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Freedom)? 자유(Liberty)!
성경에서 말하는 ‘평화’는 그 자체 의미를 넘어 세상 모든 피조물과의 관계 그리고 하느님과의 충만한 관계까지 포함하는 [샬롬]입니다. 이 평화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그리고 평화가 유지되기 위해선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정의로움이 반드시 요구됩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 아버지와의 친교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받았습니다. 주님의 희생으로 이루어진 평화는 인간 삶에 새로운 기초가 됩니다. 그분은 평화를 통하여 우리가 하느님의 자녀요 형제자매로 관계 맺는 가능성을 열어주셨습니다. 그러므로 평화에 대한 권고는 내외적으로 평화를 이뤄야 하는 책임을 부여하신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임은 필연적으로 하느님의 사랑과 연결됩니다.
이런 의미에서,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마태 5,9)이란 자신만의 평화를 위하는 이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책임 있는 사람들로서 이웃들과 실질적인 관계를 맺고 그 안에서 정의를 실현하며 형제적 사랑의 공동체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회복되고 증진되는 평화는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몫입니다. 따라서 ‘전쟁’과 ‘선제타격’ 같은 폭력적 발상과 언행을 퍼뜨리는 일은 반인륜적일 뿐 아니라 반(反)복음적, 곧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공동체의 평화로운 삶에서 ‘자유’는 중요한 가치입니다. 그런데 자유를 나타내는 두 단어 [프리덤](Freedom)과 [리벌티](Liberty)는 개념이 다릅니다. Freedom은 어떤 구속에서 벗어난 상태, 곧 내 마음대로 행동하는 자유를 가리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자유와 다른 이의 자유가 부딪칠 때, 힘의 논리가 작용하기 쉽고, 자칫 방종(放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Liberty는 사회 구성원이 서로에게 배분한 책임감을 수반하는 자유입니다. 이는 모든 이가 평등하게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말하는데, ‘복음적 자유’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또한 Liberty는 다른 이를 향한 사랑으로 말미암아 주어지는 자유이기에, 타인과 부딪치는 상황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사랑하려는 의지를 불러일으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자유(Liberty)를 통해 충돌과 분열을 막고 평화를 이루는 이들을 당신의 자녀로 삼아주신다고 하셨습니다(마태 5,9 참조).
- 이승엽 미카엘 신부(선교사목국 신앙교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