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지금 정동진에 있습니다.
해가 뜨는 곳이기도 하죠.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우리 지회가
빛을 잃지 않고 내일도 뜨는 해처럼 이 싸움 꼭 승리하리라
생각해서입니다.
저를 친동생처럼 걱정해주고 아껴주신 부양지부(편집자 주: 노조 부산양산지부) 여러분
또 전국의 동지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아무것도 아닌 제가 여러분 곁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기쁨이었습니다.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의 승리를 기원합니다.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 주십시오.
지회가 승리하는 그 날 화장하여 이 곳에 뿌려주세요.
마지막으로 저희 배현 조합원의 아버지가 아직 병원에 계십니다.
병원비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습니다. 협상이 완료되면 꼭 병원비마련
부탁드립니다.
저는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겠습니다.
승리의 그 날까지 투쟁!
양산분회 분회장 염호석 올림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산양산센터 염호석 분회장의 시신을 놓고 경찰과 노조원이 대치하는 동안 염호석 분회장 시신을 태운 차량이 빠져나가고 있다.ⓒ노동자연대 제공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산양산센터 염호석 분회장의 시신을 놓고 경찰과 노조원이 충돌했다.
ⓒ노동자연대 제공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염호석(34) 양산분회장의 시신을 두고 경찰과 노조가 대치했다.
18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경찰 200여명이 염 분회장의 시신이 안치된 서울 강남구 서울의료원 강남분원에서 들어와 지회 조합원들과 충돌이 발생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관계자는 "캡사이신 성분의 최루액까지 분사하며 장례식장 입구로 들이닥쳤고, 노조와 양측간 격렬한 몸싸움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충돌이 발생한 것은 노조에 염 분회장의 장례일정에 대해 위임을 했던 유족측에서 이날 오후 돌연 부산에서 염 분회장의 장례를 치르겠다고 노조측에 전하면서부터다.
염 분회장은 지난해 8월 분회장에 선임된 이후 삼성측에 성실교섭 촉구, 건당 수수료 제도 폐지와 월급제 도입, 노조 인정 등을 요구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염 분회장은 공개된 유서에서도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친다"며 "저의 시신을 찾게 되면 우리 지회가 승리할 때까지 안치해달라"고 남겼다.
노조는 유족측이 위임장을 쓰면서 장례 절차를 위임한 데다 염 분회장이 유언에서 남긴 뜻을 이루고자 그에 따른 계획을 준비했다. 전날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측에서도 유족을 만나 "노조에 위임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죽음에 대해 충분히 보상하겠다. 1억5천만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며 서명지를 제시했으나 유족측은 "시신을 보지도 못했느데 무슨 서명이냐"며 거절한 것으로 복수의 노조 관계자는 전했다. 노조에서도 이날 오전 10시께 중앙 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고 총파업 등 향후 일정을 확정하고 공개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총파업 일정이 확정된 이후 "부산에서 가족들끼리 장례를 치르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노조 측은 "염 분회장의 유언을 지켜야하지 않겠느냐"고 가족들과 대화를 하던 중 경찰이 들어오자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18명이 연행됐고, 2명은 병원에서 치료 중인 상황이다. 경찰은 유족측이 부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유족들은 염 분회장의 시신과 함께 부산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염 분회장은 부산 금정구 행림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될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계획된 대로 19일 전면 총파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양 분회장이 노조탄압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유서에서도 지회 승리를 염원한만큼 총파업 투쟁은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산양산센터 염호석 분회장의 시신을 놓고 경찰과 노조원이 충돌했다.ⓒ노동자연대 제공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산양산센터 염호석 분회장의 시신을 아버지가 데리고 가자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이 영정사진을 장례식장에서 가지고 나오고 있다.ⓒ김철수 기자
서울의료원 강남분원 앞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부산양산센터 염호석 분회장의 시신을 놓고 경찰과 노조원이 충돌했다.ⓒ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