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 없는 한파가 찾아들면서 찬 바람을 피해 여가를 보낼 수 있는 실내 놀이터와 찜질방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지하상가 쇼핑객과 배달음식 주문이 크게 늘고 있다. 아예 추위를 온몸으로 부닥치며 겨울을 만끽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추위 피하고, 또 즐기고
3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한 실내놀이터는 추위를 피해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려는 부모들로 북적였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주부 오미숙(49`북구 동천동) 씨는 "한낮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행여 아이들이 밖에서 놀다 감기라도 걸릴까 봐 바깥 출입을 자제하고 있다”며 "이곳은 실내여서 날씨나 기온의 영향을 받지 않아 좋다”고 했다.
평일 하루 600~700여 명, 주말에는 4천~5천 명이 몰려드는 실내놀이터엔 최근 강추위가 몰아치면서 이용객이 20%가량 늘었다. 이곳 실내놀이터 관계자는 "기온이 낮을수록 방문 고객도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찜질방도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기온이 떨어지면 방문객이 20%가량 증가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
5일 오후 대구 수성구의 한 찜질방을 찾은 정모(38) 씨는 "주말을 맞아 가족과 따뜻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찜질방을 찾았는데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식구끼리 추위를 피하고 간식도 먹으며 즐겁게 보냈다"고 했다.
이곳 찜질방 업주는 "겨울에는 하루 3천여 명 정도가 찾아오는데 최근 기온이 떨어지면서 방문객이 1천여 명 정도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면 추위를 온몸으로 즐기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대구 중구 대봉동 신천 스케이트장에는 요즘 주말 1천500여 명이 찾는다. 기온이 내려갈수록 얼음이 단단해져 스케이트 타기에 좋고 몸을 움직이다 보면 추위도 잊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이영식(63`수성구 수성동) 씨는 "집에 있으면 추워서 몸을 웅크리는데 스케이트를 타면 땀도 나고 몸이 풀린다”며 "기온은 영하를 밑돌지만 야외라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 더 좋다”고 했다.
◆지하상가, 대형마트도 북적
한파가 몰아닥치면서 도시철도역 지하상가는 요즘 오가는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도시철도 반월당역 메트로센터를 찾은 대학생 최모(22`수성구 황금동) 씨는 "밖이 너무 추워 옷이나 액세서리 구경을 하거나 약속장소를 잡을 때도 지하상가를 선호한다”고 했다.
이곳 한 옷가게 업주는 "바로 매출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온이 내려가면 일단 물건을 구경하는 이들이 크게 늘어나는 건 사실”이라고 즐거워했다.
대형마트의 겨울용품 코너도 붐비고 있다. 대구 수성구 한 대형마트의 경우 찜질팩 행사 기간을 당초 예정보다 열흘 이상 늘려 잡았다. 이곳 대형마트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한파가 몰아치는 일이 거듭되면서 온열기나 보온제품, 침구, 점퍼, 패딩 등 매출이 2배나 늘었다”고 했다.
배달음식 전문점들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특히 사무실 밀집 지역 주변의 배달음식 전문점들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것. 대구 수성구에서 콩나물해장국 가게를 운영하는 전모(48`여) 씨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가게를 직접 찾는 손님은 줄어든 반면 배달 주문은 2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대구 북구 한 중국음식점 업주는 "찬바람이 불면 평소보다 20~30%가량 주문이 늘어나는데다 메뉴도 자장면이나 탕수육보다는 짬뽕 등 얼큰한 국물 음식 주문이 훨씬 많다”고 했다.
장성현기자