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월 된 아기를 데리고 검사를 받기 위해 한 젊은 엄마가 연구소로 찾아왔다. 아기가 이상하게 걷는다고 했다. 아기는 걸을 때 양다리를 넓게 벌리고 팔을 옆구리에 붙이지 못했으며 움직임도 느리고 둔했다. 엄마의 설명에 의하면 직장일로 중국에 간 남편을 따라 중국에 가서 살았으며, 아기도 생후 6개월까지 중국에서 자랐다고 한다. 그런데 중국의 집은 춥고 온돌이 아니어서 아기에게 잔뜩 옷을 입혀 놓고 키워야 했다. 그래서인지 아기가 몸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먼저 귀국을 했단다. 한국에 돌아와서 온돌방에서 생활하기 시작하자 아기가 서서히 기기 시작해 12개월경부터는 걷기 시작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몸을 뒤집는 4개월경 혹은 기기 시작하는 7~8개월경이나 걷기 시작하는 10~12개월경에 겨울을 맞는 아기들은 운동발달이 약간 지연되는 경향이 있다. 아무래도 두꺼운 옷이 아기의 몸놀림을 자유롭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이것이 아기발달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으므로 걱정할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돌잔칫날 아기가 서서 걷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부모와 조부모 모두 자존심을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돌이 됐는데도 못 걷는 아기는 왠지 머리도 나쁠 것 같고 잘 걷는 아기는 똑똑할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운동발달은 꼭 IQ와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기에게 자신감을 제공한다.
아기의 자신감은 아기의 정서지수인 EQ를 높이고 EQ가 높은 아기는 문제해결을 적극적으로 하기 때문에 결국 인생의 어려운 일들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커진다. 이유야 어떻든 부모 입장에서는 돌 때 아기가 걸어야 기분이 좋다. 그래서 돌이 다 되어 가는 아기가 걷지 못하면 아기의 부모들은 조급해지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가끔씩 아기가 엉덩이를 뒤로 빼고 걷는다거나 팔을 치켜들고 걷는다거나 발과 발 사이를 넓게 벌리고 마치 팔자걸음처럼 걷는다며 찾아오는 엄마들이 있다. 하지만 엎드려서 기던 아기가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위에 둔 채 두 발로 서서 걷기 시작하면 몸의 중심을 잡기가 어렵다. 쉽게 말해서 얼음판을 걸을 때의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한 걸음 뗄 때마다 미끄러질 것 같아 팔은 양옆으로 펴지고 다리는 엉거주춤 구부려지지 않는가. 자연스럽게 엉덩이도 뒤로 빠진다. 몸의 균형이 잡히지 않을 때 나타나는 둔한 걸음걸이는 서서히 몸의 균형이 잡히면서 안정된 자세로 바뀌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아기에게 걸음마를 시킬 때 엄마들은 대부분 아기의 손을 잡아준다. 기어 다니던 아기가 걷기 시작할 무렵 자꾸 넘어지는 이유는 아기가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골반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엉덩이 부위에 있는 골반에서 양다리가 나가므로 골반과 다리가 시작되는 부위의 관절이 균형을 잡지 못하면 아기는 앞으로 넘어지거나 주저앉게 된다. 따라서 아기의 골반을 잡아주면 아기는 몸의 균형을 잡기가 훨씬 쉬워진다.
돌잔칫날 엎드려 기는 아기의 손을 아무리 잡아당겨 올려도 아기는 계속 넘어지기만 할 것이다. 이럴 때 아기의 골반을 잡아 몸을 고정시켜주자. 그럼 아기가 몸의 균형을 잡으며 엄마 손을 잡고서 손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몇 발자국을 떼어 보일 수도 있다. 처음으로 엄마의 손을 잡고 아기가 걷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부모라는 존재는 자식의 작은 발전에도 크게 기뻐할 수 있는 축복받은 존재다.
[네이버 지식백과] 겨울에 태어난 아기가 발달이 더 늦을까? (아기발달 백과, 2014. 3. 31., 김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