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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 스님이 가까이 다가가보니 그 여인은 갓 태어난 핏덩이를 꼭 껴안은체 시퍼렇게 죽어가고 있는 거였습니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금방 죽을 판이라 정수스님은 아기를 법의로 싼후 여인을 품에 꼬옥 안고 자기 체온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시퍼렇게 얼었던 볼에 스님의 체온이 전달되면서 생기가 돌드니, 여인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는 거였습니다. 정신이 들자 그 여인은 자기를 살린 분이 스님인 것을 알고 고맙고도, 넘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 했습니다.
그때 황룡사 절에서는 잘 시간을 알리는 범종의 소리가 들려와서 스님은 일으나서 염불을 외우니 한기가 좀 들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래서 발길을 돌려 황룡사로 갈려다가 이대로 그냥 가면 아기와 여인이 얼어서 죽을 것 같아 스님은 자기가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 여인과 아기를 잘 덮어주었습니다.그리고는, "살았으니, 다행이야! 그럼 나는 가봐야 겠네," 그러자 여인이 "스님 옷은 입고 가야지요?이 눈속을 어찌려고 알몸으로 그냥 가려고 하세요"하는 소리를 듣고, "아니야,난 살만큼 살았네, 아기와 자네에게 그 옷이 나 보다 더 필요 한 거라네, 아기나 잘 보살피게 나! 나무아미타불관세음보살" 하고는,합장한 후...그리고는 노스님은 벌거벗은 채 염불을 외면 눈보라를 헤치며 황룡사로 향했습니다.
노스님이 알몸으로 살을 에는 눈보라를 맞어며 겨우 황룡사로 돌아와 헛간이 보여기진맥진이 다 되어서 더이상 걸을 수가 없어 간신히 그곳으로 들어가 그기에 있는 거적들을 덮고 혼수상태가 되어 거적에 의지한채, 밤을 새웠는 데, 바로 그날 그때, 한밤중에 대궐 위 하늘에서는 크게 외치는 소리가 있었습니다. “황룡사의 정수 스님을 국사에 봉하라”하는 하늘의 소리에, 깜짝 놀라 깬 왕은 급히 사람을 시켜 황룡사로 가서 정수 스님을 찾아 보게 했습니다.그래서 궁인이 급히 황룡사로 가 보니 정수 스님이 벌거벗은 몸에 거적만 덮은 채 떨고 있었습니다. 이런, 자초지종을 궁인을 통해 얘기를 들어 알고는 애장왕은 스님의 이타심(利他心)에 크게 감동하여 정수 스님을 그날로 바로 국사로 모셔 오게 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절터만 남은 신라시대의 황룡사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