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어느 바다 섬이 낮에는 두 개 밤에는 하나로 바뀌는 현상이 신라 신문왕 때 발견되었다. 이런 현상을 이상히 여긴 사람들은 바다의 밀물과 썰물 현상을 몰랐기 때문이다. 섬 모양이 산봉우리 두 개로 밀물이 다가오는 때 잠기면 하나로 보이는 현상이다. 그 섬에 대나무가 이상하게 자라고 있어 더욱 신기하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대나무로 만파식적 피리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신문왕은 민심의 관심 방향을 먼저 국운의 영향과 관계를 생각했을 일이다. 설총에게 의견을 들어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게 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민심의 관심 방향에 신비로운 피리 소리를 이용할 국태민안 안정감 심기 정책도 여기서 발현한 듯하다.
화왕계 이야기로 임금의 심정을 감복시키는 방법은 설총이다. 반면에 최치원은 시무십조로 직설적인 교훈 효과를 기대했다. 두 사람 모두 나라를 이끌 인물이었지만 방법이 서로 달랐다. 결과 효과도 설총이 신하로서 자세가 적중하는 성공 결실이었다. 설총의 화왕계 이야기는 임금의 마음을 감동하게 했지만, 최치원의 시무십조는 조정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오래 지난 역사 이야기지만 안타까운 일이었다.
삼국사기 열전 설총의 화왕계 이야기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올랐던 글이었다. 꽃의 여왕에게 장미가 나타나 신하 되기를 아뢰어 점수를 높이 땄다. 이를 본 할미꽃은 진심을 몰라주는 불만을 토로한 주장이다. 모양에만 현혹하지 말고 공정한 판단을 주문한 바른말이다. 세상 진실한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아뢰는 할미꽃이다. 신문왕은 자기가 꼭 들어야 하는 내용으로 설총의 은유적인 표현을 좋은 뜻으로 받아들인 이야기다.
"시무십조"는 최치원이 진성여왕에게 건의한 원만한 정치제도 건의였다. 왕권쟁탈이 난무하던 당시 여성 임금으로 감당하기 곤란함을 느꼈을 일이다. 여왕이 자신감 느끼도록 만들어서 건의 되었으면 받아들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라의 고관들 정신이 오염투성이로 혁명 같은 혁신이 아니고는 어렵다고 느꼈을 일이다. 세력권 귀족을 달래기는 정치사회가 부패로 타락되어 이미 늦었다. 당시는 태자가 너무 어려서 여성이 왕으로 등극하여 왕권 다툼의 투쟁 시기였다.
설총의 화왕계로 깨달은 신문왕은 제왕 능력을 갖춘 인물임을 알 수 있다. 반란도 제압하고 진골 품계에 막힌 6두품 진로를 열어줬다. 국학을 만들어 인재 양성에 성공하여 왕권을 확립한 능력이다. 만파식적을 이용하여 민심 안정을 꾀하는 식견은 이미 제왕 능력을 갖췄던 왕이다. 만파식적은 앞서 말한 이상한 섬에 신기하게 자란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어 주니 신통한 일이 일어난다는 피리 이야기다. 설총의 협조가 받아들여지는 환경이었고 영웅을 알아보는 권력자를 만난 기회가 되었다.
최치원도 신라 역사에 웅대한 치적을 세울 제도를 마련해 주려 했지만, 신라 진성여왕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아 실망하고 말았다. 당시 왕권이 영웅을 알아보지 못한 시대의 원망만 기록으로 남는다. 최치원의 영웅적인 능력이 개인 소일처럼 버려지는 세월이 안타까울 뿐이다. 당나라 관료들에게 천재로 알려진 최치원도 신라에서는 알아주지 않았다. 여성의 능력을 낮추어 보는 습관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다. 최치원도 영웅 기질의 과감한 황제를 만났다면 더 큰 업적을 세웠을 것을 아쉽기만 하다. (글 : 박용 2024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