사실을 모릅니다.

둘째 형님은 환자의 병세가 미미할 때 병을 알고 치료해 줍니다. 그러므로 환자는 큰 병을 미리 낫게 해주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저는 별로 뛰어난 의사가 되지 못해서, 병이 커져 심한 고통을 느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알아봅니다. 중한 병이기에 맥을 짚어야 했고, 처방하고 아픈 곳을 도려내는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환자들은 자신이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고쳐 주니까 큰 병을 치료해 주었다고 나를 믿고 존경합니다. 이것이 삼형제 중에서 가장 실력이 모자라는 제가 명의로 소문난 이유입니다"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명의 편작 같은 소문난 강사를 찾아 다닌다. 정말로 죽은 사람을 살려내듯이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학생의 성적을 변화시킨다는 광고들과 소문들은 매혹적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영어 학원이나 학교의 수업시간을 들여다보라. 학생들은 선생님이 한 문장을 읽고 한 문장을 해석하는 것을 들으며 칠판에 적어주는 것들을 교과서와 노트에 받아 적는다. 그러나 왜 그렇게 해석되는 가를 알지 못하고,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 결합하여 적당히 해석을 만들어내는 학생들도 많다는게 문제다.

결국 지문이 해석이 되지 않을 때 독해집 뒤에 있는 해석본을 보거나, 선생님의 설명을 들은 후에 그 지문을 이해했다고 착각을 하고 넘어간다. 그 결과 문장이 조금만 난해해져도 영어는 머리가 아프고 어렵다면서 다시 기초 문법을 공부하기로 결심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수학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뛰어난 수학 강사가 최고의 강의를 해도, 학생 스스로가 직접 문제를 풀어보지 않으면서, 강의를 듣는 것만으로 실력이 느는 경우는 없다. 같은 이치로 잘 만든 해설집에 나온 풀이과정을 읽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냥 정답을 본다고 그것이 자기의 답이 되는 게 아니다.

스스로 문제를 푸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것이다. 실제로 문제를 풀어서 정답을 얻어내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렇게 얻는 깨달음은 정답이 가슴에 와닿게 한다. 시간이 지나도 잊어버리지 않을 수 있는 자기의 지식이 된다.

대학별고사를 보던 당시에 일본대학 본고사 수학문제를 풀었다. 풀이과정을 입수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선생님들도 어려워하는 문제가 종종 있었다. 그런데 그런 문제를 3일씩 잡고 씨름해서 기어코 답을 구해내는 친구가 있었다.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다른 쉬운 문제들은 너무도 간단하게 풀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수학 공부를 할 때도 연필을 들고 계산을 하지 않는다. 수학 교과서를 소설책을 읽듯 보게된다. 논리적 과정들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재미를 느끼고, 생각의 힘으로 문제를 푼다. 당연히 공부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실력도 일취월장하게 된다.

영어를 공부할 때도 혼자 힘으로 뜻을 파악하는 능력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해석을 보려고 하기 전에 끈기를 가지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우선은 수학에서 공식을 외우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독해 방법인 의미단위읽기와 직독직해 기법을 익히도록 하라.

이렇게 핵심적인 독해비법을 익히는 것은 단어를 외우고 문법지식만 늘리는 지엽적인 학습에 매여 고생하는 학생들을 위한 치료책이다. 그러나 이 방법도 편작의 둘째 형님처럼 이미 발생한 병을 치료하는 것과 같아서 완벽한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더 중요한 것은 독서를 통해 어학 실력을 쌓는 것이다. 마치 편작의 첫째 형이 병이 나기 전에 병의 근원을 제거하는 의사였던 것과 같이 독서는 학습 부진을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치료책이다. 독서를 하면 자연히 전체를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되고 전략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게 된다.

독서는 뿌리를 강화하는 활동이다. 시험에서 실패하는 원인을 제거하는 최고의 명의이다. 지금부터라도 빠르게 글을 읽고 핵심을 간파하는 능력을 키우도록 하라.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인 시간을 절약하는 동시에, 최고의 실력에 도달하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신재범 맛있는리딩 언어연구소 연구원 기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